한국 수공예로 재탄생돼 역수출 되는 꽃누르미(壓華)

[시사매거진 233호 / 안수지 기자] 21세기 IT산업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인간 존재의 연원을 묻는 인문학과 더불어 가장 자연친화적인 산업으로 손꼽히는 수공예는 이제 미래 산업의 동력이 될 전망이다. 그중 과거 유럽에서 발원해 일본으로 수입되었다가 다시 한국으로 귀화한 압화(壓華)는 2001년을 기점으로 한국에서 ‘꽃누르미’로 변신했다. 그리고 현재 일본은 물론 중국과 동남아, 유럽 등지로 역수출이 되고 있다.

“꽃누르미 식물공예는 그 행위 자체가 위안과 보람을 갖게 한다”는 오선덕 명인. 그녀는 “이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가장 먼저 자신의 욕심을 비워야 한다. 항상 과욕은 혜안을 가려서 진정한 사물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라며 “서로 나누니까 마음을 채우고, 작품을 채우고, 또 꽃누르미 세계가 풍부하도록 채워준다”고 말했다.


한국의 토종기업인 (주)H.E.N(대표 이승재)은 경기도 양평군 수입리에서 ‘행복한꽃누르미(명인 오선덕)’ 공방을 지원하며 일자리 창출은 물론 ‘독도’ 특허출원 등록으로 꽃누르미 제품과 더불어 해외 수출 등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4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기후를 활용해 계절마다 다양한 꽃과 재료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주)H.E.N의 이승재 대표는 “현재의 수출기업을 구상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이다. 당시 IT사업을 추진 중이었는데 세계 모든 제품들이 전부 기계화 되어서,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까 고민 중 건강(Health)과 환경(Environment) 과 자연(Nature)을 접목시킨 현재 사업의 장점을 살려 세계화하자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다행히 오선덕 명인이 이러한 특화사업과 특허출원에 적극 도움을 주었다”고 소개한다.

 

꽃누르미 오선덕 명인, 나눔과 비움 그리고 채움의 미학

어린 시절, 전북 김제에서 자란 ‘윤원(奫源) 오선덕(48) 명인’은 전통 한옥에서 한지에 말린 꽃잎이나 이파리를 넣어서 방문이나 창호를 냈던 기억을 떠올리며 ‘꽃누르미’ 작품 제작에 천착하고 있다. 길가에 핀 작은 꽃이나 들판에 자생하는 야생화, 혹은 산간이나 대단지 군락에서 자라는 한국화와 풀잎, 절화, 낙엽 등을 모아 천연 펄프로 된 건조매트를 깔고 덮은 후 여러 번 손이 간 꽃누르미 말린 재료를 통해 액자와 병풍 등을 만들고 있다.

또한 양초와 보석함은 물론 축하 카드나 스탠드, 가구, 액세서리 등 일반 생활용품과 장신구 등을 통해서 꽃의 아름다움과 반영구 보존 그리고 감동과 힐링이라는 여러 가지 실용적 효과를 얻고 있다. 이와 함께 개인적 예술작품의 창작은 물론 강의와 교육, 봉사와 체험학습 등을 통해 원예치료와 더불어 친목을 도모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오선덕 명인은 “꽃누르미 식물공예는 그 행위 자체가 위안과 보람을 갖게 한다. 일종의 원예치료로서 꽃과 나무가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 그리고 차분함과 관찰력을 증강시켜 주어서 여러 모로 유익하다. 이러한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가장 먼저 자신의 욕심을 비워야 한다. 항상 과욕은 혜안을 가려서 진정한 사물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게 만든다. 이후에는 서로 나눠야 한다. 사계절 피는 꽃이라 해도 혼자서 모두 채집할 수는 없다. 서로 식물을 채집해서 나누고, 작품 활동할 수 있도록 공유하고 공수하는 가운데 애정이 싹튼다. 사이가 돈독해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행위가 자신과 타인을 채워준다. 서로 나누니까 마음을 채우고, 작품을 채우고, 또 꽃누르미 세계가 풍부하도록 채워준다”고 덧붙인다.

무엇보다 오선덕 명인은 ‘꽃누르미뿐만 아니라 수공예를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작업이기에 오랫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귀띔한다. 일종의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꽃과 즐겨라. 꽃과 놀아라. 오늘도 즐기는 마음이 되어야만 오래 지속할 수 있다. 그러다보면 작품이 완성돼 보람을 준다. 꽃과 잘 놀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의 토종기업인 (주)H.E.N은 경기도 양평군 수입리에서 ‘행복한꽃누르미(명인 오선덕)’ 공방을 지원하며 일자리 창출은 물론 ‘독도’ 특허출원 등록으로 꽃누르미 제품과 더불어 해외 수출 등을 모색하고 있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보하는 길, 꽃누르미 수공예

오선덕 명인이 처음 꽃누르미 세계에 입문하게 된 것은 1995년경이다. 결혼 후 누구의 아내로 종속돼 살거나 누구의 엄마로 묻혀 사는 현실을 감안해 2,30년 후에도 자기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한 문화센터에서 개설한 ‘꽃누르미 강좌’를 접하게 된다.

당시는 일본식 ‘압화도’라는 명칭을 달고 인기도, 수강생도 없어 폐강 위기에 놓인 ‘꽃누르미’ 공예가 오선덕 명인에게는 새롭게 다가왔다. 오히려 현실감 있는 비즈구슬 공예를 권하는 강사의 권유를 뿌리치고 ‘꽃누르미 공예를 가르쳐 달라’ 요청하기에 이른다.

원래 꽃을 좋아했고, 조화나 꽃꽂이를 싫어했던 그는 생화 자체를 살아 있는 그대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꽃누르미에 큰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앞뒤 재지 않고 꽃누르미 식물공예에 몰입하게 된다.

이후 1999년에 정식으로 꽃누르미 식물공예가로 입문해 1년간 강좌과정을 거쳤다. 이후 2000년경에는 한국꽃누르미협회에 들어가 2년을 수료한 후 지도자 시험을 치르고 ‘꽃누르미 지도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한 2002년 사업을 모색하는 ‘나무창작소’ 이승재 대표의 후원으로 문화센터와 사설 공방 등지에서 전문 강사로서 활동한다. 2006년경에는 노원구 창동에 ‘행복한꽃누르미’ 공방을 열고, 건대 등지로 확장했다가 2001년경에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양평읍으로 이주하게 된다.

2012년 (주)H.E.N을 설립하여 중국과 동남아, 유럽 등지의 수출을 기획하게 되면서 다시 2014년경에는 이곳 양평군 서종면 수입리에 정착하게 된다. 꽃과 나무, 산과 숲으로 둘러싸인 이곳의 지리적 조건과 무공해 자연이 꽃누르미 식물공예에 천혜자원이 돼 주었다.

지금까지 대략 1,000여 점을 제작한 오선덕 명인은 개인적 창작에서 진일보해, ‘무궁화’는 물론 한국의 문화유산인 ‘독도’를 주제로 ‘우리땅우리꽃’과 ‘대한민국 아침을 여는 곳 독도’ 압화그림 특허 및 저작권을 보유하는 데 열정을 기울였다. 일본과 일본인이 ‘독도’에 대한 우위를 선점하기 전에 한국과 한국인이 먼저 나서서 ‘우리 것임’을 입증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가장 ‘한국적인 꽃누르미 기술’과 또한 고유 ‘한국의 영토인 독도’를 제품 브랜드로 설정해 세계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2014년 청와대 사랑채에서 전시한 ‘우리땅우리꽃’

한국 꽃누르미 회원 활동과 향후 전망

2000년 8월경 최초로 한국꽃누르미협회가 창립되었다. 그리고 그해 10월에 제1회 꽃누르미협회 전시회가 국립수목원에서 개최되었다. 이후 여러 차례 전시회와 운영 조직을 정비하며 2017년 9월경에는 경인미술관에서 제22회 협회전을 치른다. 그리고 10월경에는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위치한 <원포원 카페> 갤러리에서 ‘행복한꽃누르미’ 1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한 가운데 오선덕 명인과 더불어 친목도모 회원전을 개최한다. 이어 12월경에는 ‘북한강 갤러리’에서 꽃누르미 지도자 전시회가 개최된다.

2017년 5월 ‘문화외교사절단 추진위원장’으로 선정된 이승재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여러 차례 중국과 동남아를 오가며 ‘한국적인 꽃누르미 제품’을 수출하는 데 있어 전략과 기획, 방향 등을 타진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오선덕 명인은 “현재 수공예를 하시는 분들이 창작과 기술, 열정과 아이디어에서 매우 수준 높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공개할 만한 공간과 제품을 판매할 만한 판로가 없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국가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적극 발 벗고 나서서 직업적 안정과 수입 확보, 판로는 물론 장인으로서 지위 신장을 도모하는 데 조력할 방침이다”고 밝힌다. 무엇보다 ‘경제력이 확보돼야 예술도 산다’는 생각으로 일자리 창출을 원하는 오선덕 명인은 앞으로 사회적 재능봉사와 기부로 이어지기까지 열과 성을 다할 것을 내보인다.

이러한 그의 뒷심은 2016년 국제 발명특허 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 2017년 5월 대한민국 무궁화미술대전 대상(통일부장관) 수상했고, 2014년에는 청와대 사랑채에서 전시한 ‘우리땅우리꽃’과 더불어 ‘미국 뉴욕산업박람회’ 전시, 2017년 광복 72주년 나라사랑 초대작가와 ‘대한민국 아침을 여는 곳 독도’ 압화그림 특허 및 저작권을 보유한 데 있다. 이로 인해 ‘독도’ 꽃누르미 작품은 세계적 식물수공예 작품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현재 통일부 주최 무궁화대전에서 대상을 받는 무궁화 역시 오선덕 명인의 독보적인 작품으로 부각되며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북촌에서 꽃누르미 명인으로서 개인 부스를 할당받은 그는 매주 목요일 일반인을 만나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행복한꽃누르미 안현옥 회원 인터뷰

 생각해보면 저희들 어려선 마당이 있었고 마당 한 켠엔 장독대와 화단이 있었어요. 화단에는 따로 관리를 하지 않아도 4계절 꽃이 피고 지는 눈꽃까지 피워댔지요. 형제가 많아 시야가 다 내려다뵈는 다락방을 썼는데 여기서의 세상은 우리 집 화단과 옆집 화단의 경계가 따로 없는 꽃세상이었습니다. 이러다보니 꽃물을 들이거나 단풍잎을 말려 시를 쓰던 정서가 자연스러웠지요. 이게 꽃누르미의 시초가 아닐까요?

사는 게 팍팍해 다 잊고 살다가 나이 들어감에 따라 다시 유년의 정서로 돌아가는 시기에 꽃누름(압화)을 SNS로 만났습니다. 누군가는 꽃누름을 예술적인 경지에 까지 올려놨더라고요. 꽃은 피면 지게 마련인데 꽃의 좋을 때를 영원히 보존코자 액자로 액세서리로 가구로 여러 가지 형태로 실생활에 갖다놓은 거죠.

그러한 꽃누름은 현실이 고단한 제게 힐링 같은 존재입니다. 제가 해결할 수 없는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꽃을 말리고, 그 말린꽃을 작품으로 만드느라 온 정성을 쏟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완성 후의 기쁨 또한 매우 큽니다.

압화 작품은 보는 사람마다 “이건 뭔가요?” “어떻게 한 건가요?” 질문이 쏟아집니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 작품엔 밝고 따뜻하고 스토리가 있는 율동 혹은 유머를 넣으려고 합니다.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작품을 지향합니다. 같은 소재로 여러 개를 만들어도 꽃의 표정이 다 달라서 이 세상 딱 하나뿐인 작품이 나옵니다.

소재는 주변에 널려 있고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좀 더 나은 구상을 하게 되고 예상 밖의 상승효과가 나오면 그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일본 같은 경우 압화는 대를 물려서도 하고, 노년층이나 남자들도 많이 합니다. 꽃누름으로 소득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내가 좋아 하는 것을 가지고 멋진 노년을 보내기 위해 준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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