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232호=오병주 칼럼니스트] 36여 년 전, 금당 살인사건의 주범 박철웅에 대한 사형집행 소식이 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다. 기사내용 중 특이한 점은 살인범 박철웅이 사형집행 전 자신의 장기를 꺼져가는 다른 생명을 위해 기증하고 죽었다는 점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생생하게 기억하는 금당 살인사건은 박철웅이 사업자금을 마련하고자 골동품상을 경영하는 부부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하여 무참하게 살해하고 정원에 사체를 유기하여 장기간 미궁에 빠져 있던 중, 내연녀의 제보로 붙잡혀 사형이 집행된 끔찍한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야욕을 위해서 무고한 생명을 무참히 살해한 살인범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각막과 신장을 기증하고 죽는 길을 택했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 연유는 다음과 같았다. 이 살인범이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되어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을 때, 어느 교회의 나이 많은 집사가 그의 무서운 눈초리와 갖은 욕설에도 그를 수십 차례 찾아가 전도하고 위로를 아끼지 아니하여 그를 종교에 귀의토록 했다고 한다.

박철웅은 어느새 눈에 살기가 사라졌고, 같은 감방의 동료 죄수들을 온유한 사랑으로 교화하기까지 했으며, 죽기 전에는 자신의 장기를 꺼져가는 다른 생명을 구하고자 아낌없이 기증한 후 눈을 감았다. 살인범의 가슴을 녹인 사랑의 힘은 그가 쓴 수기「내목에 밧줄이 놓이기 전에」를 통해 사람들에게 읽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를 보았던 교도관들은 박철웅이 사형집행되지 않고 무기징역으로 평생 교도소에 있었더라면 그가 다른 죄수들을 올바르게 교화했을 것이라며 아쉬운 점도 있다고 한다.

많은 범죄자를 수사하고 재판에 관여해보았으나 형벌의 효과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느낀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요, 도덕은 종교의 최소한이다. 법은 병균으로 오염된 사회의 환부를 최종적으로 도려낸 메스에 그칠 뿐이다.살인범 박철웅을 교화시킨 어느 이름없는 아주머니의 뜨거운 사랑과 희생이야 말로 각박한 사회의 밝은 빛이요 소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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