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32호=정용일 기자) 몇 년 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진주의료원 폐업사태는 수도권에 집중된 의료서비스의 심각성을 들여다보게 하였다. 이후 지방의 특성과 입지에 따라 지역사회에 맞는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거점 병원의 역할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시의적절한 의료 서비스, 게다가 종합병원은 지역 일자리 창출이라는 또 하나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지역경제발전의 중심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여러 요소들이 있지만 지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서비스 부문은 가장 기본적이면서 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책임감이 클 수밖에 없다. 지역민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온 이러한 병원들은 환자와 의사의 관계보다는 지역민들의 개인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영광종합병원 조용호 이사장(사진제공=영광종합병원)

영광종합병원(이사장 조용호)은 1983년 13개과 130병상으로 개원한, 영광군의 유일한 종합병원이다. 당시에는 전국민의료보험이 확대 시행되지 않아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을 쉽게 찾지 못하는 시절이었다. 그런 때에 농어촌 의료취약지에 의료보국을 하겠다는 고(故) 정서오 이사장의 신념으로 설립된 것이 지금의 영광종합병원이다. 이후 많은 시련을 거치며 영광군민의 의료서비스를 책임지는 지역거점병원으로 자리매김했고, 15개과 260여 병상으로 발전했다. 2004년에는 영광군 공립요양병원을 개원하고, 2015년에는 보건복지부지정 분만취약지병원으로 선정되어 개원 10개월 만인 지난해 3월 100번째 출산을 기록하는 성과도 올렸다. 앞으로도 지역민과 함께하는 병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영광종합병원을 찾아가 본다.

의료서비스의 기본은 ‘친절’
영광종합병원의 가장 큰 장점은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는 직원들과 그들의 몸에 밴 친절이다. 개원 34년째를 맞은 영광종합병원에는 그 동안 함께한 오랜 직원들이 많다. 때문에 굳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직원들 스스로 알아서 역할을 분담한다. 오랜 역사와 전통에서 다져진 이런 연륜은 곧바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신뢰와 편안함으로 이어진다.
“역사가 있는 병원과 신생병원 모두 각자 장단점이 있겠지만, 우리 병원은 역사가 있는 병원의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하는 조용호 이사장은 “우리 병원 입원환자 대다수는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인데, 다인실에 세면실이나 화장실이 없어 불편해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작년부터 다인실에도 화장실을 설치하는 등 우리 병원을 찾으신 어르신들의 편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힌다.
이어 조 이사장은 의료서비스의 기본은 친절이라고 덧붙이며 “고객들은 병원 이용에 대해 생소하거나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고객이 병원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귀가하는 순간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진료를 마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려면 진료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에서 의료진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친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영광종합병원에서는 매일 아침 전 직원이 모여 고객만족 실천을 다짐하는 조회를 하며, 월 1회 이상 직무교육과 CS교육을 정례화하고 있다. 더불어 분기별 서비스 캠페인 주제를 선정하여 우수직원에게는 금일봉과 친절직원 배지를 달아준다.

의료서비스 발전을 위한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
간호인력 부족은 국내 의료계의 오랜 문제다. 간호등급제도를 시행하면서부터 간호사의 대형병원이나 수도권 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는 요즘이다. 특히 영광종합병원 같은 군 단위 중소병원의 간호인력난은 더욱 심각해 제도 개선 없이는 수급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을 정도다.
조 이사장은 “우리 병원은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 간호대학 재학 때부터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광주에 거주하는 근무자의 편의를 위하여 근무 교대 시간별로 매일 왕복 3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라며 “간호사들의 더 나은 거주환경을 위하여 금년 하반기에는 1인1실 간호기숙사를 착공하여 내년 2월 완공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아파트를 기숙사로 사용했던 것에 비해 좀 더 안락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유인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라고 불안감을 내비친다.
그도 그럴 것이 영광종합병원은 지난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간호·간병 포괄서비스 시범사업에 신청하였다가 간호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취소한 경험이 있다. 때문에 조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발전을 위해 제도적인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더불어 이런 의료서비스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건강보험제를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조 이사장은 덧붙인다. 건강보험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체제에서 벗어나 개개인에 맞는 다양한 치료나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할 것을 주장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개개인에 맞는 다양한 치료나 적극적인 치료보다는 최소한의 치료만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의료현장에서는 교과서적 진료나 최선의 진료보다는 심평원의 삭감기준에 따르는 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있다”라고 조 이사장은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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