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더 심사숙고해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으로 촉발된 청와대와 야권의 파열음이 갈수록 강도를 더한다. 자유한국당은 일자리추경예산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 거부하고 있고, 청와대와 여당은 국민의 지지를 앞세워 제 갈 길만 가려한다. 그러면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책임만 전가한다. 발목잡기식 반대로 문제이지만 부적절한 인사를 지명해놓고 막무가내로 승인해 달라는 무책임함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권 모두 두 걸음 전진을 위해 한 걸음 후퇴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의 잰걸음이 또다시 협치의 돌부리에 걸렸다. 후보자 시절 공약으로 내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의 첫걸음인 추가경정예산(추경) 승인이 야권의 볼모로 잡혔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2일 여야 4당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 합의를 위해 회동한 자리에서 자유한국당은 ‘추경을 계속 논의한다’는 문구를 빌미로 회동을 결렬시켰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구 삭제를 요구하며 협의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청와대는 곧바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국회로 보내 협조를 요청하는 제스처를 취했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긍정적인 화답을 보냈다. 그러나 여전히 자유한국당은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진정한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는 기존 태도를 유지하며 반대목소리를 높였다.
 
   
▲ 6월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무위원후보자(국방부장관 송영무) 인사청문회에 송영무 후보자가 의원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반대만을 위한 몽니보다 함께 고민하는 야당 돼야
 
원내대표 회동이 불발로 끝나자 4당은 일제히 논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한국당이 보여주는 발목잡기 행태는 구태의연한 모습”이라고 비판했으며,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정부·여당이 협치를 한다고 했는데 협치 할 의욕이 없고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내놓은 안건이나 인물, 법안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달라고만 하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협치란 서로 상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하루 이틀 냉각기를 가졌으면 여당이 나서야 한다”며 “여당이 어떤 식으로라도 경색 국면을 풀려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은 “너무 조급하게 첫 내각 인사를 발표하면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에 기인한다고 본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원칙을 어긴 흠결 있는 장관 후보자를 재지명하니까 거기서부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통령이 매듭을 풀고 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논의되어야할 과제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야당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당장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가 하면, 정부 예산이든 민간 투자이든 취업난이 완화된다는 소식만으로도 국민은 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70%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또한 반대를 위한 몽니만 부리기에는 불리한 상황이다. 그러다 자칫 또다시 국민의 준엄한 심판대 앞에 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추경 반대를 둘러싼 야당의 속내는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은 시종일관 강경하게 반대를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조금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4당 원내대표 회동이 불발로 끝난 후 청와대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국회에 특파했다. 가장 먼저 국민의당을 찾은 김 장관은 이용호 정책위의장을 만나 추경에 대한 협조를 간곡히 요청했다.
 
“지금 여러 거시경제의 지표에도 불구하고 실제 체감경기나 고용시장이 안 좋다. 정부에서 추경이 처리가 돼서 고용시장과 경기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운을 띄우자 이 의장은 “사실 추경 문제와 관련해 요건엔 좀 미흡하다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일자리가 심각하단 것을 알기에 충분히 협조할 의향이 있다. 야당들은 공무원 채용 방식에 이견이 있어서 반대가 큰데, 야당이 추경에 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겠다는 81만 개 일자리는 모두 공공부문에 한정되어 있다. 즉 공무원을 늘려 취업난을 해소하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점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양보다는 질이고, 좋은 일자리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을 통해 창출되는 것이 올바르기 때문이다. 야당이 반대하는 ‘재정부담’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정부는 정부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야당도 이러한 책무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한민국의 입법을 담당하는 한 축으로서 야당 또한 이에 대한 대안이나 해법을 고심해야 한다. 그렇게 나온 대안이나 해법을 놓고 여·야 그리고 정부가 함께 둘러앉아 각자의 대안과 의견을 모아 실질저인 해법을 찾는 이것이야말로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협치의 모습이다.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6월 11일 오후 춘추관에서 장관급 인사에 대한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안경환 법무부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김은경 환경부장관,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을 내정했다.
 
인사(人事),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세심함 필요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6월 25일 6·25전쟁 제 67주년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정국 경색의 시발점으로 인사청문회를 짚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인사청문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거기에 자녀 국적문제까지 5대 인사배제 원칙에 두루 걸리는 턱없이 부족한 인사를 내놓고 승인해달라니 야당으로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날 “물꼬가 풀어지게 하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고,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보겠다. 협치의 정신에서는 여당이 뭔가 더 마음의 여유와 아량을 갖고 풀어나가길 기대한다”라고 밝힌 정 원내대표는 “생각해보면 결국 청문회라는 것 때문에 이상하게 꼬인 것 아니냐.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국회에 보내 여야를 파쟁의 장소로 변화시킨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재검증을 재차 요구했다.
 
“이 분들을 국회에서 굳이 끝까지 검증해서 여야 간 대치로 가는 것보다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런 사람들이 고위공직자가 되면 안 되겠다는 분들이 있으면 다시 한 번 검증을 해서 철회를 해주시고 여야 간 물꼬를 풀어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도 “송영무 국방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가 아닌 수사의 대상이다”라고 비난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6월 26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박 전 대표는 “까도 까도 새로운 비리가 나온다. 이걸 갖고 정책 청문회를 하라, 장관 임명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이런 말은 국민을 화나게 만든다”라며 “우리는 엄연한 야당이다. 잘하면 박수치고, 못하면 그물쳐놓고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또한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고), 국방부는 복마전이 되고 안보는 구멍이 날 것이 뻔함에도 이것마저 정치공세라고 밀어붙이고 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게 문재인 정부가 꿈꾸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국정운영 방식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사청문회 대상도 되지 않는 적폐후보들에 대해선 자진해서 지명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라며 “비리투성이인 적폐 후보를 내세워 인사청문회 통과를 밀어붙이는 것은 협치를 포기하고 독선과 독주를 하는 것이며 국민을 무시하고 국회의 존재를 거부하고 야당을 짓밟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박 위원장은 “적폐로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안하무인식 코드인사를 계속해서 밀어붙인다면 정말로 중대한 고비가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엄중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코드·보은인사로 인해 인사 참사가 계속되면 국민의 기대와 인내도 한계점을 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소통 창구로 활용하겠다’며 만든 인터넷 홈페이지 ‘광화문 1번가’에서조차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비판 여론이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추이에 이목이 집중하고 있다.
 
   
▲ 6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대학생당(준),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등 대학생들이 자유한국당 해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참가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반값등록금 거짓말, 청년실업 양성, 적폐 부역정당, 국정농단 몸통, 인사청문회 발목잡기 등을 이유로 자유한국당의 해체를 촉구했다.

 여당, 협치 위한 발등상 될 각오 있어야

 문재인 정부의 초반 순항 여부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할 협치의 묘미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5월 29일부터 6월 27일까지 30일 동안 열린 6월 임시국회를 치른 여당의 성적표는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인사청문회 1기라고 할 수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 인선부터 시작해 험로를 예견케 한 야당과의 신경전은 새 정부 출범 두 달이 되어가는 시점까지 조각(組閣)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6월 임시국회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6월 21일 우원식 원내대표는 “협치에서는 상머슴이 되고, 당·청 관계서는 할 말은 하되 질서 있는 토론을 통해서 국민에게 안정된 당·청 관계로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없는 여소야대 정국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만큼 구동존이(求同存異·같은 점을 찾되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의 지혜를 발휘하겠다. 정파를 초월해 함께 극복하는 국회와 청와대의 관계를 목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임시국회 막판 우 원내대표가 눈물까지 보이는 진정성을 발휘하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긴 했으나 협치의 가능성은 크게 나아지진 않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와 관련해 “새 정부가 출발한 지 1달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못 나갔다. 국정파탄의 책임이 있는 야당이 인사 발목잡기와 추경 발목잡기로 새 정부의 출발을 가로막았다. 국회는 협치의 꿈이 사라지고 있다”라며 “야당은 대한민국 대표선수인 대통령에게 왜 열심히 안 뛰냐고 질타한다. 여당에는 왜 야당을 많이 달래지 않냐고 타박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보다 못한 국민이 새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압도적인 지지로 응원하지만 야당은 민심은 아랑곳 안하고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이런 힘겨루기는 여전한 양당체제의 잔재를 엿보게 한다. 10년 만에 공수가 바뀐 두 당이 구태의 역학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당제는 엄연한 다당제다. 아직은 생소하고 어설프겠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원내 교섭단체로 존중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이런 추태를 두고 “대통령이 스스로 협치를 강조하며 먼저 야당부터 직접 찾아오는 마당에,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들의 국회 출석을 명문화하는 문제를 놓고 여당과 제1 야당이 대치하는 상황은 일종의 코미디와도 같다”고 비유했다.
 
“국회 정상화보다 국민을 볼모로 잡고 기싸움에 여념이 없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당리당략을 개탄한다”고 일갈한 김 원내대표는 “한때 국가백년대계를 좌우할 헌법개정특위가 활동시한을 넘겨 해산될 처지에 놓이고, 대화와 협치의 기반인 다당제를 제도화하기 위해 논의된 정치개혁특위 설치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데 대해 여당인 민주당과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성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원내대표 간 회담을 통해 수차례 국회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합의도출에 실패하면서 국회는 소모적 핑퐁게임으로 허송세월을 해왔다”며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정부조직개편안 논의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요건과 내용에 대해 다툼의 여지는 많지만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과 가뭄대책 등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조건 없이 추경안을 심사해야 한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새 지도부를 선출한 바른정당도 ‘보수의 본진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교섭단체로서의 면모를 재정비했다. 이혜훈 신임 당 대표는 강한 야당에 대한 포부를 새롭게 하며 “협력할 일은 대한민국을 위해 과감히 협력하고 반대할 때는 반대와 함께 대안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정치를 하겠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국회는 다시 7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출발선에 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시험대가 될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는 시점과도 맞물려 있는 7월 임시국회는 협치의 물꼬를 터는 중대한 기로가 될 것이다. 국회 정상화의 물꼬가 될지 아니면 더 꼬이는 실타래가 될지는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의지와 궁구로 가름될 것이다.
 
지난 6월 22일 불발된 1차 회동에 이어 4당 원내대표가 27일 다시 회동했다. 이번 회동에서 4당 원내대표는 7월 임시국회를 7월 4일부터 18일까지 열기로 합의했으며 한·미 정상회담 기간 동안에는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 문제에 대한 부담을 덜고 회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국회가 다뤄야할 현안들이 올스톱 되는 시간이 무한정 길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대승적 입장에서 정상화에 합의했다’는 명분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한국당의 정우택 원내대표는 “여러 어려운 국가적 상황을 감안해서 완전하지는 않지만 일단 이견이 없는 부분을 중심으로 국회 운영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히며 “그렇더라도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제1 야당의 책무를 결코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자칫 문 대통령 방미 중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실상이 드러나든 말든 부적격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야당의 협력 의지를 근본적으로 짓밟는 것으로, 참으로 상상하기 어렵고 대단히 걱정스런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는 말을 덧붙여 앞으로의 협치도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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