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언급한 ‘윗선’, 어디까지 이어지나

 

   
 

정치권이 또다시 격랑에 휩쓸렸다. 청문회와 한·미 정상회담으로 어수선한 정국이 국민의당 제보 조작의혹으로 급하게 돌아간다. 지난 19대 대선 막판 당시 문재인 후보자의 아들 준용 씨에 대한 입사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국민의당은 준용 씨의 친구가 제보해준 내용이라고 밝히며 문 후보에게 이에 대한 진실 해명을 압박했다. 그런데 그것이 국민의당 당원 한 사람이 조작한 내용이라는 것이 드러났고, 이 당원은 ‘윗선의 지시’로 제보를 조작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퍼져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강정석)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에 대한 입사특혜 의혹 제보 내용을 조작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국민의당 이유미(38·여) 씨를 강도 높게 조사 중이다. 현재 이 씨는 제보 내용을 조작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을 한 상태이나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해 다른 공범이나 배후가 있는지에 대해 집중 추궁할 전망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는 수사팀은 이 씨가 언급한 ‘윗선’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 등을 출국금지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만약 국민의당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나 묵인 하에 제보 조작이 이뤄졌을 경우 이 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국민의당 전·현직 지도부로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귀띔한다. 현재 이 씨는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고 조사에 협조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 조작사건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준서 국민의당 전 최고위원이 6월 28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돈암동 자택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청춘콘서트’부터 안철수와 인연 맺은 측근(?)
 
이유미 씨는 여수여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후, KAIST 기술경영대학원을 거쳐 여수산단 삼성제일모직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JTBC ‘뉴스룸’의 보도에 따르면 이유미 씨와 이준서 씨는 당 내에서 ‘친안철수 인사’로 분류되는 안철수의 사람들이었다. 때문에 국민의당 일부 인사들은 안철수 전 대표가 이번 사건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언한다.
 
이 씨와 안 전 대표의 인연은 2011년 ‘청춘콘서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12년 18대 대선 때 ‘2030희망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진심캠프’에도 참여했다. 당시 경험을 담은 ‘66일-안철수와 함께한 희망의 기록’을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이어 20대 총선에서는 전남 여수갑 지역에 국민의당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공천에서 탈락한 이력도 있다. 당시를 회상하는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이 씨가 공천을 받지 못하자 농성을 한 것으로 기억하며, 2012년 대선캠프에서 자원봉사로 활동하긴 했으나 평이 좋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18대 대선 때 안 전 대표 측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박선숙 의원은 이 씨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본 적도 없고 기억도 안 나는데, 본인 주장 아닐까 싶다. 측근이라면 내가 알 텐데, 알지 못한다. 전혀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그러나 18대 대선 캠프에서 이 씨가 안 전 대표 부부의 지근거리에서 측근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당원이 아니라 핵심관계자라고 보면 된다”면서 “캠프의 일반 팀원인데도 중요한 회의에 참석했고, ‘안철수가 데려온 실세’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당시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도 함부로 못했다”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씨의 ‘윗선’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19대 대선 캠프에서 2030희망위원회를 맡았던 인물로,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 직접 영입한 청년 인재다. 이번 사건의 발단도 이 씨가 준용 씨가 다닌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자 이 전 최고위원이 접촉해보라는 제안을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 지난 19대 대선 당시 국민의당 선대위에서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이 6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특혜 의혹 관련 이유미 씨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SNS 문자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또다시 존폐위기 처한 국민의당
 
국민의당은 전방위적으로 사건 수습에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지난 대선 때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의원들은 일제히 자신은 몰랐던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 씨가 긴급 체포된 후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2~3일 전에 당직자로부터 이러한 일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선거기간 중) 저에게는 전혀 보고한 사실이 없고 그 내용도 몰랐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최소한 보고나 내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히 밝힌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충격적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당에서 이런 일이 있었냐”라며 “어떠했건 어제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발표했고, 대선 때 당 대표로서,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이러한 의혹 파일이 조작되고 카톡 캡처 화면이 나타났다고 하면 대단히 잘못됐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거듭 해명했다. 그러나 정치계 일각에서는 국민의당 의원들의 이런 행태를 두고 ‘꼬리자르기 아니냐’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6월 27일 “어제 국민의당이 문준용 취업 특혜 의혹 관련 제보가 조작됐다고 대국민사과를 했는데, 검찰조사를 앞두고 먼저 발표를 했다”며 “꼬리자르기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발언했다.
 
이어 다음날에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철수 후보자는 정치적 책임이 있는 만큼 사과하시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 어쨌든 정치적 책임이 있는 분이다.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 안 후보자가 영입해 온 분, 안 후보자의 제자, 이런 인사들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일각의 비판에 대해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꼬리자르기가 아니라 조직적 은폐를 하려고 했다면 국민의당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응수했다.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한 박 위원장은 “(꼬리자르기가 있다면) 대한민국 새 정치를 주장한 정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구태정치 내지 범죄정치를 주도하는 정당이기 때문에 해체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구속된 이유미 씨 입장에서는 자기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하거나 동정을 받아보려고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추측이 든다”라는 박 위원장은 이번 파문으로 당내 일부가 탈당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너무 상상과 추측이 난무하는데, 그런 일은 없으리라 본다”라며 일축했다.
 
책임론 대두되는 안철수, 아직 묵묵부답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책임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지도부가 당의 존폐까지 입에 올리며 여론무마에 나서고는 있지만 중과부적(衆寡不敵)이다. 당장 수사선상에 오른 이 씨가 지시를 내린 ‘윗선’의 존재를 언급하고 있고, 그의 윗선으로 지목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안철수가 직접 영입한 청년 인재로 알려져 있다. 이렇다 보니 19대 대선 당시 선대위를 이끌었던 박지원 전 대표는 물론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에게도 파문이 퍼져가고 있다.
 
   
▲ 6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특혜취업 의혹 제보조작사건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6월 27일 논평을 통해 “당시 야당이 준용 씨 관련 의혹에 집중한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런 엄청난 제보는 발표 전 당연히 선대위 최고위층이나 당 지도부에 보고가 되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절차”라며 “안철수 전 대표와 당시 책임있는 사람들은 국민 앞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안 전 대표가 이번 일의 책임자로 지목될 경우 국민의당은 그야말로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때문에 박지원 전 대표를 비롯해 김동철 원내대표, 박주선 비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는 전방위적으로 방어막을 치고 있다. 각종 인터뷰는 물론 사과성명, 특검 제안 등을 하며 발 빠르게 움직인다.
 
그러나 뉴시스의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당 한 관계자가 “안 전 대표가 (문 대통령 개입 의혹 제기 시점) 뚜벅이 유세를 하다가 박지원 당시 대표에게 전화해 ‘이렇게 하는 게 옳은 거냐. 선거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이렇게 하느냐’라고 했었다”는 증언을 한 바 있다.
 
현재 안 전 대표 측은 직접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사건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자칫 섣부른 입장표명으로 파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안 전 대표는 TV토론 등에서 준용 씨 특혜채용 의혹 규명을 요구하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개최 필요성을 거론한 바 있다. 또한 사건에 연루된 이 씨는 안 전 대표의 KAIST 제자로, 대선 당시 안 전 대표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전 최고위원 역시 안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한 인물로 알려진 이상 도의적인 책임까지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당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도 책임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섣불리 입장을 표명하기보단 수사가 다 끝나고 정리가 되면 입장을 표현하려는 것 같다”고 전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몰랐다, 죄송하다’라고만 할 건 아니지 않나. 피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파악된 후에 책임 있게 입장표명을 할 것이다”라고 항변했다.
 
   
▲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 조작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6월 28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돈암동 이준서 국민의당 전 최고위원 자택 압수수색을 마치고 차량에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이 씨에 대한 체포영장 만료일인 6월 28일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20여 명을 투입해 오전 8시부터 이 씨와 이 전 최고위원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신분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했는데, 검찰은 압수수색 시 필요한 전산상 조치일 뿐이라며 굳이 따지자면 ‘잠재적 피의자’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확보한 압수물을 토대로 이 씨가 이 전 최고위원 등 국민의당 윗선의 지시를 받고 특혜 의혹 증거를 조작했는지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그리고 이 씨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 전 최고위원과 대선 당시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을 맡은 김인원 변호사 등으로 수사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을 출국금지 한 상태이며 조만간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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