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와의 단일화 늦추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안철수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정책행보가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강연 등을 통해 구체적인 정치쇄신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정치권 및 학계의 비판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는 정책발표가 뒤로 밀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장하성 국민정책본부장이 정책발표와 관련해 캠프내 인사들과 갈등을 빚으며 지난주 한때 출근을 하지 않는 등 내부적으로 복잡한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나는 국민이 불러주신 후보, 꼭 완주할 것”
지난 10월26일 안철수 후보가 자신의 정치혁신안을 ‘국민의 정치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으로 비판한 정치권을 향해 “교만하다”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오후 경남 진주시 경상대에서 열린 ‘정치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의 경제가 바뀝니다’라는 초청강연에서 “정치권이 나의 정치혁신안에 반대할 줄 알았고 예상대로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여러 말씀 중에 제일 가슴 아팠던 부분은 국민들의 정치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이라는 말이었다”며 “과연 누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무서운 말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게 포퓰리즘이라면 지역마다 개발공약을 내고 장밋빛 공약을 내는 게 포퓰리즘이다”라며 “특권을 내려놓자는 게 왜 포퓰리즘인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의 개혁을 향한 열망에 귀 기울이는 게 포퓰리즘이라면 앞으로 정치권은 국민 요구에 귀를 닫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의 개혁안이야 말로 말의 성찬”이라고 역으로 비판하며 “국정감사를 제대로 안 하신 국회의원들은 자진해서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세비가 올라서 19대 국회가 정치를 더 잘하고 있는가”라고 묻고는, “국감 때에는 ‘안철수 감사’를 했다”며 “제가 국정보다 더 중요한 사람인가 생각했다”며 “19대 국회의원 세비가 작년에 비해 16% 인상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반면 공무원 임금은 3.5%, 최저생계비는 3.4% 인상됐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정치개혁을 위해 정치권의 뼈를 깎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문제의 본질은 왜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느냐이며 정치권이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논쟁은 환영하는 입장이며, 합의해 나가면서 정치권은 뼈를 깎는 쇄신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론이 나오면 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정치혁신’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체제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민의를 대변 못하는 정당체제, 빈부격차만 심화시키는 사회시스템, 일자리를 못 만드는 경제시스템, 산업화시절에 멈춘 의사결정구조 등 체제의 틀을 깨지 않으면 우리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무소속 후보이기에 정치적 조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큰 조직이 국민을 위해 쓰였는지 의문”이라며 “국민이 지지하고 성원해주시면 틀림없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시 박원순 후보에게 그랬듯 아름다운 양보를 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국민이 불러주신 후보이기 때문에 국민께 실망을 시켜드려서는 안 된다”며 “정치인으로 살면서 원래의 마음을 절대 잃지 않겠다”고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야권단일화 어떻게 되나
대선의 시간표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지만,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형국이다.
문 후보는 앞서 안 후보에게 민주당 입당과 공동의 정치혁신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안 후보가 이를 거부하면서 현재 사실상 안 후보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시민사회와 재야원로들도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단일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안 후보가 대선승리 후 창당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후보 간 단일화가 아닌, 세력간 연대를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당초 문 후보 측은 가능한 빨리 후보 단일화를 마무리 짓고, 안 후보와 전국을 돌며 본격적인 지지층 확보에 나설 계획이었다.
지난 10월13일에는 문 후보가 “민주당에 들어와 경쟁하는 것이 가장 쉬운 단일화 방법”이라며 안 후보에게 입당을 제안했고, 이후 조국 서울대 교수가 제안한 공동 정치혁신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끊임없는 구애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 측은 “당리당략적인 접근”이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이에 문 후보 측은 당분간 단일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삼간 채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23일 문 후보도 “후보단일화 만으로 승리가 보장되지 않고 단일화를 넘어 통합을 이뤄야 한다”며 세력간 통합을 거론했다. 이는 입당을 요구하던 기존 태도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문 후보 측은 당장 단일화를 밀어붙여 상대를 자극하기 보다는 단일화의 매개가 되는 정치혁신안을 내세워 안 후보와의 간극을 좁히겠다는 구상이다.
문 후보 정치혁신안의 핵심은 정치권 기득권 포기로, 지역구 의원 축소 및 비례대표 확대, 기초의회 정당공천 폐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두 진영 간 정치혁신안을 둘러싼 활발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 후보는 ‘의원수 축소’를 비롯한 안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고, 안 후보는 “국민과 정치권의 인식이 괴리돼 있다”고 맞받아쳤다. 양측의 정치쇄신안은 향후 단일화 테이블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에서는 최대한 단일화 논의를 늦추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둘러 단일화를 하기 보다는 각자 행보를 통해 지지율을 높이고 이후 단일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로선 정치신인으로 정당의 틀에 갇혀 있지 않은 안 후보가 단일화의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안 후보는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문 후보나 4·11 총선의 책임이 있는 민주당과는 달리 정치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자유로운 사람에게는 아무도 못 당한다"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정치개혁이 필요한 민주당은 이에 따른 입증책임을 져야하는데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며 “반면 안철수 대선후보는 자유롭다”고 분석했다. 안 후보 캠프 내부에서도 시간은 안철수 편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정치개혁의 기수를 자임한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기존 정치세력과 서둘러 손을 잡는 모양새를 취할 경우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대선 후 창당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캠프 내 인사들도 '대선 후 창당' 시나리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습이다. 문 후보가 세력 간 통합을 강조하는 것 역시 안 후보의 신당창당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안 후보가 언제까지 단일화 협상을 늦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야권의 지지자들이 후보 단일화를 원하고 있고, 외부에서도 단일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10월15일 후보단일화를 위한 ‘문·안 드림토크 콘서트’를 제안한 뒤, 소설가 황석영 씨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야권의 원로 모임인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가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안 후보 캠프에서도 역풍을 우려한 듯 최근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언급이 잦아지고 있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지난 10월22일 서울 공평동 캠프에서 “국민께서 단일화 과정을 만들어주시면 그에 따르고 승리할 것”이라며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을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말했다. 박 본부장이 기자들이 묻기도 전에 단일화 이야기를 꺼낸 것은 처음이다.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도 지난 10월26일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개혁은 단일화를 할 수 있는, 야권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정치개혁이지 정권교체가 아니다”라는 안 후보의 기존 입장에 비해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시기는 후보등록일인 11일25일 직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단일화를 위한 공식 테이블이 조만간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다음 주 단일화와 관련한 공식적인 채널이 가동될 수 있다”면서 “논의 테이블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연대, 정치혁신, 단일화의 방법과 시기 등을 논의하는 각각의 테이블이 마련될 수 있다는 얘기다.

손학규의 사람들 속속 안철수 캠프로
지난 10월22일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경선 당시 손학규 상임고문을 도왔던 특별보좌관이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하는 등 이른바 손학규의 사람들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안 후보 캠프로 합류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안 후보 캠프의 유민영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학규 민주통합당 예비후보 선거본부 조직특보를 맡았던 이태흥 씨가 정책팀장을 맡았다”고 발표했다. 이 신임 팀장은 1963년생으로 광주 동신고와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영국 헐대학에서 석박사를 땄다. 이후 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을 거쳐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경선에서는 손학규 선거대책본부 조직특보로 활약한 바 있다.
손 고문 쪽 인사가 안 후보 캠프에 합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손 고문의 측근 중 상당수가 안 후보 캠프로 이동했다. 손 고문 경선캠프에서 공보특보를 맡았던 강석진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이 캠프 내 국민소통자문단 자문위원으로 위촉됐고 정책을 총괄하며 '저녁이 있는 삶'이란 표어를 만들었던 허영재 전 송민순 의원 보좌관도 정책메시지 담당자로 안 후보 측에 가세한 바 있다. 민주당 상근 부대변인을 지낸 김경록씨도 기획2팀장으로 임명됐다.
이 같은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과거 안 후보를 향한 손 고문의 발언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손 고문은 지난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제가 안 교수에게 정치를 권유했다”며 “안철수 교수는 올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취임했다. 그 기관을 제가 만들었다”고 안 후보와 인연을 소개한 바 있다.
손 고문 외에 민주당 상임고문 측근들이 속속 안 후보 캠프에 합류하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정동영 고문의 보좌관을 지낸 정기남 국가비전연구소장, 정세균 고문 측근인 박인환 전 국민일보 편집국장도 안 캠프에 합류했다. 이에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개인적인 선택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문 후보 측은 손 고문 등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편 안 후보는 이날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 비서관 출신인 이정현 전 여성부 사무관을 비서실 2팀장으로 임명했다. 딜로이트컨설팅 컨설턴트 출신인 홍석빈 씨가 정책 부대변인으로, 홍익대 법대 교수인 조희경 씨가 외신 부대변인으로,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김성대 씨가 공보팀장으로 임명됐다.
한국경제TV 취재파트장 출신인 한창호 씨가 상황팀장으로, 대주회계법인 컨설턴트 출신인 강동호 씨가 지역협력팀장으로 선임됐다. 이밖에 진보네트워크센터 출신 윤태곤 전 상황팀장은 상황실 부실장으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대표 출신인 박왕규 대외협력 2팀장은 대외협력실 부실장으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출신인 최원일 비서실 2팀장은 대외협력실 2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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