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이 장애인복지패러다임의 전환 가져올 것”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아무리 유능하고 재산이 많다 하더라도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정신적인 괴로움과 불행의 늪으로 빠져든다. 결국 행복은 재산과 부, 능력이 아닌 기나긴 삶의 여정에서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있을 때 행복의 참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는 많은 장애인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과연 진정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는 다시 한 번 되짚어봐야 할 사안이 아닐까. 겉모습의 차이에서 벽을 세우지 말고 내면의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장애인과 일반인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될 것이고 이러한 모습은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를 가늠하는 아주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최근 들어 장애인의 자립생활은 한국의 장애인 복지에 있어 장애인 당사자와 전문가 사이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전문가 중심에서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참여로 전환되는 것이며 동시에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을 포함하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추세를 대변하는 21세기의 큰 흐름이다.
전 세계의 많은 전문가 및 장애운동가들이 자립생활에 대해 정의를 내려왔다. 그들의 말을 종합해 본다면 자립생활이란 ‘장애인이 자신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그 결정에 대하여 위험을 동반할지라도 그에 대한 책임은 당사자 자신이 지며, 자신의 인생에 대한 창조적 삶을 영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존의 신체적 독립이나 경제적 자립에 국한된 의미가 아니라 ‘삶’ 그 자체에 대한 결정과 관리가 당사자의 책임 하에 행해지는 장애인의 권리차원의 일인 것이다.

선진국 자립생활 운동에 한국적 자립생활의 터 마련

장애인의 자립생활이념 보급과 권익옹호, 그리고 장애인의 역량강화를 통한 리더 양성, 장애인들의 고용창출과 개인별 장애유형 및 생애에 맞는 서비스 제공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Good Job 자립생활센터(김재익 소장)는 자조집단 활성화를 통한 지역사회 변화와 편의시설 모니터링 역할을 진행함과 동시에 자립생활센터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서비스로 중증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신장하여 지역사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사회통합을 이끌어 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 소장은 “21세기 장애인 복지현장의 올바른 지향점은 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의 움직임에 동참·연대하는 것이며, 이런 시스템으로 선진국 자립생활 운동에 한국적인 자립생활의 터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중증장애인들이 자립생활과 직업유지를 하기 위해 활동보조인 및 근로지원인 제도가 정착이 된다면 일반인들에게는 새로운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지고, 중증장애인은 지역사회 내에서 한 시민이자 동반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소장이 말하는 활동보조인 제도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의 활동 및 움직임을 지원하는 제도를 말하며 근로지원인 제도는 머릿속에서는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데 장애로 인해 업무상의 애로가 있는 점을 보조해주는 것을 말한다.
김 소장은 장애인 문제는 신체적, 인지적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환경의 문제라고 꼬집는다. 사회환경을 변화시켜서 장애인이 일반인과 똑같은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 이 부분은 정부의 정책과 국민의 인식이 함께 성숙한 뒷받침이 될 때 이루어지는 일이기에 김 소장은 장애인 자립생활에 모든 정부부처가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을 전했다.

장애인과 관련한 몇 가지 사회적 문제를 거론하자면 우선 ‘부양의 문제’가 있다. 가령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버림받은 경우 기록상의 부모가 일정한 수익을 올리며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면 수급자로 지정되지 못한다. 이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행정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보험의 문제’이다. 장애인에게는 민간보험 가입이 제한된다. 특히 뇌나 신경계통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전혀 적용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실례로 김 소장 본인이 얼마 전 목디스크로 인해 수술비가 천만 원이 넘는 거액이 나왔다. 일반인이 같은 수술을 받을 경우 보험혜택을 받아 300만 원 가량의 수술비를 부담한다는 사실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불공평한 처사인지 알 수 있다. 김 소장은 “홍보용, 전시용 사회복지, 하드웨어 중심의 사회복지가 아닌 소프트웨워와 아이디어 중심, 장애인을 진정으로 위하는 생애주기별·장애유형별·장애정도별 맞춤식 사회복지로 변모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의 사각지역을 만들면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전국에 많은 장애인 시설이 있지만 인권을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은 현실 속에서 장애인이 마음 놓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본적인 사회환경을 조성해 통합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통합사회에서 추구해야 할 장애인 문화체육부분에서는 장애인 문화·스포츠·여행 바우처의 확대와 장애인 체육활동 지원 및 저변확대, 장애인 독서환경 구축을 위한 도서관 서비스 강화, 장애인 관광산업 활성화, 장애인 문화·체육·관광·고충처리상담지원센터 운영 등 장애인에게도 공평한 사회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모로 힘써야 한다.

장애인의 권익옹호와 자립생활이 장애인 복지의 기본가치

자립생활의 이념과 그 서비스 전달체계인 자립생활센터로 인해 잠재력을 실현하고 긍정적인 삶의 변화와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사회참여가 가능하게 된 수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중증장애인들이 사회활동을 하며 스스로의 권익을 옹호하고 자신이 속해있는 지역사회에 참여함으로써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의 재활패러다임과 장애인복지관 중심의 서비스 전달체계로는 이끌어 낼 수 없었던 변화를 자립생활 센터들이 10여년 만에 이루어 낸 것이다.
한편, 자립생활 이념과 가치가 도입되었을 때 많은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의 자조와 동료 지지의 형태로 자립생활 서비스 전달체계인 자립생활센터가 출발하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 지역사회의 풀뿌리 자생조직으로 비영리민간단체로 운영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법적, 제도적 지원체계가 미비하고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장애인복지패러다임인 자립생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수많은 중증장애인들의 삶에 지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것이 계속 지역사회나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의 선순환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전달체계인 자립생활센터의 법적 지위와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김재익 소장은 “자립생활의 가치를 평가해 볼 때 기존의 보호와 재활중심이 아닌 장애인의 권익옹호와 자립생활이 장애인 복지의 기본가치로 법체계와 국가 장애인 정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진정으로 지역사회에서 지랍생활센터가 새로운 장애인 복지 서비스 전달체계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자립생활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는 중증장애인들에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이런 점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법적, 행정적, 예산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재익 소장은 본인 역시 중증장애인으로 삶을 살아 오면서 진정한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자립생활을 통해 장애인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오늘도 중증장애인들과 함께 웃고 울고 호흡하며 Good Job 자립생활센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장애인과 일반인의 차별이 없이 서로가 동등하게 바라보며 어깨동무 할 수 있는 그날을 만드는데 김재익 소장과 Good Job 자립생활센터 직원들이 빛과 소금과 같은 역할로 자리하길 기대해본다.    
■ 후원문의: 02)568-2270/www.goodi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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