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3단계 사업 통해 한국인 실정에 맞는 진료권고안 확립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따른 전반적인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고혈압 비만 당뇨병 이상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의 발병률이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당뇨병은 실로 전세계적인 유행성 질환이라고 할 만큼 그 유병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은 당뇨병 발생의 증가율이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어 국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근거창출임상연구 국가사업단 산하 2형 당뇨병 임상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센터장을 맡고 있는 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센터 김영설 교수를 찾아 연구 현황을 확인해 보았다.

당뇨병 관련 사망자 OECD1위 ‘불명예’…
경희대학교병원 주관 공동임상연구 ‘활발’

2004년 기준 우리나라의 당뇨병 환자는 약 520만명으로 추산되며 당뇨병과 관련된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34.7명에 달해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당뇨병 및 그 관련질환으로 인한 의료비 역시 5조원에 육박하고 있어 현재 당뇨병과 관련된 보건문제는 실로 국가적인 재앙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2020년 우리나라의 당뇨병 환자는 무려 8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형 당뇨병 임상연구센터장 김영설 (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센터) 교수는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에서 당뇨병의 증가가 폭발적인 현상에 대해 “한국인은 서구인에 비해 선천적으로 인슐린 분비능이 낮아 유전적 혹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인슐린 저항성이 유발되면 쉽게 당뇨병에 이환되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한국인의 당뇨병 치료는 주로 서구인을 대상으로 한 진료지침에 의존하고 있어 과연 한국인의 임상적 특성이 반영된 적합한 치료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 실태의 한 사례를 소개했다. “하루에 1800㎉를 섭취해도 50%는 밥이나 빵같은 간식 위주로 섭취하고, 25%는 고기나 생선같은 단백질을, 나머지 25%는 채소를 먹어서 균형잡인 식사요법을 해야하는데 당뇨병이라 진단된 순간부터 많은 환자들이 밥과 김치만 먹고 이외 다른 영양소, 특히 육류 섭취를 기피하곤 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환자들의 임상 경과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들은 한국인들 고유한 생활습관과 임상적 특징을 심층적,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이에 근거한 다양한 임상진료지침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에 맞는 올바른 진단 및 치료 권고안이 개발, 보급되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것이 김영설 센터장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기관 공동임상연구의 활성화가 무엇보다 필요한데, 국내 당뇨병 임상연구의 기반을 구축하고 임상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5년부터 경희대학교병원을 주관연구기관으로 한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NSCR) 산하 ‘2형 당뇨병 임상연구센터’사업이 시행, 운영되고 있어 의료계의 비상한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센터, 한국인 특성에 적합한 표준 임상 진료지침 개발 및 보급

한국인 특성에 적합한 표준 임상 진료지침의 개발과 보급을 위해 2형 당뇨병 임상연구센터는 3단계에 걸친 대규모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1단계는 제2형 당뇨병 임상연구의 인프라구축, 2단계는 임상연구의 활성화, 최종적인 3단계에서는 한국인 실정에 맞는 진료권고안을 확립한다는 것이다. 김영설 센터장은 이 센터의 연구활동에 대해 “2형 당뇨병 임상연구센터는 당뇨병 및 당뇨병 고위험군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인 제2형 당뇨병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근거중심의학을 통해 한국인의 특성에 적합한 표준 임상 진료지침을 개발하고, 개발 이후 실제 의사와 환자들에게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를 통해 한국인에서의 ‘제2 당뇨병의 발생률 및 이와 관련된 사망률을 감소시켜 국민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 의료재정의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당뇨병에 대한 국내 임상의학 수준을 높여 선진국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영설 센터장, 당뇨병 분야 수백여 편의 논문 등 국내 최고 권위자

 김영설 센터장은 현재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및 경희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장 겸 의과대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장을 비롯, 경희의료원 동서의학대학원장, 경희의료원 동서의학연구소장, 경희의료원 의학정보센터소장, 경희대 내분비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동안 대한내분비학회 이사장, 대한당뇨병학회 회장, 대한내과학회 부회장, 대한비만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다양한 학회 활동을 해왔다. 김 센터장은 내분비, 대사, 비만, 지질, 당뇨병 분야에서 수백여 편에 달하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80여편의 저서와 역서를 펴내기도 한 국내 최고의 명의 중 한 사람이다.

당뇨병 발생 연령대가 점점 젊어지고 있지만 현저한 증상이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김 센터장은 당뇨병 환자들의 운동과 관련, “평상시에 운동을 안하다가 합병증이 오면 그때서야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문제”라며 “합병증이 발생한  시기에 운동을 하면 오히려 몸에 무리를 주어 병세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뇌졸중이나 심혈관질환이 매우 빨리 진행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당뇨병이라고 강조하던 김 센터장은 “요즘은 당뇨병에 의해 암 발생의 위험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국가적으로 당뇨병에 대해 좀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면 결과적으로 뇌졸중이나 심혈관질환, 암 같은 돈이 많이 드는 질병의 발생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라 말했다. 

 김영설 센터장에게 몸이 아픈 환자만을 대하는 의사들은 평소 어떻게 건강관리를 해올까? 질문을 던졌더니 “건강은 다른게 없습니다. 규칙적인 생활과 시간이 되는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걷고 있습니다. 그것밖에 없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제는 100세 시대라고 말하는 김 센터장은 “의사들 자신이 먼저 모범을 보이고, 자신의 경험이나 철학을 환자들에게 전해주면 의사와 환자가 같이 생산적인 100세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고유 유전자를 찾는 것이 꿈이라는 김 센터장은 의학을 전공하여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의학은 관찰과 해석의 학문입니다. 환자를 관찰하고 왜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지에 대한 의문을 분석하고 해석을 내려야 합니다. 이러한 해석을 통해 환자 한사람 한사람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에 의학을 전공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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