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급 늘리기 보다 사용 줄여야

2011년 3월11일 미야기, 이와테, 후쿠시마, 아키타, 야마가타 등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의 5개 현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는 더 큰 재앙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해안에 위치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가 폭발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꼭 1년을 맞았다.

일본정부와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심각한 사고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일본원자력기반기구는 “원전의 수명을 40년으로 볼 경우, 운전기간 중에 심각한 사고를 일으킬 확률은 후쿠시마 제1원전은 10만분의 1.71”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증유의 자연재해 앞에 일본정부의 자신감은 무너져 내렸다. 현재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원자로는 모두 53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2기(基)만 남기고 나머지 원자로는 가동을 중단시켰다. 그나마 그것마저 4월말엔 가동을 중단시킬 예정이다.
원전 사태는 후쿠시마 지역은 물론 일본 전역에 경제적, 사회적으로 타격을 가했다. 시야를 경제적인 측면에 한정해 보자. 일본은 자원이 없어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일본의 해외에너지 의존도는 79.2%에 이르는 실정이다. 이에 일본은 자국내 전력 소비량의 29%를 원자력발전으로 충당한다. 전력량 면에서 세계 제3위다.

연료비와 운전비용을 감안해 볼 때, 원자력은 화력발전에 비해 경제성이 뛰어 나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총합자원에너지조사회 전기사업분과회가 계산한 발전단가를 보면 1kw당 원자력은 5.3엔인데 비해 화력발전은 2배인 10.7엔에 이른다.
원자력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나가려면 대체 에너지 개발은 불가피하다. 원자력을 포기하고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데 따르는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일본 경제는 장기불황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후쿠시마 사태, 먼 나라 이야기 아냐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한국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다. 일본과 에너지 수급 구조도 매우 유사하다. 만약 후쿠시마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떤 파급효과가 미칠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정부는 사고 발생 이후 줄곧 국내 원전은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느 누가 후쿠시마와 비슷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큰 소리 칠 수 있을까? 한국은 일본에 비해 지진, 해일, 태풍 등과 같은 자연재해는 덜한 편이다. 그러나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고질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역사에 기록될 만한 대형 참사의 대부분이 인재(人災)였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원전은 작업자의 사소한 실수 하나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 고리 원전 1호기에서 지난 달 9일 약 12분간 전원공급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결과 운영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이를 한 달 가까이 은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열악한 안보상황도 원전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변수다. 원자력발전소를 목표로 9.11 사태를 본 뜬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은 늘 배제할 수 없다.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인데다, 전쟁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고민은 원자력을 대체할 마땅한 에너지원이 없다는 데 있다. 풍력, 태양광 등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경제성면에서 단가가 높은데다 공급능력마저 의문시 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위험천만하지만 원자력 발전을 고수해야 할까?
에너지에 대한 고민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에너지 사용을 줄여 나가면 되는 것이다. 사실 한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반면 독일, 미국 등 에너지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에너지 사용량 절감을 전제로 정책을 개발해 나갔다. 이제 이들의 지혜를 배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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