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절망의 시대에 바치는 애가 『너의 그림자를 읽다』

   
▲  질 비알로스키 지음 | 김명진 옮김 | 펴낸 곳 북폴리오
세계보건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자는 1만 5,400명, 하루 평균 42.2명, 34분마다 1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자살률은 한해 전보다 20%, 10년 전보다는 두 배 이상 늘었으며 OECD국가 평균의 세 배에 달하며 현재 10대부터 30대 연령대의 사망 원인 1위이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 ‘자살 공화국’의 불명예를 얻었다.

지하철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은 발전하였고, 과거보다 풍족한 의식주를 누리고 있음에도 현대인들의 자살률이 천정부지로 늘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절망은 과연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인가? 자살이라는 사회적인 현상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자살은 과연 막을 수 있는 것인가?

시인이자 심리연구가인 질 비알로스키는 이러한 의문을 저서『너의 그림자를 읽다_어느 자살생존자의 고백』에서 집요하게 파고든다.

절망의 미스터리 탐구하리
저자 질의 동생은 21살의 젊은 나이를 일기로 갑작스럽게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어째서 자살을 했을까. 나는 왜 그것을 막지 못했나?’ 동생의 무덤 앞에서 그 절망의 미스터리를 탐구하리라는 저자의 담담한 독백으로부터 시작한 이 책은 한 소녀의 위태로운 삶을 기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하기 위한 여정이다.

저자는 가족의 역사와 킴의 의무기록, 일기와 같은 개인적인 자료를 수집하면서 기억과 감성을 넘나든다. 이 눈물겨운 여정이 자칫 개인적이거나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수년에 걸친 학문적 탐구 덕택이다.

저자는 자살이 가진 보편적인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과 생물학, 철학, 신화 등 절망의 심리에 관한 풍부한 사회과학적 고증을 수년에 걸쳐 진행했다. 또 자살 연구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슈나이더만 박사를 만나 함께 자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을 분석하는 ‘심리부검’을 진행한다.

이 책은 잃어버린 이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슬픈 회고록인 동시에 절망과 자기 파괴의 심리를 파헤친 연구서이다.

감춰진 진실을 하나씩 밝혀나가는 탐구자의 지적 호기심, 그리고 동생을 몹시 사랑했던 언니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져 있으며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인의 투명한 눈과 시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문학 언어의 기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 책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타임>, <피플>, <워싱턴 포스트>, <퍼블리셔스 위클리>, <오프라 매거진>, <엘르> 등 세계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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