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푸드(Slow Food)로 전통 계승할 터

시중에 유통 중인 대부분의 장류는 재래식 장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러한 식품은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여러 가지 첨가물을 혼합하여 만든다. 이러한 제품이 고품질의 국산농산물만을 사용하여 전통방법인 재래식으로 만든 제품과는 영양적인 면에서 비교될 수 없다. 소비자의 웰빙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 제품 특히 친환경 먹을거리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요즘. 전통장류식품명가를 기치로 내건 ‘황금주걱플러스(www.goldscoop.co.kr)’의 이효숙(61) 대표를 찾았다. 빠르고 간편함이 현대인의 코드로 자리 잡은 오늘날. 이효숙 대표는 패스트푸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슬로우 푸드’의 매력을 전한다.

‘황금주걱플러스’. 이름이 재미있다. 우리 전통 제품(장류)을 황금으로 비유하고, 주걱으로 장을 뜨기 때문에 황금주걱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게다가 전통장에서 진일보해서 기능성을 추가했다는 의미로 ‘플러스’를 붙여 ‘황금주걱플러스’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황금주걱플러스’는 2010년 12월, 경기도농업기술원과 광주시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경기도 광주시 농촌여성 창업지원 사업장이다. 약 80평 규모의 제조시설과 제품을 발효시킬 수 있는 공간인 장독들이 약 200평의 부지 내에 포진해 있다. 된장, 토마토고추장, 솔잎발효음료, 청국장 등 발효제품이 주요 생산품. 사용되는 원료는 100% 우리 농산물이며 감미료, 방부제, 색소 등 화학적 첨가물은 일절 사용하지 않은 자연발효식품이다.     

‘슬로우 푸드’인 전통장에 기능성 추가

슬로우 푸드 운동은 맥도널드의 ‘패스트 푸드’에 반대해 1986년부터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식생활운동이다. 대량생산·규격화·산업화·기계화를 통한 맛의 표준화와 미각의 동질화를 지양하고, 나라별·지역별 특성에 맞는 전통적이고 다양한 음식·식생활 문화를 계승 발전시킨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패스트푸드 문화 역시 소비자들의 입맛을 빠르고 값싼 식품으로 되돌려놓은 지 오래다. 된장, 고추장 등 고유 발효음식인 우리 전통 장류에서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다. 기계화로 대량생산된 장류가 전통 장류를 제치고 우리 식탁에 버젓이 자리하고 있다. 슬로우 푸드 중 대표적인 식품인 장류에 웰빙 코드인 기능성을 접목하여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는 이효숙 대표는 전통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전통장과 개량장의 가장 큰 차이는 발효에 있습니다.”

주로 대기업에서 제조하는 개량장이 공장 기계 안에서의 인위적 발효공정인 반면에 전통장은 자연 조건 하에서 충분한 자연발효가 되기 때문에 영양적인 측면에서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연발효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담겨있다. ‘느림의 미학’이라 했던가. 인위적 첨가가 아닌 자연(자연스러움)이 주는 아름다움과 이로움은 맛에 오롯이 깃들게 마련이다. 시중에서 장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똑같은 장인 줄 알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통장과 개량장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황금주걱플러스’의 장 또한 전통 재래식으로 만드는 장이지만 일반 전통장과도 다르다. ‘플러스’가 괜히 붙었겠는가.

‘황금주걱플러스’의 장은 장에 들어가는 소금부터 다르다. 일반 소금이 아닌 3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소금은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이곳의 된장 맛이 처음엔 짜지만 뒷맛이 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콩도 자체 재배한 콩이나 국산콩을 수매해 사용하기 때문에 국산콩의 단맛과 소금이 어우러져 짜면서도 달달한, 독특한 맛을 내고 있는 것이다. 
‘황금주걱플러스’의 주력 상품 중 하나인 토마토 고추장도 독특하다. 친환경 토마토로 유명한 ‘퇴촌(광주시 소재)’의 토마토와 양파를 발효·숙성시켜 만든 고추장이다. 토마토의 대표적 성분인 ‘라이코펜(Lycopene)’은 유해산소를 없애 전립선암, 심장병 등을 예방하는 항산화 성분으로 꼽히며, 피를 맑게 해주는 양파의 기능 또한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 몸에 유용하다.

또 ‘황금주걱플러스’에서 야심차게 만들어낸 기능성 발효음료가 있다. ‘솔잎발효액540’이 바로 그것. 장류기업 이미지와는 궤를 달리하는 식품인데, 제품이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란다. 소나무에서 딴 송순을 발효시켜 빚어낸 기능성 음료가 바로 ‘솔잎발효액540’이다. 이 대표 소유 부지에 있는 소나무가 무려 500여 그루. 솔잎은 장기간 생식하면 늙지 않고 몸이 가벼워지며, 힘이 나고 머리가 검어지고 추위와 배고픔을 모른다고 해서 신선식품이라고 일컬어진다. 이 솔잎을 어떻게 이용할까 고민하다가 기능성 발효음료를 만들어냈다. 진한 원액이라 물과 혼합해 마시는데, 맛이 기막히다. 그윽한 솔향이 미각을 통해 정신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전통을 계승하는 기업 만들 터

그간 이 대표는 전통을 계승하겠노라는 포부만큼 준비도 차근차근 다져왔다.
1년 전에 개소식을 한 ‘황금주걱플러스’는 사실 개소식하기 수년 전부터 장을 준비해왔다. 묵은 장을 마련해야 됐기 때문이다. 묵은 장이 맛있다는 옛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한국식품연구원 구민선 박사팀은 ‘장기 숙성 전통 된장의 특성 규명을 위한 기반연구’ 결과를 통해 2~3년 숙성된 된장이 생리활성기능은 물론 최고의 맛과 품질을 나타내는 것으로 연구결과를 밝힌 바 있다.

개소식에 맞춰 준공된 신축 건물. 보통은 전통 식품을 만드는 곳은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내부는 HACCP인증 기업처럼 깔끔한 규모를 갖추고 있다. 1층 제조장에는 작업 시에는 출입을 금할 정도로 관리를 하고 있다. 건물 2층에 있는 건조실에는 메주가 새끼줄에 주렁주렁 달려있고, 건물 밖 200여 평 부지엔 장이 그득히 담긴 장독들이 옹기종기 모여 ‘황금주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선 품질관리를 우선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장이 담겨 있는 항아리 관리가 중요한데 일반 가정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제품 검사도 공식 외부의뢰기관에 의뢰해 자가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있단다. 그야말로 현대식 시설 이미지에 전통식품의 구수한 이미지의 조화가 아닐 수 없었다.

이효숙 대표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교육에도 열심히 참여함으로써 전통 방식에 더불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쌓기에 여념이 없다. 이 대표의 아들이자 ‘황금주걱플러스’를 총괄하고 있는 정인섭 실장은 가업을 잇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대표와 한뜻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경영을 전공하면서도 식품 관련 강의와 공부에 열의를 쏟아왔고, 현업에 몰두하며 이론과 실제의 차이에 대해서도 많은 경험치를 쌓고 있다고 전했다. “‘음식’이 내가 먹는 것이라면 ‘식품’은 내가 만들어 남이 먹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우수한 제품으로 우리 전통을 계승하는 기업을 만들 것입니다”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이건 ‘황금주걱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토마토 고추장, 전통재래식된장, 청국장, 솔잎발효액입니다”라며 제품들을 내놓은 이효숙 대표. 개량장은 물론 일반 전통장과의 비교도 거부하는 이 대표의 강단 있는 자부심의 표현이었다. 5년 이내 연매출 5억 원 규모로 만들고 일본 시장에 수출할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는 ‘황금주걱플러스’의 전통 계승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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