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와 후배들을 위한 든든한 언덕이 되어 소통할 터

사람의 됨됨이를 알려면 그의 친구를 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말 뜻을 좀 더 확장해 보면 한 학교의 위상을 따지기 위해서는 동문회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른바 명문학교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현재의 여러 조건에 더해 오랜 세월 쌓아온 이름의 두께를 확인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올해로 개교 49주년을 맞이하는 서교초등학교. 그들이 개최한 제1회 송년회&서교인의 밤에 참석한 후에야 그 말뜻을 보다 또렷이 알아차릴 수 있게 됐다.

늦은 동문회를 타박할 수 없는 이유

서교인들의 역사는 반백년에서 딱 일 년이 모자란다.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뜻 깊은 역사에 또 한 결을 더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지난 11월19일 신촌 거구장 컨센홀에서 거행된 이들의 첫 번째 송년회는 설렘과 환호가 공존하고 있었다.
지난 1962년 7월 개교한 서교초등학교는 지역사회에서는 물론이고, 전국을 아우르는 명문학교로 명성을 쌓아왔다. 그 명성의 팔 할은 학교에서 배움을 받아나간 선배들의 눈부신 활약 덕분이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리더층에 포진해 국가성장동력의 거대한 톱니바퀴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서교인의 동문회는 올해 7월에 결성됐다. 초대 총동문회장으로 2회 졸업생인 안정근 동문이 선임됐으며, 정확히 개교 49주년을 맞은 7월12일 저녁 모교에서 총동문회 총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만장일치로 선임됐다. 그리고 11월19일 첫 번째 송년행사를 열었던 것이다.
서교인의 동문회 결성이 조금 늦었다고 해서 타박할 일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서교인들은 이미 사회의 지도층 안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보이지 않는 연대의 힘을 축적해오고 있었을 뿐이다. 다만, 개교 50주년을 한 해 앞둔 올해에 그동안 응집되어 왔던 저력을 한 데 모아 서교초등학교총동문회라는 울타리를 다시 하나 그었을 뿐이다.

소통으로 더욱 끈끈해지는 ‘명문 서교’가 될 것

안정근 총동문회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이날의 송년회는 시종 흐뭇하고 뜨거운 분위기로 이어졌다. 안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반세기 만에 만들어진 동문회가 서교사랑의 구심점이 되어 동문 간의 소통이 더욱 원활하게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모교를 위한 총동문회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안 회장은 총동문회 활성화를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동문조직의 적극적인 활성화를 통해 ‘명문 서교’의 당위성을 알리는 장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동문소식을 실시간, 쌍방향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매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향후 개인적인 친목이나 협조한 필요한 동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친목을 중시하는 총동문회가 되자고 독려했다. 이어 훗날 자라나는 후배들이 명문 서교인으로소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장학회 등을 설립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안 회장이 한국자막방송 회장 및 시사매거진 상임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언론인이라는 점에서 그가 강조한 동문 간의 끈끈한 결속력과 소통은 구체적인 약속이자 실천항목으로 받아들여진다.

동문 한 사람, 한 사람이 빛났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박홍섭 마포구청장과 정청래 17대 국회의원 등 10여 명의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해 명문 서교의 높은 위상을 짐작케 했다. 정 前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대한민국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서교인들의 활약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중·고등학교가 아닌 초등학교 동문회가 이토록 탄탄하게 결집한 모습이 놀랍기까지 하다”며 부러움을 나타냈다.

또한 자랑스러운 서교인상을 수상한 3회 윤학수 동문이 참석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공군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공군중장으로서 국방정보본부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윤 장군은 서교인 특유의 성실함과 유능함을 인정받아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 국방장관, 한미연합사 사령관 등이 수여하는 공로표창을 받는 등 범서교인들의 명예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어 총동문회를 구성하기까지 남다른 애정과 노력을 기울인 안수명 2회 동문과 민종우 4회 동문이 각각 감사패와 공로패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이날의 송년회가 뜻 깊게 보였던 것은 과거의 서교인만이 아닌 현재의 서교인이 함께 참석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이날 행사에는 서교초등학교를 이끌고 있는 조성심 교장이 참석해 동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 교장은 “지난 9월2일 서교초등학교에 부임했다”고 밝히고 “지역사회는 물론 대한민국의 명문 초등학교로 알려진 본교의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감격과 함께 막중한 의무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명문 서교가 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지 알게 됐다”며 향후 학교 운영에 있어서 선배 동문들 못지않은 인재양성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6학년에 재학 중인 전교어린이회장 민정식 군이 참석해 까마득한 선배들께 인사를 드렸다. 민 군은 ‘선배님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인사말을 통해 “선배님들이 사회에서 활약하는 소식을 여러 매체들을 통해 접했다”며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민 군은 “현재 서교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모든 어린이들을 대표해서 선배들이 일궈주신 명문 서교에 걸맞는 인재로 자라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행사의 식순에 따라 몇몇 동문들이 빛나는 이름을 외쳤지만, 사실상 그날 참석한 200여 명의 동문 모두가 빛나는 자리였다. 졸업기수 별로 마련된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얼굴에는 커다란 미소가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배들을 위한 든든한 언덕이 될 터

행사 직후 만난 안정근 총동문회장은 “동문회가 졸업생만의 친목모임을 넘어 미래의 대한민국 리더라 할 수 있는 후배들을 지원하고 보살피는 든든한 언덕으로 키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인사말에서 언급했다시피 동문네트워크의 활성화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매개로 한 활발한 교류활동을 통해 동문들 간의 소통통로를 더욱 확장시키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유익한 정보와 지원거리들을 모교로 집중시키겠다고 말했다.
지난 반백년에 이르는 세월이 한 결씩 쌓여 서교초등학교는 명문 서교라는 이름으로 거대한 언덕을 쌓았다. 이에 총동문회가 또 다른 언덕이 되어 모교와 후배들을 지탱하겠다고 하니, 서교초등학교가 앞으로 쏟아낼 글로벌 리더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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