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식을 넘어 글로벌 푸드로 발돋움하는 우리의 김치

이 맘 때쯤이면 집집마다 매콤하고 풋풋한 냄새가 피어오르기 마련이다. 바야흐로 김장철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식량, 김치가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김장이 있는 날엔 온식구가 모두 팔을 걷어붓이기 마련이다. 주부가 총지휘를 하고, 식구들은 그의 말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 그래야 일 년 내내 맛 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으니까. 지난해에 비해 배추값이 많이 떨어져 김장과 관련된 서민들의 가계부담이 적을 것으로 보여 올해 김장시즌은 한바탕 축제로 즐겨도 좋을 것 같다.

김치의 숨겨진 이야기들

김치는 배추와 무 등을 굵은 소금에 절여 씻은 다음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 등의 양념과 젓갈을 넣어 버무려 저장한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이다.
예로부터 사시사철 즐겨 먹는 음식이었으며, 근래에 와서는 그 맛과 효능이 뛰어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글로벌 대중음식으로 발돋움 했다.
이러한 김치의 종류는 많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매운 김치의 경우, 대표적인 조미료는 고춧가루와 젓갈 등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각 지방마다 특유의 재료와 요리법을 사용해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특색을 보인다.

김치가 언급된 가장 오래된 문헌은 약 3,000년 전 중국 문헌 ‘시경(詩經)’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오이를 이용한 채소절임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저(菹)’라는 글자가 나온다. 조선 중종 때 ‘벽온방’에 “딤채국을 집안 사람이 다 먹어라”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저’를 우리말로 ‘딤채’라고 했음을 알 수 있다.
현재는 배추김치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1900년대 전까지만 해도 김치의 주재료는 무였으며, 20세기에 들어 중국의 산동에서 배추가 수입된 후부터 배추김치가 널리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산동에 많은 김치 공장이 세워져 우리나라로 수출을 하고 있는데, 사실 배추의 원산지에서 제조되어 보급되는 셈이다.

무로 담근 김치, 즉, 무짠지는 김치와 달리 소금의 농도가 20%에 이른다. 육식을 주로 할 때에는 필수양의 소금과 무기질을 섭취하는 것에 문제가 없지만 채식을 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소금의 섭취가 필요한데 한국인들은 무짠지를 통하여 많은 소금을 섭취한 것으로 보인다.

매운 김치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아

17세기 이전에는 고추가 없었기 때문에 고추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후 고추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이를 사용해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
고추를 양념으로 쓰면 사용되는 소금의 양이 줄어든다. ‘임원십육지’에서 서유구는 고추를 김치에 많이 쓰면 무가 더욱 오랫동안 저장된다고 기술하였다. 고추는 부패를 더디게 하여 고추를 많이 넣으면 옅은 소금물에 절여도 김치 맛이 오래 간다. 또한 고추의 자극적인 맛은 소금만큼 식욕을 자극하고 탄수화물의 소화를 촉진시킨다.

김치에는 신종플루 예방 효과와 AI 예방과 치료에도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또한 심장병 예방을 비롯한 항암 효과와 노화 억제, 소화 촉진과 면역성 강화, 항균기능, 돌연변이 예방, 변비 예방 및 체중조절 효과, 바이러스 감염억제 효과, 콜레스테롤 억제효과 등 수많은 장점이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이러한 사실이 세계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건강전문지 ‘Health’에서 김치를 요구르트, 낫또(일본 발효콩)와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한 바 있다.

재료별로 다양한 김치의 세계

깍두기는 무를 이용한 김치로, 찹쌀가루로 풀을 쑤어 국물을 걸쭉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풀을 쑤어 넣게 되면 김치의 단맛이 좋아진다. 또한 여기에 마늘, 생강 등 많은 양념이 추가된다.
열무김치는 열무를 이용해 담그는 김치로 무와 함께 무청도 함께 쓰이는 김치이다. 열무를 소금에 절였다가 헹구어 낸 뒤에 찹쌀풀로 버무려 열무 특유의 떫은맛을 제거한 다음 고추장 등과 버무리고 국물을 부어 맛을 내는 김치이다. 주로 배추가 잘 나지 않는 여름철에 많이 이용된다.
동치미는 무를 이용한 김치 가운데 하나로서 흔히 겨울 전 김장철에 준비한다. 무를 원통형으로 4 센티미터 정도로 자른 뒤에 소금에 절였다가 국물을 부어 넣고 발효시킨다. 나박김치는 동치미와 비슷한 물김치이다.

다만 동치미는 무만을 가지고 만들고 저장용 김치이나, 나박김치는 무와 쪽파, 사과와 배 등을 넣어서 국물을 달게 만들고 바로 먹는 다는 점이 다른 물김치이다.
오이김치는 말 그대로 오이를 이용한 김치로 오이소박이라고도 불린다. 오이를 10 센티미터 정도로 통째로 자른 뒤,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낸 다음 부추를 기반으로 한 양념을 채워 넣은 김치이다.
갓김치는 주로 전라남도 지방에서 즐겨 먹는데 갓으로 담근 김치이다. 갓 특유의 독특한 매운 맛과 톡 쏘는 맛이 특징이다.

여수의 돌산 갓김치가 유명하다. 파김치는 쪽파로 담그는 김치이다. 쪽파를 10센티미터 정도로 자른 뒤에 고춧가루와 젓갈 등으로 버무리는 간단하면서도 파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김치이다.
부추김치는 부추로 담그는 김치이다. 부추를 10 센티미터 정도로 자른 뒤에 고춧가루와 젓갈 등으로 버무리는 간단하면서도 부추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김치이다. 파김치와 비슷하다.
고구마줄기김치도 있는데, 껍질을 벗기지 않은 고구마줄기를 소금에 절이지 않고 바로 고춧가루, 마늘, 젓갈, 파 등으로 버무려 만든다. 이 고구마줄기김치는 발효시키지 않고 바로 먹기도 한다.

김치를 맛있게 먹는 방법

우선 신선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보관을 잘해야 한다든 의미인데, 냉장고를 이용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게 최상인데, 제일 맛있게 보관할 수 있는 온도는 0도씨로 알려져 있다. 시중에는 적정 온도를 유지해주는 전용냉장고인 김치냉장고가 판매되고 있다.
또한 김치는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특유의 새콤한 맛과 여러 채소들이 가진 독특한 향미, 고추의 매운 맛 여러 가지 부재료가 채소재료들과 함께 자연적으로 발효되면서 날것으로 먹을 때보다 오히려 더욱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보관기간이나 온도유지 실패로 김치가 물렁물렁해질 경우가 있다. 이럴 땐 보통 신맛이 강해 그냥 먹을 수 없는데, 이럴 때는 여러 가지 요리로 만들어 먹으면 된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신김치와 돼지고기를 넣고 끓이는 김치찌개가 있으며, 신김치를 물로 씻어 밀가루반죽에 넣어 부쳐 먹는 김치전, 배추김치와 두부 그리고 돼지고기 등을 다져 만두속을 넣어 먹는 김치만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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