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안정에 거리로 내몰리던 서민들 눈물 닦아줄까

정부는 최근 주택시장이 월세나 임대 위주로 재편되는 추세에 맞춰 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전월세 전환률 제한이나 전세자금 대출지원 등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11월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주요 정책실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5차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주택 및 금융시장 등을 논의했다. 이번 협의회에서 정부는 주택 및 금융시장과 관련해 전세가구 비중이 감소하고 월세임대 가구가 증가하는 등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며 이 같은 주택시장 재편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월세 및 임대 위주로 주택시장 제도개선

정부가 추진 중인 월세 및 임대 위주의 주택시장 제도 개선은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와 주택가격 안정에 기대감이 형성돼 매매수요가 임대수요로 전환되고 은퇴 이후 안정적 수익을 선호하는 노인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11월25일 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개최한 ‘거시정책협의’ 자리에서는 월세비중 확대가 가계소비, 주택시장, 주택금융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걸맞은 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도개선 방안으로 전·월세 전환률 제한과 전세자금 대출지원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정부와 여당 측에서는 현재 월세전환률 제한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월세 전환률이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전세보증금에서 월세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러한 비율이 높을수록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난다.
이를 테면 전월세 전환률이 8%라면 전세보증금 1,000만 원 중 8%인 80만 원을 월세로 부담한다는 뜻이다.
전·월세 전환률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6% 선이었다가 올 들어 8%로 급등하면서 월세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택임대시장 본격적으로 열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정부의 조치로 인해 주택임대시장이 활짝 열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세를 이어가면 전세의 감소 경향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70~80년대에 이뤄낸 급속한 경제성장과 높은 금리, 집값상승 등으로 전세시장이 크게 발달했었다.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예치하면 안정적이고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해당 집을 매입할 때 전세를 안고 사면 대출 부담은 덜면서 집값 상승의 차익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는 주택시장 분위기가 판이하게 뒤바뀌었다. 성장감소와 부동산 경기침체, 저금리 기조 등이 장기화된 탓이다. 특히 저금리 정책이 가장 큰 타격이었다. 은행에 전세금을 예치해도 이자 수입이 적고, 펀드 등 주식투자금으로 돌리기에는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의 주택시장은 월세 및 임대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재편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오랜 전부터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월세로 대표되는 주택임대시장의 경우 매달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기까지 안정적인 현금수입을 거둘 수 있다는 측면에서 투자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연구원 등 전문기관 역시 이러한 시장흐름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감정평가사, 공무원, 교수 연구원 등 부동산 전문가 1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6.1%가 장기적으로 볼 때 전세시장이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국내에는 조금 생소한 ‘주택임대사업’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시장에 대한 국내의 준비정도는 아직 미미하다는 평가다. 제도나 사업시스템 측면에서 아직 보완해야 하는 것이 많다는 뜻이다.
이렇듯 국내 정보가 부족함에 따라 일찌감치 주택임대시장이 활성화된 일본사례가 주요 롤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붕괴가 시작되면서 우리나라와 동일한 시장재편을 겪은 바 있다.

일본의 주택시장은 주로 신도시나 도시 외곽지역보다 도심지역 부동산이 강세를 띠고 있다.
최근 도심재생사업으로 개발된 도심복합단지들은 높은 가치를 기록 중이다. ‘롯본기힐스’나 ‘미드타운’, ‘마루노우치’ 등 도심권 재개발 복합단지들이 일본의 부동산 시장가격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해 오피스 단지를 조성했는데, 도쿄시내 오피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대형 오피스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사업이 크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도심권 주요 역세권 지역의 임대 맨션 시장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9.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역세권 이외의 맨션 임대수익 역시 평균 5~7%대의 수익을 냈다. 일본의 1년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익률이다.

초보 투자자를 위한 대비책 마련해야

이렇듯 주택임대시장의 핑크빛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이나 사례는 아직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주택임대시장에 뛰어들고 싶어도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투자자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주택임대사업의 전반을 운영하고, 관리해 주는 각종 대행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주로 대형 건설업체들의 손이 닿지 않는 틈새 영역을 노리는 수준인데, 이 역시 대부분 투자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시 말하자면 기존에 존재해 왔던 부동산 중개업소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임대시장의 경우 매물의 선택, 매입절차, 인테리어 그리고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복잡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행업체들은 단순히 매물을 소개하고 인테리어를 대행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주택임대사업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풀이되고 있다. 주택임대사업의 핵심은 해당 주택의 매입과 세입자에 대한 분양에 그치는 단순구조가 아니다. 주택이 한 번 쓰고 폐기하는 일회용품이 아니듯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관리가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매물중개에 머물고 있는 현재의 부동산 중개업체가 안고 있는 역량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오랜 세월 동안 부동산컨설턴트이자, 국내 주택임사업의 활성화를 주도해온 ㈜세원플러스 강충원 대표는 “투자자가 최소의 금액으로 최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세입자 역시 품질 높은 주택임대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대행업체의 도움이 절실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는 지금까지 좁은 국토 탓에 유독 ‘집’과 관련한 설움을 안고 살아와야 했다. 99%에 이르는 서민층에게 ‘집’은 평생을 두고 준비해야 하는 숙원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혜성처럼 등장한 주택임대사업이 이러한 우리 서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지 기대가 집중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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