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정신으로, 600여 년 김천방짜유기의 역사와 숨결을 수호하다

김천을 대표하는 명물로 그 오랜 역사적 전통을 이어 오고 있는 김천방짜유기공방이 지난 8월 김천 지좌동에 새롭게 터를 잡고 본격적인 방짜유기 생산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조상 대대로 명맥을 이어온 김천방짜유기의 복원에 평생을 바친 장인(匠人) 이운형 선생을 만나 김천방짜유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숙련된 담금질에서 탄생하는생명의 그릇

숙련된 담금질에서 탄생하는생명의 그릇 김천방짜유기공방에서 생산되는 방짜유기는 유기의 종류 중 가장 질이 좋은 제품으로, 78%의 구리와 22%의 주석이 정확한 비율로 합금된 최상급의 재료를 통해 전통의 기법을 고수하여 순수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옛날 임금님 수라상이나 고관들의 집에서만 사용될 정도로 귀한 식기인 방짜유기는 유기 자체의 미량 미네랄을 내포하고 있어 부패세균을 살균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각종 야채나 생선 등 음식물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싱싱함이 유지되도록 하고 보온 보냉이 좋아 요리직후의 온도를 유지하여 음식 맛을 살리는 일에도 적합하다. 또한 농약성분 등 오염된 물질이나 일산화탄소 등 유해한 성분과 접촉할 경우 즉시 반응을 보이며 이를 유기 표면에 흡착하여 음식을 중화시키는 방짜유기는 ‘생명의 그릇’이라 불리기도 한다.

 

일제 식민지 때 일본군의 유기 찬탈로 많은 유기가 전쟁물자로 전환되면서 각 가정의 유기그릇이 많이 소실되었으며, 근대화를 통해 스텐용기와 양은냄비 등이 보급되면서 대량생산이 어려운 고가의 유기제품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현대인들 사이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웰빙 그릇’으로 다시금 사랑받고 있는 방짜유기를 600여 년의 전통 그대로 만들어내고 있는 이가 바로 김천방짜유기공방의 대표이자 유기장인 이운형 선생이다. 

이운형 선생은 약240년 전 선조로부터 전수해온 김천유기의 명맥을 재현하고, 600년의 역사를 가진 김천유기가 진정한 방짜유기임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 10여 년 전 ‘김천방짜유기’라는 명칭을 직접 상표 등록하고 이를 계승해 나가고 있다.

제작과정이 까다롭고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며, 장인의 숙련된 담금질에서만 오롯한 그릇으로 탄생하는 김천방짜유기 그 생명력을 계승해 나가는 이운형 선생에게서 장인(匠人)의 혼을 느낄 수 있다. 

할아버지의 모진 회초리질이 지금의 장인을 만들다

방짜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리와 주석, 소나무 숯, 개흙 등이 필요하다. 예로부터 소백산 자락을 따라 영주와 문경 일대에 광산이 많았으며 황악산 줄기 따라 소나무 군락이 발달하여, 그 중심에 위치한 김천은 방짜유기를 만들기에 최상의 지역이었다. “특히 교통의 요충지로 서울로 상경하는 보부상들이 밀집하는 김천에 방짜유기를 만드는 공방이 성행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역사와 전통은 600여 년에 이른다”라고 말하는 이운형 선생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한 가업으로 이어온 방짜유기 기술만 240여 년이 넘으며 약 100여 년 전에는 현재 김천서비스공장자리에 본인에게 기술을 전수한 할아버지께서 ‘김천방짜공방’을 제작 생산했다고 덧붙인다.

장인의 혼이 담긴 방짜유기를 만들기 위해 40여 년 간 외길인생을 걸어온 이운형 선생이 있기까지 “할아버지의 피가 터질 정도의 회초리질이 김천방짜유기의 맥을 잇게 했다”라고 표현한다. 4형제 중 둘째인 자신에게 기술을 전수하고자 9살의 어린 손자에게 모진 매질을 아끼지 않으신 할아버지의 마음을 지금에서야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이는 이운형 선생은 과거 할아버지가 해온 방식 그대로 한겨울에도 새벽 4시 찬물에 샤워를 하고 기도를 드린 후, 정갈한 마음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도가니에 불을 지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세가 기울면서 한 때는 그 기술이 단절 위기에 놓이기도 했으나, 그 명맥을 이어나가려는 이운형 선생의 끊임없는 노력과 시와 도의 지원 하에 지금의 김천방짜유기를 재현해 낼 수 있었다. 

전 세계 모든 이가 사용하는 김천방짜유기를 만들고자
수차례의 담금질을 거쳐야만 어떤 충격에도 깨지지 않는 방짜유기가 탄생하며, 식기의 경우 틀로 찍어내는 주조기법을 사용하고, 수저와 물 항아리는 망치로 두들기는 단조기법을 사용한다. 일본의 동경대학 교수가 직접 한국 방짜유기의 기술력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이운형 선생을 찾아 3일을 연구해도 재현해 낼 수 없었으며, 선생은 “15년을 공방에서 일하며 전수받아야 수저 정도 만들 수 있다”고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방짜유기가 방사능 해독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가 한창이며, 미국, 캐나다, 중국 등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운형 선생의 바람은 전 세계 곳곳에 김천방짜유기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며 인류의 건강을 위해 생명의 그릇이라 불리는 방짜유기가 세계인의 식탁에 사용되는 것이다. 전통을 계승해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어려운 생활고 속에서도 옛 조상들의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며, 수익성과 상품성 보다는 장인의 혼이 담긴 역사와 숨결 그대로를 고집해온 이운형 선생은 자신의 윗대가 그러했고 그 윗대의 조상이 그러했듯, 옛 것의 가치와 정신을 그대로 계승해 나감으로써 한국 전통문화의 창달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운형 선생의 노력어린 땀방울이 앞으로도 꾸준히 그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현재 김천시 황금동 20-27 황금시장에서 김천유기전시판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좌동 호동 입구 삼거리에 김천방짜유기공방이 있다. 제품에 관심이 있는 분은 김천방짜유기 홈페이지(www.yugishop.co.kr)를 방문하거나 전시판매장 또는 (054)435-1087, 010-7633-0688로 연락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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