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구성, 증세 논란, 각료들의 잇단 실언에도 불구 정치 세대교체 기대

지난 8월29일 일본 민주당은 도쿄시내 호텔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당 대표 경선을 실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을 차기 총리에 오를 새 대표로 선출했다. 이 날 노다 재무상은 1차 투표에서 102표를 얻어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과 하토야마 유키노 전 총리 그룹의 지원을 받은 가이에다 반리 경제산업상(143표)에 밀렸으나 결선 투표에서 가노 미치히코 농림수산상,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무상 그룹 등의 지지로 역선에 성공, 당 대표에 선출됐다.      
당 대표로 선출된 노다 재무상은 “일본의 보물인 중소기업이 엔고와 디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경제 정책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히며 “국민의 생활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국민 생활 위주로 예산 재편성을 추진하고 의원 정원과 공무원 인건비 삭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래도 재원이 부족한 경우 국민에 부담을 지우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해 증세 가능성을 시사 하기도 했다.
이튿날, 노다 재무상은 중의원·참의원 총리 지명 선거를 거쳐 95대 총리에 취임했다.

“미꾸라지처럼 열심히 일하겠다” 발언에 관련 상품 인기
9월2일 노다 내각이 공식 출범했다. 새 내각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기대감은 상당히 높았다.
9월4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67%. 역대 여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직전 간 총리 내각은 출범 당시 지지율인 68%였고,  그 전임자인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 출범 당시 지지율은 75%였다. 한편, 노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21%로 나타났다.
그의 인기는 엉뚱한 데서도 표출됐다. “진흙탕 속을 누비는 미꾸라지처럼 열심히 일하겠다”는 그의 각오에 노다 총리를 모티브로 한 ‘미꾸라지 막과자’가 6일 국회 기념품 가게에 등장, 큰 인기를 누린 것. 9월7일 아사히신문은 “‘미꾸라지 막과자’가 발매 첫날, 2시간 동안 30여개 팔려 나갔다. 이 과자가 국회 기념품 가게의 침체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미꾸라지 막과자 봉지에는 유도복을 입은 총리가 “이것이 좋은 것이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또한 그의 미꾸라지 연설이 아이다 미쓰오의 작품 ‘미꾸라지’를 인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점마다 1987년에 발표됐던 아이다의 작품집을 구하려는 문의가 급증, 출판사가 1만부를 급히 증쇄하기도 했다.

검증 되지 않은 인사 중용, 정책 불안감 조성
노다 총리는 당내 각 세력을 골고루 등용하며 실무형 내각을 꾸렸다. 야당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국회 대책 경험자를 우대하는 방법을 택했다.
새 내각의 외무상에 겐바 고이치로 민주당 전 정조회장, 재무상에 아즈미 준 전 국회대책위원장을 각각 발탁했다. 이 밖에도 법무상에 히라오카 히데오 총무부대신을, 경제산업상에는 하치로 요시오 전 국회대책위원장, 방위상에는 이치카와 야무오 전 민주당 부간사장을 각각 기용했다. 간 나오토 정권에서 행정쇄신상을 역임했던 렌호 의원은 이번에도 행정쇄신상 겸 국가공무원제도개혁 담당상에 올랐다.
하지만 첫 인사치고는 참신성이 떨어지고 불안감이 높다는 평가다. 특히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외교안보팀과 재무상으로 포진시킨 것이 정책에 대한 불투명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겐바 외무상은 중의원 6선으로 중진이긴 하지만 외교를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다. 때문에 미국과의 동맹 심화를 위해 넘어야할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와 영토 갈등으로 악화된 한국,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지 추후 외교력이 주목된다.아즈미 재무상 역시 경제, 재정, 정책에 전문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 출신인 아즈미 재무상은 이번이 각료 첫 경험이다. 악화된 재정, 엔고,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진 경제, 증세 문제 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의문이다.이를 두고 야당인 자민당에서는 “당내 균형을 우선한 내부 지향적 내각”이라 평가했고, 개혁신당은 “당내 균형을 중시하느라 일본이 직면한 과제에 대응할 내각이 포진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사민당의 당수는 “당내 단합에만 신경 써 정책이 어디로 흐를지 모를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지진 복구 재원 확보 위한 증세로 내부 갈등
노다 내각은 서서히 논란을 일으켰다. 당 대표 선출 당시 시사했던 증세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노다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세금을 더 걷을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연립정부 내부에서 이에 반대 의견이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노다 총리는 7일 일본 정부 세제조사회 총회에서 아즈미 준 재무상, 후루카와 모토히사 경제재정상, 사쿠라이 미쓰루 민주당 정책조사회장 대리 등에게 “언제부터, 어느 정도 기간에 어떤 세목을 늘릴지 복수 안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아즈미 재무상은 6일 기자회견에서 “정부 세제조사회가 시안을 빨리 만들어 가능하면 내주 중 방향성을 도출하겠다”고 밝혀 속전속결 처리를 시사했다.
하지만 민주당 정권의 연립 파트너인 국민신당의 가메이 시즈카 대표는 7일 노다 총리를 만나 부흥 증세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가메이 대표는 노다 총리에게 “우물이 부서졌는데, 바닥에 약간 고인 물을 퍼 올리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경기 악화를 증세 반대 이유로 들었고, “일반회계와 특별회계의 일체적인 운영이나 무이자 비과세 국채를 활용해 복구 재원을 마련하자”는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7일 세제조사회에 참석한 재무성 이외의 각 부처 부대신들도 증세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하는 등 일본 내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민주당 세제조사회는 대지진 복구 재원 확보를 위한 임시 증세 대상에 소득세와 법인세, 담뱃세 외에 상속세도 추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23일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는 세원을 넓게 함으로써 소득세 증세폭을 줄여 세금을 올리는데 대한 국민의 부담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상속세까지 임시 증세 대상에 포함한다면 노다 정권은 사회보장 재원 마련을 위해 남겨둔 소비세(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올릴 수 있는 세금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내년부터 최장 10년간에 걸친 임시 증세를 통해 대지진 복구와 부흥에 필요한 재원 가운데 11조 2,000억 엔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증세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가 만만치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각료들의 실언 행렬로 이미지에 큰 타격
최근 노다 내각은 각료들의 연 이은 실언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 12일 노다 총리는 12일 새로운 경제산업상으로 에다노 유키오 전 관방장관을 임명했다. 에다노 신임 경제산업상은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지역을 ‘죽음의 땅’이라고 발언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하치로 요시오의 후임이다. 하치로 전 경제산업상은 9월8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을 시찰하던 자리에서 “유감스럽지만 사고 원전 주변의 시가지에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다. 정말 죽음의 거리와 같다”고 말해 지역 주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그 여파는 실로 엄청났다. 이 발언은 야권의 공세에 빌미를 제공하고, 국제사회에는 원전 사고를 다시금 화제에 올리게 했다. 높은 지지율로 호기롭게 출발한 노다 내각은 이 한 마디로 전세가 역전됐다. 특히 최근 후쿠시마를 시찰하며 “후쿠시마의 재생 없이는 일본의 재생도 없다”며 사태 수습에 열의를 보인 노다 총리의 의욕에 물을 끼얹는 발언이라 후폭풍은 더욱 거셌다.
하치로 경제산업상은 여론의 비판이 고조되자 9일 오후 “원전 사고 피해지역 여러분에게 오해를 받을 표현을 한 것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며 발언을 철회한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죄했지만 하치로 경제산업상이 원전 시찰에 함께 했던 보도진 가운데 한명에게 장난으로 자신의 방제복을 문지르면서 “방사능도 찍어 줘”라고 말했다는 것이 전해지면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급기야 노다 총리는 경제산업상의 후임을 서둘러 결정하는 것으로 여론 악화를 막았다.  사실 각료의 실언은 내각 출범 첫 날에도 있었다. 이치카와 야스오 방위상이 내각 출범 첫 날인 지난 2일 기자들에게 “내가 안전보장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이것이 진정한 문민통치”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것. 또 당시 “국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왜 방위상에 앉았느냐”는 비판에 히라노 히로후미 국회대책위원장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각이 불완전한 상태여서 국회에서 충분한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말해 비난만 더욱 가중시켰다.54세에 총리로 취임하며 일본 정치 세대교체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고 시작한 노다 총리. 벌써부터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그의 내각은 어쩌면 앞으로 더 험난한 길을 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어깨에 놓인 일본 정치의 세대교체는 그가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임에는 분명하다.

노다 총리는 누구?
1957년 5월20일생으로 와세다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제14대 일본 재무성 장관을 지냈고, 제95대 일본 총리에 올랐다.
지바현 지방의회 의원을 거쳐 1993년 중의원에 처음으로 당선됐으며, 2000년 민주당에 합류해 당 세대교체 흐름을 주도해왔다. 지방의원이 되기 전부터 20년간 매일 지역구 전철역 앞에서 거리연설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며, 민주당 내에서도 최고의 연설가로 꼽혔다.
노다 총리는 파나소닉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일본의 지도자 육성을 위해 만든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의 첫 총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본 정치의 병폐 중 하나인 정경유착의 악습을 끊고 깨끗한 정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출발했다.
보수우익 성향이 뚜렷한 인물로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총리 참배를 용인하고 영토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 입장을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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