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동차 세일즈는 판매 직후부터 시작된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진 조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얼마간의 두려움을 안고 출발하게 된다. 그렇게 첫발을 내디뎌 이뤄낸 성과는 무엇이든 크고 빛날 수밖에 없다. 출발이 어렵고 초라할수록 더욱 그렇다는 이야기다. 성인으로 성장한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야 하는 첫걸음이 있다. 그것은 바로 평생의 생계와 행복을 함께해줄 사회생활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꿈과 열정을 품은 초년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모두들 얼마간의 부족함과 두려움을 안 채 그렇게 걸어 들어오고 있다.

정성을 파는 사나이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늘 되새기고 있는 말이죠. 그 속에는 제가 지켜야 할 순수함과 열정이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정구현 현대자동차 영업3팀장은 벌써 40대 중반이다. 사회인으로 따지자면 중견을 넘어 노련함을 뽐내는 정점에 서 있는 셈이다. 불혹의 나이답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남다르고, 사회생활에 대한 노하우가 쌓일 만큼 쌓일 나이대인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한 가지가 있었다. 그것은 고스란히 그의 목소리에서 배어나는 패기와 열정이었다. 사회초년생의 싱그러움을 떠올리게 하는 그의 목소리는 외모마저도 다르게 보일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저는 무엇인가를 파는 영업맨입니다. 주로 자동차를 취급한다고 해서 자동차를 판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 제가 가진 정성과 패기를 팔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카 딜러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판다’라는 표현이 매우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차를 판다는 말이 그저 차를 팔고 끝낸다는 말처럼 여겨지는 까닭이라고 했다. 그는 카 딜러의 진정한 업무는 판매 이후부터 시작된다고 단언했다.
“그래서 저는 정성을 팔기로 했습니다. 자동차는 일종의 덤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 정성 속에는 판매 이후에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고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충분히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언제나 처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정 팀장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현대자동차를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우연한 기회에 맞이한 운명, 그것은 어쩌면 숙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1994년 1월5일에 입사했으니 벌써 1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군요.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으니 운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요. 현대자동차 세일즈가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들어온 직장. 그때는 또래의 동기들도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 현대자동차를 떠났거나, 아예 세일즈업계 자체를 떠났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정 팀장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아니었다. 함께 입사한 동기가 열대를 계약하는 동안 그는 단 한 대도 계약하지 못해 진땀을 빼야했을 정도였다.
“어쨌든 남들보다 부족한 점이 있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보완해나갔지요.”
그는 매일 해가 뜨기 전부터 전단지와 판촉물을 들고 거리를 누볐다. 그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잠재적 고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정성을 다해 대화를 나눴다.
이러한 성실함과 부지런함이 행운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새벽마다 마주치던 한 고객이 공장으로 그를 부르더니 1톤 트럭을 계약해 준 것이다. 이는 성실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얻을 수 없었던 행운이었다는 점에서 고스란히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정 팀장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황이나 다름이 없었는데, 그런 그를 구원해 주었으니 오죽 고맙고 다행스러웠을까. 그는 자연스럽게 사후관리에 집중하게 됐다. 자신에게서 트럭을 구매한 고객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자동차에는 이상이 없는지, 하다못해 고객의 사소한 걱정거리는 없는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 업무습관이 17년 동안 이어졌고, 이는 고스란히 정 팀장만의 고객관리 노하우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지극하고 독특한 고객관리법은 의외의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에게 자동차를 구매했거나 도움을 받았던 고객들이 모두 정 팀장의 서포터즈로 나선 것이다. 실제 그가 판매하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고객이 불러 온 또 다른 고객에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객들에게 보내는 상장과 상패
정 팀장의 책장에는 상패와 상장이 줄지어 서 있다. 그것은 고스란히 그가 걸어온 지난날의 흔적이며, 훈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가장 애지중지하는 것은 결국 사람, 즉 고객이다. 그는 세상의 그 어떤 상패와 상장보다도 뜻 깊고, 귀중한 것이 고객이라는 생각은 끝까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모든 세일즈맨이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정말 진심을 담아 고객을 대한다면 그것은 감동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습니다. 감동은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마음으로 주고 마음으로 받는 것입니다. 여기 있는 상장과 상패는 그 감동의 흔적일 뿐입니다.”
그는 쑥쓰러운 표정으로 상패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대뜸 한다는 말이, 자신이 오히려 상장을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자동차 영업을 하다보면 가끔 고객께 뜻하지 않은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것을 바로 잡는 것이 영업 사원에 일이기도 하고요. 바로잡는 시간을 최소화 하는 것이 영업사원의 능력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일단 발생한 불편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지요. 아무리 빨리 처리를 해 드렸다고해도 고객이 받은 손해나 마음의 상처는 되돌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하나 같이 이를 이해해주고, 양해해준 고객들께 자신의 마음이 듬뿍 담긴 상장과 상패를 건네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그의 열정과 패기, 그리고 처음의 마음가짐은 아직도 현재진행 중이었다. 세상사람들은 모두 그를 두고 성공한 세일즈맨이라고 말했지만, 정 팀장은 이에 대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저는 아직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지요. 일에 대한 열정을 가득 채우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만, 아직 멀었다고 여겨집니다. 성공의 척도는 결코 돈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물론 가족, 사랑 다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입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며 일에 열정을 쏟아야 하는 것은 아직 당연한 일입니다.”
정구현 팀장. 그는 질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느 세일즈맨과 달라 보였던 것은 그의 좌우에서 함께 뛰어 주고 있는 고객들이 많았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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