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어머니 눈을 감다

故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9월3일 오전 11시50분쯤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한일병원에서 향년 82세로 별세했다.

평소 지병이 있었던 이 여사는 지난 7월18일 창신동 자택에서 심장질환으로 쓰러진 후 집근처 한일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결국 회복 되지 못한 것이다.

이 여사는 41년 전 숨진 아들 故 전태일 열사의 뒤를 이어 노동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 왔다.

아들인 故 전태일 열사는 60년대, 경공업 중심에 경제 구조로 섬유, 가발, 봉제산업이 성행하던 청계천에서 재단사로 일하는 노동자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나이 어린 노동자들을 낮은 임금으로 고용하며, 정부의 근로기준법을 무시하는 회사가 많았다. 전태일은 봉제공장의 재단사로 일하면서, 나이 어린 소녀들이 가혹한 노동환경과 주당 98시간에 육박하는 고된 작업 시간과 적은 임금으로 노동착취에 병들어 신음하는 것에 의분을 느꼈다.

그는 노동청과 서울특별시 시청 근로감독관에게 감독을 요청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매번 묵살 당했다. 그는 이런 사회 부조리를 알리는 편지를 대통령에게 쓰기도 하였다.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청계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저임금 등을 알리고 이를 개선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뜻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사회적 무관심으로 개선될 기미가 없었다. 이에 큰 실망감과 좌절감을 느낀 그는 1979년 11월13일 청계천 버들다리위에서 사법(死法)이나 마찬 가지인 근로기준법의 화형식을 갖고 분신자살을 했다.

전태일 열사는 “내가 못 다한 일, 어머니가 꼭 이뤄주소. 내가 죽고 없으면 엄마가 댕기면서 ‘학생들하고 노동자들하고 단결해서 싸워야 한다’ 그렇게 외쳐 주소”란 유언을 남겼다. 이에 이 여사는 아들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지난 41년간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참여해왔다.

이 여사는 故 조영래 변호사, 장기표, 등 민주인사와 노동운동가들이 수배를 당할 때마다 이들을 돌봐주고 도피를 돕는 등 1970-80년대 무자비한 군사정권 치하에서도 집회와 시위현장을 몸소 찾아다니며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전력투구했다.

이런 까닭에 이 여사는 항상 경찰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또한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4번이나 구치소에 수감됐다.

또한 이 여사의 삶은 한국 노동운동의 살아 있는 역사였다. 1970년대 청계노조 출범, 민주노조건설운동의 현장, 노동자 파업과 농성의 현장에는 그녀가 항상 함께했다.

특히 1986년에는 민주화운동에서 희생된 이들의 유족들을 모아 ‘전국민주화운동 유가족협의회’(민가협)을 창립해 초대 회장을 맡으면서 민주화운동의 지평을 크게 확대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와 같은 공로로 1988년 ‘선한 마리아인상’을 수상하였다. 이어 1990년 ‘4월 혁명상’을 수상했다. 1998년 의문사 진상 규명 및 명예회복 특별법제정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422일간 천막 농성을 벌이기도 하였다.

지난 7월 병상에 눕기 전까지도 그녀는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 몸을 실을 계획이었다.

이 여사는 현재 한진 중공업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씨에게 “죽으면 아무 것도 못하니 꼭 살아서 내려와 함께 해야 한다”는 당부를 유언으로 남겼다.

이 여사의 임종은 고인의 유가족 네 명이 지켜봤고, 민가협등 지인과 김용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자리를 지켰다. 장례실무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태일재단이 수행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장지는 전태일 열사와 전태일 평전을 쓴 조영래 변호사가 묻힌 경기 남양주 모란공원으로 정해졌다.

이 여사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트위터 등 인터넷을 통해 많은 이들의 애도가 줄을 잇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노동자의 어머님, 민중의 어머님 이소선 어머님, 아드님 전태일 열사 만나러 가는 길이 급하셨나요 다시 일어나셔서 이 땅의 노동자들에게 한마디 말씀이라고 하시고 가시지 그대로 가셨나요, 모든 짐 내려놓고 편히 가소서”라는 애도의 글을 남겼다.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도 트위터에 “좀 더 오래 사셔서 노동자도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꼭 보셔야 하는데 죄송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면서 “이제 모든 것 다 산자들에게 맡기시고 편히 잠드소서”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남겼다.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고문,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공성경 창조한국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등 정치권, 노동계 시민 사회 단체 등 각계 인사들의 조문과 화환으로 가득찼다.  

 또한 정계 인사들 외에도 홍경인, 맹봉학 등 연예인과, 노동단체, 여성단체 인사들, 종교인들까지 각계각층의 조문이 이어졌다. 한편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지난해 이소선 여사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재개관 행사에서 민주인사 자격으로 남긴 ‘풋 프린팅’을 유족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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