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성공신화의 주인공, CEO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

애플은 8월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스티브 잡스가 최고경영책임자(CEO)를 사임한다고 밝혔다. 또한 CEO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애플 측은 잡스의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잡스가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 CEO직에서 사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잡스는 지나 2003년 췌장암 수술과 2009년 간이식 치료를 받기 위해 병가를 낸 적이 있으며, 올 초에도 세 번째 병가를 낸 바 있다.
잡스는 애플 이사회에 보낸 사임 서한을 통해 “나는 만일 내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로서 더 이상 내 직무를 수행할 수 없고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는 날이 오면 여러분에게 가장 먼저 알리겠다고 항상 말해왔다. 불행하게도 바로 그날이 왔다”면서 “나는 애플의 CEO직을 사임한다. 나는 이후 이사진의 동의하에 이사회 의장과 임원, 애플의 직원으로서 일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잡스는 자신의 후임자도 직접 지목했다.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팀 쿡을 애플의 새로운 CE0로 임명할 것을 추천했다.
끝으로 잡스는 “나는 애플의 앞날이 매우 혁신적이고 밝을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새로운 자리에서 애플의 성공을 지켜보고 이에 공헌하길 기대한다. 나는 애플에서 내 인생의 가장 좋은 친구들을 만들었다”면서 사임을 전했다.

사임 발표 후 부품 공급업체들 주가 하락
잡스는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애플을 공동 창업했다. 창업 후 애플은 애플Ⅰ 컴퓨터를 세상에 내놓았다.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였다. 개발은 워즈니악이 하고 잡스는 마케팅 등을 맡았다. 1977년에는 잡스가 개발에 나선 애플 Ⅱ를 출시했다. 첫 번째 컴퓨터와 달리 이번에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었다. 하지만 이 컴퓨터는 단순히 처음으로 대량생산된 PC가 아니라 이후로도 오랫동안 큰 영향을 준 애플의 작품이었다. 1984년에는 최초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매킨토시 컴퓨터를 개발했다.
하지만 오리지널 매킨토시를 출시한 지 1년 만인 1985년 당시 CEO와 이사진들의 권력다툼에 의해 잡스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그 해 NeXT를 창업해 새로운 PC를 내놓았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던 중 이 회사가 1997년 애플에 인수되면서 잡스는 다시 애플에 돌아왔고, 애플의 최고경영자로 복귀해 적자를 내던 애플을 한 해만에 흑자를 내는 회사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14년. 애플은 컴퓨터와 휴대폰, 모바일기기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자타공인 황금알을 낳는 거대 기업이 됐다.
이렇듯 영향력이 큰 잡스의 사임이 발표되자 미국 금융시장은 물론 애플의 부품 공급업체들뿐 아니라 경쟁사들에까지 후폭풍이 미쳤다.
실제로 대만 윈텍과 혼하이 정밀 등 애플의 주요 부품 공급업체들은 잡스의 사임이 전해지자 주가가 줄줄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터치스크린을 공급하는 윈텍은 6.9%가 떨어졌으며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생산하는 혼하이 정밀의 주가도 4.6% 하락했다. 금속 케이스를 만드는 대만의 캐처 테크놀로지도 하루에 7%나 주가가 폭락했다.
반면 경쟁사들에게는 잡스 사임이 희소식으로 전해졌다. 대만 HTC의 주가는 1.4%, 삼성은 2.4%, LG은 1.3%가 상승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현상이 잡스의 부재로 떨어진 애플의 능력이 경쟁사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심리에서 나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업계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잡스가 애플의 이사회 의장을 계속 맡기로 했으며, 애플의 제품 생산계획도 내년 분까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애플이 흔들릴 이유가 없다고 내다봤다. 또한 오히려 팀 쿡이 애플을 이끌면서 주요 부품공급업체들의 체인 관리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팍스콘의 테리고우 회장은 “우리는 팀 쿡과의 관계가 매우 가깝기 때문에 스티브 잡스가 CEO에서 물어난다고 해도 관계가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은색 터틀넥과 청바지를 입은‘PT의 달인’
잡스는 예측 불가능한 제품을 내놓는 혁명의 대명사이기도 했지만 ‘PT의 달인’이기도 했다. 인터뷰를 하거나 평소 주주들과 대화를 나누는 경우는 적었지만 신제품을 소개하는 PT에서는 쇼맨으로 돌변했다. PT때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은색 터틀넥 상의와 청바지, 회색 운동화를 신고 등장해 혁명에 가까운 신제품을 소개할 때마다 참석자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을 열광시켰다.
그 중에서도 2007년 아이폰 소개 PT는 그가 왜 ‘PT의 달인’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3가지의 혁명적인 제품을 소개할 것이라고 밝힌 잡스는“첫 번째는 손가락 터치로 이용하는 넓은 스크린을 가진 아이팟, 두 번째는 혁명적인 모바일폰, 세 번째는 멋진 인터넷 통신기기”라고 소개했다. 잡스의 소개가 끝나자 대형스크린에는 이 3가지가 하나로 합쳐지는 장면이 펼쳐졌다. 그 순간 잡스는 “이것은 각각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기다. 우리는 이것을 아이폰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아이패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는 온갖 미사여구를 쏟아내며 아이패드를 소개했다. 아이패드를 예사롭지 않다거나 눈부시다거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표현한 잡스는 “아이패드는 랩톱보다 더 친밀감이 드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것은 구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맺는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후임 CEO 팀 쿡, “애플은 변하지 않을 것”
지난 25일 팀 쿡은 전 직원들에게 내부 이메일을 보내 “애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직원들을 달랬다.
팀쿡은 먼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의 CEO로 봉사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잡게 되어 기쁘다. 애플에 들어온 것은 내 일생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으며 13년 넘게 스티브 잡스와 일한 것은 인생에 있어 최고의 영예”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여러분들이 애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나는 애플의 독창적인 가치를 소중하게 여길 것이다. 스티브는 전 세계 어느 기업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문화를 만들었으며 우리는 그것을 그대로 유지해나갈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DNA다”라며 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팀 툭은 잡스 밑에서 최고운영책임자를 맡아 생산과 판매 등 일상적인 경영업무를 총괄해왔다. 지난 2004년과 2009년, 2011년 초 잡스가 건강상의 문제로 수장의 자리를 비웠을 때에는 애플의 경영을 맡기도 했다. 때문에 팀 쿡은 그동안 ‘애플이 2인자’, ‘준비된 CEO’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1982년 오번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1988년 듀크대에서 경영학석사를 취득한 팀 툭은 컴팩을 거쳐 1997년 애플에 합류했다. COO를 맡은 것은 2007년 1월부터다.
잡스가 카리스마형이었다면 팀 쿡은 신중하고 부드러운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는 지독한 워커홀릭으로 알려져 있다.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하는 것을 좋아하고 새벽 4시30분에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한편 애플 이사회는 새로운 CEO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팀 쿡에게 주식 100만 주를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현 주가로 애플주식 100만주는 3억 8,360만 달러, 우리 돈으로 4,150억 원에 달한다. 다만 이 주식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이기 때문에 팀 쿡이 2021년까지 애플에 근무해야만 받을 수 있다. 온전히 근무한다면 2016년에 절반을, 나머지 절반은 2021년에 수여된다. 이는 다른 말로 2021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IT업계는 팀 쿡을 일컬어 ‘관리의 달인’이라고 부른다. 혁신의 대명사였던 잡스의 뒤를 잇는 팀 쿡의 애플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까.

# 스티브 잡스 어록
“우리는 결코 숫자에 얽매이지 않는다. 시장에서 애플은 항상 제품에 초점을 맞추려 노력한다. 제품만이 차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함은 복잡함을 이긴다.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을 맑게 하고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일단 경지에 오르면 산도 옮길 수 있다.”
“혁신은 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혁신은 당신이 함께 하는 이들을 어떻게 리드하고 그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끌어내느냐에 달렸다.”
“죽을 때 사상 최고의 부자가 되는 일에는 관심 없다. 매일 잠자리에 들며 "오늘 놀라운 일을 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더 중요하다.”
“인생은 영원하지 않다. 다른 이의 삶을 살면서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 매일을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아야 한다.”

# 스티브 잡스의 대표작들
▲ 애플Ⅰ,Ⅱ(1976, 1977): 애플의 컴퓨터. 애플1은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개발됐으며 애플2는 일반 대중을 목표로 생산했다.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알린 제품이다.
▲ 리사(1983): 잡스 딸의 이름을 딴 컴퓨터. 마우스로 작동되는 아이콘, 커서 등이 장착된 상용업 컴퓨터로 오늘날 컴퓨터 인터페이스의 기본이 되는 제품이다. 가격이 비싸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 아이맥(1996): 잡스가 애플에 복귀해 개발한 제품. 적자에 시달리던 애플은 이를 계기로 흑자로 전환했다.
▲ 아이팟(2001): 하드드라이버를 갖춘 디지털음악 플레이어 최초의 성공모델. 아이튠즈는 2008년 미국 최대 음악 소매점으로 올라섰다.
▲ 아이폰(2007): 애플을 세계 최대 수익을 올리는 기업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 아이패드(2010): 컴퓨터산업에 스마트패드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제시한 최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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