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님들, 무서워서 둘째를 낳을 수가 없어요”

   
작년 이맘때쯤 출산을 했다. 처음 아이를 안는 순간 얼마나 설레였는지 모르겠다. 녹록치 않았던 임신기간과 출산의 고통쯤은 말끔히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 후 아이는 우리 부부의 보물이 되었다. 아이가 눈을 뜨고, 하품을 하고, 꼬물꼬물 움직이고, 젖병을 빠는 모습이 그렇게 벅찬 감동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다. 아이가 칭얼대거나 귀찮게 해서 힘들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이가 필요로 하고 꼭 해주어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그다지 부유하지 않은 우리 부부가 감당기에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주일이 지났다. 산후 검진 차 병원에 갈 일이 생겼다. 병원에 가는 김에 BCG 접종이나 하려고 아이까지 대동하고 나섰다. 태어난 지 일주일 된 아이를 포대기에 싸들고 병원에 가 검사를 하고는 아이의 예방접종을 위해 소아과를 찾았다. 그 조그만 아이에게 주사를 맞혀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했는데, 예방접종 후에 들은 접종비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생애 첫 예방접종비가 7만 원. 물론 보건소에서는 무료로 맞힐 수 있다. 하지만 일주일 밖에 안 된 아이를 안고 산후검사 차 산부인과에 들리고, 또다시 멀리 떨어진 보건소까지 찾아 가기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어서 그냥 소아과에서 맞히자고 생각했던 것인데 생각보다 비싼 접종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육아전쟁에서 엄마들이 가장먼저 맞닥뜨리는 문제가 바로 이 예방접종 문제다. 그냥 낳기만 하면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드는 기저귀 값이나 분유 값, 보육비 외에 예방접종비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신생아들이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의 종류가 너무 많다는 것에도 놀랐다.
과연 아이에게 무리가 가지 않을지 걱정이 되는 것도 초보 엄마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니까 시기에 맞게 맞힐 수밖에 없었다. 육아수첩에 적힌 종류만 해도 결핵(BCG), B형간염, DTAP, 소아마비, 페구균, 뇌수막염, 인플루엔자, 수두, 홍역&풍진(MMR), 일본뇌염(사백신), 일본뇌염(생백신), A형간염, 로타바이러스 등 13가지가 훌쩍 넘어간다.
연일 신문지상이나 뉴스에 오르내리는 저출산 문제. 이젠 더 이상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국가에서는 연일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 놓고 있다. 단순히 보육비를 지원하고, 어린이집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식의 대책들 보다 처음부터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향의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
아이는 낳아 놓으면 저절로 알아서 큰다는 옛말이 정말 이제는 옛말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요즘 아이들은 절대 낳기만 하면 저절로 크지 않는다.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이제 나라에서도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저출산이 국가의 문제가 된 이상 아이를 키우기 위해 생기는 아주 조그마한 문제조차도 국가에서 보살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방접종은 어린 아이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니만큼 국가에서 더 많이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한다. 저출산 문제에 예방접종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이를 키우는데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니 이런 작은 문제라도 국가에서 신경 써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아이만 낳아 주세요. 나라에서 키우겠습니다.’라는 말에 아직은 믿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 사실이니까. 나라님들, 둘째 낳아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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