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소녀 휴대전화 해킹 사실 밝혀져

휴대전화 해킹 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영국 타블로이드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가 168년이라는 역사를 뒤로 하고 결국 폐간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았다.

PA통신 보도에 따르면 뉴스오브월드의 모회사인 뉴스 인터내셔널의 제임스 머독 회장은 7일 "뉴스오브더월드를 오는 10일자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발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머독 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성명을 통해 "이 신문이 해온 좋은 일들이 잘못된 행위로 인해 훼손됐다"면서 "만일 최근 제기된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이는 비인간적인 것으로 이 신문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고 폐간 배경을 설명했다.

뉴스오브더월드는 그동안 왕실 인사, 정치인, 배우, 가수 등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집중적으로 캐내는 보도 행태를 취해왔다. 그런 뉴스오브더월드의 불법 취재 관행이 처음 드러난 것은 지난 2007년 4월. 당시 왕실 인사들에 대한 휴대전화 음성 메시지 해킹 사실이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돼 왕실을 담당하던 기자가 징역 4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유명 여배우 시에나 밀러, 유명 스포츠 해설자 등이 소송을 제기해 신문사 측으로부터 배상을 받아냈으며, 전직 총리인 고든 브라운과 토니 블레어, 영화배우 주드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이언 긱스 등도 해킹 대상으로 거론된 바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해킹 대상이 공인이라는 이유로 비난 여론은 일지 않았다. 하지만 대상이 범죄 피해자, 실종 소녀, 전사자 유족까지 해킹이 이루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비난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4일 영국 경찰은 "2002년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소녀 밀리 다울러의 부모에게 딸의 실종 당시 휴대전화가 해킹됐다"고 공개했다. 이어 영국 일간 가디언은 뉴스오브더월드가 다울러의 가족과 친구가 남긴 음성 메시지를 녹음했을 뿐 아니라 음성사서함에 저장 공간을 확보하려고 메시지를 삭제하기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비난여론이 확산되자 뉴스오브더월드 관계자는 "이번 주장은 도저히 믿기 힘든 내용이다. 주장의 진위가 밝혀지면 강력히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나 사실로 밝혀지자 폐간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내린 것이다.
루퍼트 머독 소유인 뉴스오브더월드는 300만부가 넘는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영국의 최대 일요신문으로 168년 동안 이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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