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저널리스트 울리히 슈나벨 ‘행복의 중심 휴식’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무시간은 2,256시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다. 반면 여가 시간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렇듯 성공 지향문화에 익숙한 한국의 기업 문화 속에서 과도한 근무를 지속하다 보면 자칫 ‘번 아웃 신드롬(탈진증후군)’에 빠질 수 있다. 일에만 매진하던 사람들이 주로 걸리는 이 병은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 직무거부 증상을 보이거나 이명, 불안장애나 우울증, 심지어 자살이라는 비극을 낳기도 한다.
 
실제, 여름 휴가를 앞두고 온라인 리서치 전문업체 엠브레인은 <행복의 중심 휴식>(걷는나무)의 출간에 맞춰 남녀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휴식에 대한 의식’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직장인의 87.3%가 ‘휴식이 부족하다’고 답했고 ‘충분히 쉬고 있다’는 응답은 12.7%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20대 직장인 70%는 법정공휴일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한국 직장인의 대다수가 시간에 쫓기고 잠시 쉴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번 아웃 신드롬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장된 휴가는 자유롭게 사용하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68%가 휴가를 사용할 때 눈치를 본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혼자 쉬는 게 미안해서(34.8%)’, △‘돌아왔을 때 밀린 일이 부담스러워서(29%)’, △‘상사가 안 쓰니까(20.3%)’, △‘인사고과에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아서(15.6%) 순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음주가무(27.4%)보다 휴식(37%)이었다. 또한 직장인들은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데도 ‘독립된 공간에서의 휴식(37%)’을 △‘책’(21%), △‘새로운 연구자료’(20%), △‘토론 및 회의’(12%)보다 더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이렇듯 휴식을 갈망하는 직장인들은 일과 휴식 중 어떤 것을 선택할까. 조사결과, 예상과는 달리 ‘휴식’보다는 ‘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만 원의 상여금을 받는다면 연차 전부를 반납하고 일하겠다’는 직장인이 과반수 이상 집계된 것. ‘일 때문에 15일 연차 전체를 포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전체 응답자의 53.7%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분단의 아픔과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독일의 상황과 유사하다. 최근 독일에서 ‘휴식 신드롬’을 일으킨 최고의 과학 저널리스트 울리히 슈나벨은 <행복의 중심 휴식>에서 “우리는 지금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반납하는 역설적 상황에 빠져 있다”며 “일을 더 잘 해내고 싶고, 행복한 인생을 원할수록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은 정신을 달래주는 ‘휴식’을 갖는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그는 또한 “작곡가 존 레넌,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노벨문학상 수상자 윈스턴 처칠이 영감을 얻는 비결은 낮잠을 통한 휴식이었다”며 “진정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졸거나 명상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울리히 슈나벨은 책을 통해 ‘번 아웃 신드롬 자가 체크법’을 비롯, ‘명사들의 휴식법’, ‘서두르는 습관과 불안감 인정하기’, ‘홀로 있음을 즐기는 법’ 등 휴식을 진정으로 즐기는 비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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