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들이 주택 구입을 위해 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금융거래를 통한 여윳돈 규모가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거래를 통한 순자금운용(net lending)은 70조 5,000억 원으로 전년(94조 2,000억 원)보다 23조 7,000억 원이나 감소했다.
 
순자금운용은 경제 주체가 일정 기간 동안 금융자산에 투자한 ‘자금운용액’에서 차입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조달액‘을 뺀 수치다.
 
순자금운용 규모가 감소한 것은 가계의 금융 자산에 비해 금융 부채가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가계의 순자금운용은 2011년부터 증가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순자금운용 규모(70조 5,000억 원)는 2012년(69조 5,000억 원)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가계가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규모는 143조원으로 전년(128조 7,000억 원)보다 14조 3,000억 원이나 늘었다.
 
금융기관 단기차입금(18조 원→26조 4,000억 원)과 장기차입금(108조 3,000억 원→116조 원) 규모가 모두 확대됐다.
 
단기차입금의 경우 예금취급기관에서 조달한 규모는 감소(8조 2,000억 원→7조 7,000억 원)했지만 기타금융기관(9조 8,000억 원→18조 6,000억 원)은 크게 증가했다.
 
반대로 장기차입금은 예금취급기관(68조 3,000억 원→98조 6,000억 원)에서 크게 늘었고 기타금융기관(39조 9,000억 원→17조 4,000억 원)에서는 감소했다.
 
가계가 금융자산 등에 투자한 자금 운용액은 2015년 223조 원에서 2016년 213 조5,000억 원으로 9조 5,000억 원이나 줄었다.
 
금융기관 예치금(97조 1,000억 원→109조 5,000억 원)은 크게 늘었다.
 
하지만 보험 및 연금준비금(89조 8,000억 원→87조 7,000억 원), 채권(7조 1,000억 원→-2조 원),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14조 8,000억 원→6조 1,000억 원) 등에 대한 투자는 모두 감소했다.
 
지난해 가계의 금융거래를 통한 여윳돈이 크게 감소한 것은 주택 구입을 위해 저축이나 금융자산 투자를 줄이고 부채를 늘렸기 때문이다.
 
전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주거용건물에 대한 투자는 81조 8,000억 원으로 전년(67조 원)보다 14조 8,000억 원이나 늘었다.
 
박동준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지난해 가계의 운영자금 규모가 감소한 것은 신규주택구입이 크게 늘면서 금융권 부채는 증가하고 금융자산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자산에 비해 금융부채가 크게 늘면서 가계의 건전성도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잔액은 1,565조 8,000억 원으로 전년(1,423조 1,000억 원) 대비 142조 7,000억 원(10.03%) 늘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 잔액도 2015년 말 3,181조 8,000억 원에서 2016년 말 3,389조 2,000억 원으로 207조 4,000억 원(6.52%) 늘었지만 부채에 비해 증가율은 낮았다
 
이에 따라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2015년 2.24%에서 2.16%으로 낮아졌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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