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3명 중 1명 1년 내 이직

 

직장인 유모 씨는 오늘도 취업사이트를 ‘순례’하고 있다. 연봉과 복지제도 등을 꼼꼼히 살핀 후 지금의 회사보다 좋은 조건의 입사 공고를 발견하면 해당 회사의 경쟁률과 입사지원자들의 스펙을 따져본다. 자신에게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면 주저하지 않고 미리 작성해둔 이력서로 메일을 송부하는 유모 씨. 이번 면접 일에는 상사에게 또 어떤 핑계를 대야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지만 유모 씨는 이직 후에 새롭게 변할 일상을 상상하며 지루해져버린 현재 직장 생활을 털어버릴 생각에 한결 마음이 가볍다.

 

이직, 직장 내 문화로 정착하다

최근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1년 내에 다른 곳으로 옮겨 다니는 ‘초단기 떠돌이 직장인’이 늘고 있다. 어디서든 정착하지 못하고 이 회사, 저 회사를 메뚜기처럼 떠도는 이들을 가리켜 ‘메뚜기 직장인’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와 비슷한 ‘파랑새 증후군’ 또한 현실의 행태를 반영한다. 파랑새 증후군이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상만 쫓는 병적 증세를 뜻하지만 이직과 관련해선 한 회사에서 1년을 채 견디지 못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을 일컫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이직 증가 추세는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취업 전문 사이트 ‘잡코리아’가 855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입사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둔 ‘단기 퇴사자’의 비율이 30.1%에 달했다. 신입사원 셋에 한 명은 입사 1년 안에 회사를 떠난 셈이다. 통계청의 ‘2006년 청년층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서도 청년 구직자의 68.9%는 2년 안에 첫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이상 한 직장에 다닌 비율은 18.3%에 그쳤다. 특히 30대 전후 직장인 중 상당수는 취업난에도 불구, 한 직장에 머무는 기간이 1년도 안되고 아예 직업 자체를 몇 차례씩 바꾸는 경우도 많다.

 

이직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은 97년 외환위기부터다. IMF 위기 전, 신입사원의 퇴사율은 10% 전후였지만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퇴사율과 이직율이 동시에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직은 자신의 상황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자칫 어떤 곳에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파랑새 증후군’에 빠질 위험도 있다. ‘결심은 신중하게, 준비는 과감하게’. 이직자들에게 전하는 취업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취업자의 한 직장 평균 근속기간이 7.08년에서 6년으로 급감했고 97년 68.8%이던 직업유지율이 99년에는 54.5%로 낮아졌다. 노동부가 집계한 이직률도 97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의 금재호 박사는 상시 기업구조조정과 경력자 선호경향과 외환위기 당시 선택한 직장에 대한 불만족,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 개념의 확산 등이 주요원인이라고 분석하고 기업 구조조정이 상시화돼 이직률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홍두승 교수 역시 연공서열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고용관행이 점차 자리잡으면서 조직에 대한 충성이 약화됐기 때문이라며 많은 근로자들이 현재의 여건 보다 나은 미래를 추구하기 때문에 이직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늘구멍 뚫고 입사해도 사표는 팍팍

메뚜기 직장인들이 직장을 옮겨 다니는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취업 전문 사이트가 입사 1년 이내에 이직을 한 경험이 있는 메뚜기 직장인 8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펼친 결과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가 29.7%로 가장 높았고 인내심 부족이 24.6%로 그 뒤를 이었다. 조직 적응 부족을 원인으로 단기 퇴사를 감행한 수는 23.1%, 연봉 수준 불만이 9.4%,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인간관계 문제 등이 5.3%의 비중을 차지했다.

최모 씨는 지난 4년 동안 직장을 3번 이상 옮겼다. 그의 직장 생활은 2007년 광고 전문 회사에 입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007년도에는 고학력의 인재들이 취업난을 비관하며 연쇄 자살 사건이 일어났을 정도로 취업난이 극심했지만, 최모 씨는 ‘바늘 구멍’ 뚫기보다 어려운 대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대학시절 착실하게 취업 준비를 다져놓은 결과 그는 900점 이상의 토익 점수를 확보하고 있었으며 몇 차례 단기 프로젝트에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참여, 실무에도 익숙해 우수한 입사 성적을 거두며 유망 직원으로 꼽혔다. 최모 씨는 평소 하고 싶었던 직종에 순탄하게 취직이 되어 기뻐했지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업무는 복사, 선배의 PPT 작업 보조뿐이었다.

 

그렇게 수개월을 보내던 중 보조로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직접 주관해 진행하게 되자 최모 씨는 프로젝트 성사를 위해 만전을 기했고 내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최모 씨는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살려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지만 선배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리고 최모 씨는 고민 끝에 사표를 던졌다.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는 일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입사 6개월 째 됐을 때의 일이다. 그는 첫 입사가 순조로웠기에 추후의 입사도 쉬울 거라 생각했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생활비가 급했던 그는 학원 강사로 일하며 다음 직장을 모색했다. 4개월 뒤 중소기업에 입사하게 된 그는 능력을 인정받으며 열심히 일했지만 이번엔 수입이 저조했다. 대기업 시절의 70%에 해당하는 월급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게 된 그는 또 다시 퇴사를 결정했다.

 

모 기업의 인사 관계자는 이직도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결과 감정적으로 퇴사를 결정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쉬운 이직 결정은 주기적으로 직장을 옮기는 ‘이직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며 회사의 정책 또는 감정적인 이유로 사표를 내는 경우 감정적인 원인을 제거하고 자신이 왜 이직을 하고 싶어 하는지 자신과의 충분한 대화를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무작정 퇴사를 한 후에 다른 직장을 알아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직 시 ‘실직자’란 명찰은 오히려 자신의 가치를 하락시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또 다른 인사 관계자는 이직하고 싶은 사람들이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라고 말했다. 특정 업무에 있어서 자신의 경쟁력이 얼마나 되는지, 실무 처리능력은 남보다 우수한지 등을 평가해야한다며 “이직은 자신에게 조금 더 잘 맞는 옷으로 갈아입는 것일 뿐 자신을 변하게 하는 것은 아님을 인식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직에 성공했다고 해서 모두 긍정적인 측면만 가지고 오는 것은 아니다. 간혹 주위에서 이직에 성공한 사람 중에 ‘차라리 예전 직장이 더 나았어’라고 후회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직을 준비할 경우 자신에게 플러스 되는 긍정적인 요소에만 관심이 갖기 마련이지만 좀 더 냉철하게 이직으로 자신이 잃게 되는 것에 대한 리스트 업 해보는 것이 현명하다”며 의견을 피력했다.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 또한 이직률 부추겨

 

젊은이들의 초단기 이직률이 높은 것은 사회적인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극심한 취업난에 원인을 돌렸다. ‘인크루트’의 정재훈 주임은 “취직이 어렵다보니 일단 들어가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입사’ 심리가 널리 퍼졌고 그만큼 첫 직장을 그만두는 젊은이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적성이나 희망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입사한 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다가 회사를 떠나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대전에서 국립대를 나온 박모 씨의 경우도 비슷하다. 그는 현재의 직장인 한국수자원공사를 찾기까지 3년 동안 두 번 직장을 그만뒀다. 첫 직장은 광고회사였다. 설렘을 안고 서울에서 시작한 회사생활은 쉽지 않았다. 야근과 주말근무를 밥 먹듯 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결국 1년6개월 만에 광고회사를 떠난 이후 다른 직장을 얻었지만 또 그만두고 지금의 직장으로 왔다. 그는 “본사가 고향에 있고 업무도 내 성격에 맞아 지금 직장에 만족한다”면서 “더 일찍 여기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낭비한 시간이 아깝다”고 아쉬워했다.

이직률이 높은 원인의 또 하나는 계약직 직원, 불완전한 인턴 채용 등 단기 계약으로 인한 전문성 부족이 대두된다. 계약직은 사람들에게 수습이라는 인식과 기간이 만료되면 떠난다는 인식이 강해 근본적으로 업무에 수반되는 일에 대한 책임 할당량이 협소하다. 그리고 업무와 관련된 일보다는 사내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수습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들은 비정규직으로 정년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어서 1년 단위로 매년 계약을 갱신하여 일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긴 하나 미래 보장이 확실하지 않은 계약직으로 남는다면 감수해야 할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렇듯 사회적으로 미래 보장이 되지 않는 비정규직 근로자이다 보니 현재의 여건보다 더 나은 일자리가 생기면 언제라도 이직을 하기 십상이다. 이로 인해 급하게 채용된 새로운 계약직은 인수인계를 받고 업무 형태를 파악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고정적으로 일하면서 업무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를 취득할 기회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어 비정규직 근로자의 이직률은 점점 높아지고 전문성은 떨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지원의 어설픈 ‘인턴제도’도 지적된다. 정부지원 인턴제는 청년층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인턴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직장 경력을 형성하고, 정규직으로의 취업가능성을 제고하며, 중소기업 인력수급 원활화를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대효과는 미비하다. 행정 인턴 후 정규직 전환은 거의 불가능하고, 수행업무와 참여자의 전공 일치도도 낮으며 단순 업무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청년실업률을 줄이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유명무실한 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한편,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남다른 ‘인턴제도’로 인턴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인턴사원들은 지난 4월 채용돼 공사 업무를 파악할 여유도 없이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업무량이 늘고 있던 전 지점에 인턴사원들이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다. 이러한 상황적 특수성이 실무형 인턴들을 길러내고 있다며 단순 업무보조만을 담당해 인턴들의 업무 만족도가 낮은 타 기관들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고 한국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퇴사율에서 나타났다. 낮은 업무 만족도로 인한 신입사원의 1년 이내 중도 퇴사율이 평균 20%에 달하는 반면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경우 46명 중 5명만 퇴사를 해 낮은 퇴사율을 기록했다

체계적인 접근으로 성공적 취업 전략 필요

사회 초년생들의 잦은 이직은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532개 기업의 2005년도 신입사원이 입사 후 업무 수행능력을 습득하는데 걸린 평균 시간은 8.36개월, 평균 교육비용은 1인당 248만 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종업원 1,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엔 1인당 교육기간 11.25개월, 교육비용 560만 원을 투자했다. 신입사원이 1년 안에 다른 직종의 회사로 옮겨가면 이 같은 비용이 고스란히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
또한 사회적 손실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잦은 이직은 이득보다 손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은행 김덕수 인사부장은 “남다른 능력이 부족하면서 자주 직장을 옮길 경우 ‘조직 부적응자’로 찍혀 도태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직을 결심하더라도 성공확률이 높은 시기는 따로 있다. 업계 수요가 많은 경력층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사람인이 최근 직장인 1,8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과장급 중 90.2%가 몰래 입사지원해본 적 있다고 응답해 모든 직책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람인 측은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경력대가 입사 7~8년차”라며 “과장급이 가장 많이 지원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밝혔다. 수요가 많아 이직에 성공하기 쉽고 과장급 이상이 되면 연봉 수준 등에서 업체와의 계약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3~4년차도 이직 성공 가능성이 큰 시기로 꼽혔다. 잡코리아 측은 “한 회사에서 근속경력이 3년 정도 되면 어느 정도 업무 전문성도 가질 수 있고 젊은 감각을 인정받기도 쉽다”며 “본인을 위해서라도 한 번쯤 다른 분야로 커리어를 변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에선 직장을 옮기는 것이 경력을 쌓아 몸값을 올리는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이직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지만 ‘이직 중독’은 경계해야 한다. 사람인 관계자는 “개인 경력에도 잦은 이직은 결코 좋지 않다”며 “회사 측에서도 손실이지만 개인적으로도 업무를 제대로 배울 수 없이 경력도 신입도 아닌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성준 박사는 “기업들은 훈련받고 검증된 사람을 선호하는 만큼 눈높이를 낮춰 입사한 뒤 경력직으로 옮기는 것도 전략”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직을 원하는 이들은 구직 시장의 현실을 똑바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교육 전문업체인 Sb컨설팅 심재우 대표는 구태의연한 방법으로는 취업에 실패하기 마련이라며 새로운 창조적 구직 방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관의 채용시스템의 이해를 우선으로 삼았다. 심 대표는 “사람을 찾을 때 채용자들은 우선 회사 자체 내에서 평판이 좋거나 평소에 눈여겨보았던 직원을 이동시키거나 승진시킨다. 그렇게 할 수 없을 때는 친구나 동료에게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한다.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방법이 인력공급기관이나 그동안 받았던 이력서들을 들춰 보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이해하면 답은 간단하다. 우선 가족, 친구, 이웃, 경력상담원에게 수소문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창조적인 접근법은 자신이 우선 세상에 내놓을 소질이 무엇인지 확실히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 다음 소질을 어디에 발휘하고 싶은지 결정하고, 어떻게 하면 그런 직업을 얻을 수 있는지 방법을 찾는 것이다. 

새로운 ‘먹이’를 찾기 위해 지금도 방황하고 있을 각지의 메뚜기 직장인들이여, 이직을 결정하기에 앞서 자신의 ‘뒷다리’가 제대로 뛸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점검해보고 ‘먹잇감’ 속에 독은 없는지 철저한 검증을 거친 뒤에 자신이 원하는 혹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직장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극심한 취업난과 평생 직업을 중시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자기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쌓는 직장인이 늘고 있는 지금, 당신의 경쟁력이 다른 직장인들 보다 우월한지 검증을 거쳐 도약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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