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못하는 새, 도도새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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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못하는 새, 도도새의 전설
  • 정대근 기자
  • 승인 2011.04.07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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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다”

「멋진 새가 되려면 욕심을 버려야한단다. 행여 바람이라 할지라도 헛되이 움켜쥐지 말거라. 욕심은 무거운 것이고 무거우면 날 수 없단다. 저 깊은 하늘에 너의 삶을 맡긴 채 사랑하고, 기뻐하며, 천천히 늙어갈 거야. 바로 그게 멋진 새의 삶이란다. 무럭무럭 자라라, 사랑하는 내 아가야.」 도도는 알에서 태어났다. 나뭇가지 위에 튼 평범한 둥지였지만, 어미와 아비는 멋있는 새였다. 어미가 자장가를 불러주는 동안 아비는 쉴 새 없이 먹이를 물어다 날았다. 도도는 무럭무럭 자랐고, 모두가 행복했다.
먹이를 구하러 간 아비가 밤이 깊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칭얼대던 도도는 빈 나락껍질을 빨다가 잠이 들었지만 어미는 날이 밝도록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금세 며칠이 지났다.
이따금씩 쉰 목소리로 훌쩍이던 도도가 울음마저 그치자 어미는 아비를 찾아 잠시 둥지를 떠나기로 했다. 도도의 입에 빈 나락껍질을 물린 어미는 아비가 날아간 서쪽하늘로 날아갔다. 날아가며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고 한다.
그날 저녁 서쪽하늘엔 피보다 붉은 노을이 졌다.
이웃 둥지의 어느 새는 그날 오후 포수의 총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곳이 남쪽이었는지,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둥지에 홀로 남은 도도는 어둠과 기다림에 점점 지쳐갔다. 도도는 너무 어려서 기다리는 것밖에 할 줄 몰랐다. 시간은 흐르고 배고픔은 자꾸 쌓였다.
죽고 싶지는 않았다.
살아있어야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어두운 둥지 안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도도는 자신의 날개를 조금씩 뜯어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배가 고팠지만,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날개 조금씩 닳아 없어지는 만큼 도도는 조금씩 자랐다.

그렇게 한 계절을 견뎠다.
도도의 친구들은 둥지 위로 날아다녔다. 그제야 도도는 난생 처음 높은 나뭇가지 위에 있던 둥지에서 내려왔다. 도도는 날 수 없었다. 앞으로도 영영 그럴 것이었다.
하지만 슬프거나 부끄럽지 않았다. 날개는 소중한 것이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목숨과 바꿔 먹었던 것이니까.
친구들은 둥지를 넓히는 일과 먹잇감을 찾아다니느라 바빠 보였다. 그리고 어여쁜 짝을 만나 귀여운 아기새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도도는 풀벌레들이 벗어놓은 허물 부스러기를 뒤적이며 살았다. 늘 배가 고팠지만 남의 것을 훔치거나 빼앗지는 않았다.
하지만 숲속의 동물들은 도도를 향해 손가락질을 해댔다.
「넌 뭐냐?」
「도도예요.」
「아니, 무슨 동물이냐고?」
「새…, 랍니다.」
「날개도 없는 녀석이 꿈도 야무지구나. 푸하하하.」

또 계절이 하나 지나갔다. 바람이 점점 쌀쌀해졌다. 친구들은 가족들을 데리고 따뜻한 강남으로 날아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도도는 자신이 태어났던 둥지 아래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엄마 아빠의 추억이 담긴 그 둥지에 눕고 싶었다. 그러면 추운 겨울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날개 없이는 그 높은 나무를 오를 수 없었다. 날아가던 이웃 새 한 마리가 도도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넌 여기서 뭐하니?」
「엄마 아빠 기다려요.」
「이런 멍청한 녀석을 봤나. 숲속의 모든 새들은 강남으로 날아갔단다. 너희 부모도 강남에 있을 거야.」
「정말요?」
도도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꽁꽁 얼어있던 몸도 순식간에 녹는 것 같았다.
「그래. 직접 찾아가면 될 것을, 난 왜 미련하게 기다리기만 했을까?」

도도는 지팡이를 입에 물고 남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날아서 갈 수 있는 곳이라면 걸어서도 갈 수 있겠지. 친구들보다는 좀 늦게 도착하겠지만…….」
튼튼한 자신의 두 다리에 감사하며 꿋꿋하게 한 걸음씩 내디뎠다.
「길고 고달픈 여행이 되겠지. 어쩌면 내 다리를 뜯어 먹으며 걸어가야 할지도 몰라. 내게 날개보다 튼튼한 두 다리가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다리도 다 닳아버리면 굴러서라도 가야지. 이 길 끝에 따뜻한 강남이 있고, 그리운 엄마 아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러려면 살아 있어야지.」

도도는 행복했다. 그림자보다 배고픔이 먼저 따라붙었지만, 그 여행이 고달프지 않았다. 무엇이 그리 행복하냐고 묻는 새들에게 도도는 참으로 명랑발랄하게 대답했다.
「나는 아직 살아 있어요. 그리고 뜯어 먹을 두 다리가 아직 남아있답니다!」

열 걸음을 단숨에 날아가는 것보다 한 걸음을 참으며 버티는 것이 더 큰 행복을 위한 준비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우리의 도도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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