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하드웨어산업 장악한 몸짱 대한민국, 그리고 뒤에 숨겨진 주역

180센터미터의 키에 멋진 초콜릿 복근 그리고 영롱한 눈빛을 가진 한 남자가 있다고 치자. 이 멋진 신체 스펙을 가진 사람이 정신을 잃은 채 일 년 내내 집에서 누워 지낸다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육체와 정신의 건강이 조화를 이룰 때 더욱 멋진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이야기는 세계 1~2위를 다투는 IT강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로 봐도 무방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반도체, LCD, 휴대전화 등 각종 글로벌 하드웨어 시장을 평정하며 위세를 떨치고 있다. 하지만 IT업계의 영혼이라 불리는 소프트웨어산업의 상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몇몇 온라인 게임업체가 세계시장 진출에 성공한 적이 있지만, OS나 그랙픽툴과 같은 핵심 소프트웨어 분야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S/W 개발에 ‘제대로 미친 사람들’

3개월 만에 매출 10억 원을 달성해 화제가 됐던 공동할인구매 웹사이트 ‘연예인DC(www.stardc.co.kr)’가 지난 1월18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전문기업 고스트코어(신철규 대표)와 업무협력 조인식을 열었다. 연예인DC를 이끌고 있는 이가 가수 출신의 강현수 대표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하지만 기자의 관심을 끌어당긴 것은 MOU의 또 다른 당사자였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전문기업 고스트코어였다. 소프트웨어 개발기업은 패기지형 상품이나 온라인 게임 등 단일 사업을 통한 수익을 창출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통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연예인DC라는 히트상품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고스트코어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고스트코어는 지난 2005년 3월, 어도비 플래시 솔루션(Adobe Flash Solution)을 활용한 다양한 UI와 UX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개발하는 업체로 출발했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신철규 대표는 어도비 코리아(Adobe Korea)에 인수합병 된 매크로미디어(Macromedia)에서 인증한 국제공인강사 1호 라이선스를 취득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 당시에 만나고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오늘날의 고스트코어의 주춧돌이 되었다. 각자 다양한 영역과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던 터라 당시 최대 이슈로 부상하던 플래시 어플리케이션(Flash Application)을 시행착오 과정 없이 무난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최고의 Flash UI, UX를 창조하고, 웹에서 보다 편리한 화면을 구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진행하는 가운데 실전에서 스스로를 단련시켜 나갔던 것이죠.”
신 대표는 창업 당시를 잠시 떠올리더니 슬며시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그 웃음이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환경은 막노동판과 비교될 정도로 열악한 편이다. ‘월화수목금금금’은 기본이요, 출근과 퇴근이 별 의미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시간과 정열을 쏟아야 겨우 생존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신 대표가 이제 와서 잠시라도 웃음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은 가히 상상하지 못할 인고의 시간을 고스란히 이겨냈다는 의미였다.

“미치지 않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죠. 그런 점에서 저희는 제대로 미쳤던 것 같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업계에서 회사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LG전자 등 세계적인 대기업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도 꾸준히 만들어 올 수 있었거든요.”
LG전자와 손을 잡은 고스트코어는 그들의 핵심무기인 플래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수많은 피쳐폰들을 개발해냈고 이제는 이른바 SNS라 불리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와 SNG(Social Network Game), 그리고 안드로이드 및 아이폰 앱(App.) 등 스마트폰용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열정, 인내 그리고 아이디어

신 대표는 자신 역시 개발자 출신인 까닭에 전문적이고 노련한 경영에 있어서는 미흡함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를 보완해주는 요소는 기술역량 뿐이라는 각오 하에 모든 동력을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덕분에 빠르고 고능률의 작업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었고 아무리 어려운 프로젝트라고 하더라도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었다. 기술력이 곧 존재 이유가 되는 IT업계에서는 과정보다는 신속하고 깔끔한 결과물이 더욱 중요한 법이다.
이에 고스트코어의 전문화 및 분업화된 프로세스는 이러한 시장의 요구에 거의 완벽하게 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라는 거대한 기업과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거래를 하면서 단 한 번도 프로젝트 사고를 내지 않았다는 점을 큰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렇듯 시장에서 인정받은 실력과 신뢰를 앞세워 그들은 또 한 번의 도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던 IT시장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시장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2009년 후반기부터 변화의 조짐을 감지하고 모바일 분야에 회사의 동력을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적은 직원 수이긴 하지만 구성원들이 워낙 다양한 개성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놀라운 결과물들을 곧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IT최강 대한민국, 숨통은 열려 있는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우 시리즈나, 어도비사의 걸작 그래픽툴인 포토샵(Photoshop)과 같은 핵심 성장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토종제품을 만나게 되는 날이 과연 올 것인가. 이 만만치 않은 물음에 대해 신 대표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우리나라 개발자들이 가진 아이디어나 프로그램 개발 실력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환경이지요. 범국가적 지원이 하드웨어산업 발전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아이템과 실력을 가졌다고 해도 이를 펼칠 수 있는 기회나 무대를 갖기가 쉽지 않은 게 문제이지요.”
열정이 뜨겁고, 일에 미쳐 청춘을 다 바친 개발자가 있다고 한들 짧지 않은 개발과정에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좋은 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먹고살기 위해 끊임없이 하청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가능성은 그만큼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부와 명예를 보장해 달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저희 스스로의 힘으로도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진정한 IT강국을 위해서 정부차원의 중소기업보호와 자금지원에 따라 새로운 출발선에 서야한다고 봅니다.”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게 세상의 이치다. IT 세계최강 대한민국의 지위 역시 마찬가지다. 시대를 앞서 걸었던 수많은 연구자와 기업가들의 피와 땀이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이 땅을 세계적인 국가로 성장시켰다. 그들이 만든 멋진 초콜릿 복근 안에 영원토록 숨 쉬게 해 줄 영혼을 심을 차례다.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이미 준비돼 있다. 자, 이제 사회와 정부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 줄 것인가.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