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대중성과 보편성을 대변하는 도량으로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지난 11월26일 대모산 끝자락인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세워진 탄허기념박물관 개관식이 열렸다. 탄허기념박물관은 고층 빌딩이 즐비한 강남 일대가 불과 몇 분 거리에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연속에 들어와 있는 듯이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자리하고 있고 수행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자신이 수행하는 것이 불교의 전부가 아니며 남을 가르치는 데서도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탄허 스님의 선교일체(禪敎一體) 사상을 기리기 위해 박물관 건립이 시작되었다. 특히 과거와 현재 미래의 삼세(三世)가 한 공간에 함께 공존하는 다기능 다목적 공간으로써 불자는 물론 일반대중의 지표를 세우는데 그 뜻이 있다. 박물관의 건립을 이끈 혜거 스님(금강선원)을 만나 탄허기념박물관을 개관하게 된 취지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 보았다.

공부하는 도심의 학당 ‘탄허기념박물관’ 개관

혜거 스님은 탄허 스님의 역경(譯經)사업을 보조하면서 자신도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학승(學僧)이 됐으며 1988년 서울 개포동에 금강선원을 열어 불자 대중을 위한 경전과 한문교육, 참선교육에 매달려왔다. 연간 수강생만 1만 5,000여 명으로 22년간 금강선원 강좌를 거쳐 간 수강생이 30여만 명에 이른다. 금강선원을 공부하는 도량으로 만드는 이유에 대해 혜거 스님은 아는 것을 실천에 옮기려면 공부하고 수행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앎’이‘행동’으로 이어지고, 몸에 배서 꿈에도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수행이자 공부라고 말하는 그는 “탄허기념박물관 또한 금강선원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열심히 공부하는 도심의 학당으로서의 그 중심적 역할을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금강선원 신자들은 혜거 스님과 뜻을 함께 해 불사위원회를 만들어 탄허기념박물관 건립을 주도했다. 혜거 스님과 신자들의 간절한 마음과 뜻이 하나 되었기에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도 탄허기념박물관을 지을 수 있었으며 2008년 1월 착공한 후 2년 10개월 만에 완공할 수 있었던 비결 또한 여기에 있다. 혜거 스님은 “불교역경사에 큰 업적을 남기셨던 탄허대종사를 기념하고 스님께서 남기신 사상과 유지를 계승하여 그 동안에 단절되었던 학문학의 재정립을 통해 불교의 문화창달은 물론 잊혀졌던 5천년 반세기의 민족정신을 다시금 회복하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불자들의 공부와 연구, 사회통합 공간으로도 활용

   
대지 1984.28㎡에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지은 탄허기념박물관은 현대식으로 건설됐지만 온누리에 지혜광명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건립 대불사 발원이 곳곳에 배어 있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외벽은 불자들의 성전이자 학림임을 나타 낸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 전문으로 장엄되어 있고, 박물관에 들어서면 번쩍이는 스테인레스 기둥이 아닌 녹슨 철을 소재로 사용하여 백팔번뇌를 녹여내는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곳곳에 불교적인 상징이 녹아 있다.

박물관은 상설·기획전시실, 시청각실 겸 강당, 사무실, 연구실, 수장고 등의 시설을 갖췄다. 제1 전시실인‘일소대(一笑臺)’는 유품과 유목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이곳의 입구에는 녹슨 달팽이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는데 108번뇌를 미처 떨쳐버리지 못한 대중이 탄허 스님의 유지와 사상에 감화를 입어 모든 번뇌를 씻어버리고 돌아가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제2 전시실인‘방산굴’은 탄허대종사를 가장 많이 닮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탄허대종사의 생전 사진과 신문기사는 물론 전국의 탑겫晝?계첩 등을 모아놓았다. 사면에 기둥을 없애 허공에 떠있도록 설계해‘허공[虛]을 삼킨다[呑]’는 탄허 스님의 법명을 상징했다. 시청각실 강당(371.10㎡)은 석가모니가 화엄경을 설법한‘보광명전’의 이름을 붙였으며, 대법회와 강좌를 개설하는 한편 대형 전시회장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박물관은‘인재양성’에 대한 탄허대종사의 유지와 홍원을 계승하여 불자들의 공부와 연구를 위한 시설로도 쓰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더하고 있다. 혜거 스님은 “박물관은 교육관을 비롯하여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한국불교의 선학을 위한 교학의 기조를 배양할 것이며 나아가 아세아 한문 문화권에 대한 국제적 수용능력을 갖춘 불교학자와 한문학자의 양상에 주력할 것입니다. 또한 대중을 위한 강좌, 교육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불교에 제한하지 않고  스님, 신부, 목사, 판사, 교수, 학자, 의사, 환경 전문가 등 사회 각계각층의 명사를 초청하여 ‘이 시대의 지성(知性)에 대한 정의’를 살피며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통을 치유함은 물론 미래에 대한 예고와 준비의 역할도 함께 갖추어 볼 새로운 시대의 보살사상을 새롭게 정립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10년 12월부터 15주 동안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에 ‘오늘의 지성에게 듣는다: 우리 시대가 원하는 보살심’을 주제로 연속 강좌를 첫 번째로 열었다. 이번 강좌는 사회통합의 작은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열렸는데, 이 강좌처럼 혜거 스님은 우리 사회에서 무엇보다 사회통합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역사적으로 중국이 강대해질 때마다 우리나라는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중국의 힘이 나날이 강대해지는 상황에서 종교 갈등으로 시간 낭비를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닙니다. 최근 일부 개신교 신자들이‘사찰 땅 밟기’를 하며 ‘무너져라’고 기도하는 등의 행동을 보고 분개하는 불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불자들에게 오히려 ‘땅을 밟으면 터가 다져져서 더 좋다’고 말하며 악감을 갖지 말고 좋은 마음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일부 그릇된 행동을 하는 종교인으로 인해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일도 있었지만, 사회 통합은 작은 일에서 실천하면 어려운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똘똘 뭉쳐 사회 통합을 이뤄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2011년, 수행 통해 보다 밝은 한해 되길 기원

혜거 스님은 “많은 사람들은 복을 받기 위해 신앙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복은 종교에서 주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가 복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만이 복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수행을 해야 합니다. 그럼 수행은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물을 것입니다. 수행은 어려운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닙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꼭 이루고자하는 목표,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하루, 한 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고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 하고 보다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 꾸준히 정진하는 자세, 즉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자세입니다.

또한 나쁜 일은 생기지 않고 좋은 일만 생기기만을 바라지 말고 국민 모두가 일일일선(一日一善)을 한다는 마음으로 신년을 맞는다면 2011년도는 좀 더 따뜻하고 한 단계 성숙해지는 그런 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허물하나 없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는 다른 사람의 장점을 먼저 보려 하지 않고 허물을 먼저 보려 하고 그 허물을 들춰내기에 바쁜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허물을 보기 전에 자신의 허물을 먼저 보고 그것을 반성할 수 있는 현명한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라며 설령 다른 사람의 허물을 알았다고 해도 그것을 들춰내기 보다는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희망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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