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웃고, 이재용 울고, 박 대통령 버티고…

숨 가빴던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종료됐다. 70일 간의 박영수 특검팀의 활약에 국민들은 울고 웃었다. 국민 67.7%가 특검 연장에 찬성했지만 결국 박영수 특별수사팀의 수사기간 연장을 골자로 한 특검법의 국회 본회의 직권상정은 무산됐다. 유례없는 국민의 지지를 얻으며 출발했던 박영수 특검팀. 그 숨 가빴던 70일 간의 행적을 돌아봤다.

   
 
지난 2월 23일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선자 부회장 등 주요 피의자를 소환하지 않고 보강수사에 집중했다. 1차 수사기한을 불과 닷새 남긴 상태인 만큼 그간 진행된 수사를 마무리하는 절차에 돌입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날 박영수 특별수사팀의 수사기간 연장을 골자로 한 특검법의 국회 본회의 직권상정은 무산 됐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자유한국당 정우택·국민의당 주승용·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회동을 하고 특검법의 직권상정 문제에 대해 담판을 벌였으나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국회 차원에서의 특검 연장 법안 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수사 기간 연장을 수용하지 않으면 활동을 종료하게 된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1일 공식 수사개시 이후 60일 넘는 시간 동안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은 총 13명을 기소했다. 장관급 인사만 5명을 구속하고 재계 서열 1위인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구속하는 등 특검의 존재 이유에 부합할 만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특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최순실 씨(61·구속기소) 딸 정유라 씨(21)의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비리 수사에는 비교적 빠른 진전을 보이며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이번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격인 박근혜 대통령은 아예 건드리지도 못했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 조사도 실패했다. 다만 특검팀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뇌물죄, 박 대통령 비선 진료,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 신병처리 등 3대 수사 쟁점은 추가조사를 벌이고 있다.

朴 대면조사, 靑 압수수색 결국 무산

   
▲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최순실 게이트 전체에 대해 ‘어거지로 엮은 것’, ‘사실무근’ 등의 표현으로 각종 의혹을 부인해 왔다. 박 대통령은 이번 게이트의 몸통인 최순실 씨에 대해서도 믿었던 지인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번 특검에서 가장 기대했던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은 결국 무산됐다. 박 대통령은 최 씨와 공모한 삼성 뇌물수수 의혹과 더불어 문화계 지원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을 직접 지시한 의혹, 세월호참사 7시간 동안의 행적에 관한 의혹, 비선진료 의혹 등 각종 의혹의 중심에 놓였다. 한 차례 언론에 일정이 공개된 것을 빌미로 무산시켰던 박 대통령 측은 특검팀이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점을 영리하게 활용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특검팀이 사실상 대면조사 없이 수사를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최대한 조율하되 박 대통령 측의 일방적 요구에 끌려가지는 가지는 않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굳히고 ‘되면 좋고, 안 되면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지만 지난 2월 9일 한차례 대면조사가 무산된 뒤 ‘무작정 끌려가지 않겠다’는 쪽으로 방침을 돌렸다.
이런 입장의 변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뇌물공여자인 이 부회장을 구속시킴에 따라 이미 뇌물죄에 대한 법리적 소명은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굳이 불기소특권을 가진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을 조사하더라도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도 특검팀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최순실 게이트 전체에 대해 ‘어거지로 엮은 것’, ‘사실무근’ 등의 표현으로 각종 의혹을 부인해 왔다. 박 대통령은 이번 게이트의 몸통인 최순실 씨에 대해서도 믿었던 지인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다고 해도 대부분 ‘모른다’고 발뺌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어서 대면조사의 실효성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박영수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수수를 비롯해 직권남용, 의료법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된 피의자지만 ‘조건부 기소중지’ 처분하기로 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2월 23일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 수사기한 종료 시점에 법률적으로는 조건부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질 것”고 밝혔다.
조건부 기소중지는 박 대통령의 불기소 특권이 소멸될 때까지 조건부로 기소를 유보하는 조치다. 향후 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검찰이 이어서 수사하고 기소까지 할 수 있다.
각하된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소송에 대해서는 항고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2월 16일 특검팀이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홍렬 경호실장을 상대로 낸 ‘청와대 압수수색 불허’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했다.
특검팀은 지난 2월 3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청와대 측이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를 근거로 불승인 사유서를 내고 거부함에 따라 압수수색 5시간 만에 철수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110조는 군사시설, 111조는 공무상 비밀을 보관한 장소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 압수수색이 불가하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특검팀은 이후 내부 논의를 거친 뒤 지난 10일 행정법원에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을 상대로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에 관한 취소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를 신청했다.
특검팀 측은 지난 2월 15일 열린 심문기일에서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반드시 청와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청와대 측은 특검팀의 신청이 법리적으로 맞지 않아 각하돼야 한다고 반박하면서 양측이 첨예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법꾸라지 우병우 결국 구속 실패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것을 사과하면서도 적극적인 관여 의혹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며 의혹을 부인하는 전략을 내세우며 구속을 피했다.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구속을 피했다. 지난 2월 22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판사는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및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불출석)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특수통 검사 출신인 우 전 수석이 결국 구속을 모면했다. 사실 우 전 수석이 최 씨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형사처벌이 필요한 범죄 행위로까지 볼 수 있느냐는 문제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또 우 전 수석에게 적용된 혐의인 직무유기 또한 입증이 상당히 어려워 이날 구속영장 기각 주요 이유가 됐다. 직무유기는 도덕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어도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은 대표적인 범죄로 꼽힌다. 단순히 불법행위를 방조한 게 아니라 적극적인 묵인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초 법조계에서는 우 전 수석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국민여론 및 민심동향 파악’, ‘공직·사회기강 관련업무 보좌’ 등 민정수석의 광범위한 업무 영역을 고려했을 때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민정수석 권한의 범위가 매우 광범위한데 대체 어디까지를 정상적인 권한 행사로 볼 것이냐 자체가 쟁점이 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감찰 등의 방법으로 청와대 지시에 협조하지 않았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등을 찍어냈다는 의혹 역시 민정수석으로서 정상적인 활동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법리 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것을 사과하면서도 적극적인 관여 의혹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며 의혹을 부인하는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이 입수한 최 씨와 우 전 수석 사이 인사 관련 파일도 영장심사의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 인사파일을 확보해 놓고도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공소장 작성 작업은 대부분 마무리

   
▲ ‘비선 진료 관여’ 의혹의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2월 24일 오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석했다.
특검은 이미 기소된 피의자에 대한 공소유지와 이 부회장 기소 준비에도 착수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주요 피의자들 공소장 작성 작업은 대부분 마무리가 된 상태이다. 다만 특검팀은 이 부회장 관련 뇌물죄, 박 대통령 비선 진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신병처리 등 3대 수사 쟁점은 결정을 여전히 유보한 상태다. 이중 특검팀은 ‘강요의 피해자’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이 부회장 뇌물공여죄 혐의를 밝히기 위해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검팀은 보강 수사를 통해 이 부회장이 금품을 제공한 배경과 박 대통령과 사이에 청탁 여부 등을 파악,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특검팀은 전날 이수형 삼성그룹 부사장(미래전략실 기획팀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특검팀은 최 씨 일가 등의 국정농단 사태를 묵인하는 등 직무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우 전 수석 보강조사도 벌이고 있다. 특검팀은 보강조사 결과를 토대로 불구속기소 하는 쪽으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전날 성형외과의 김영재(55) 원장과 대통령 자문의였던 정기양(58) 연세대 세브란스 교수가 청와대 관저에서 박 대통령에게 수차례 미용시술을 한 정황을 포착,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 등으로 조만간 기소할 방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수사가 연장 안 되면 피의자들을 바로 기소해야 하기 때문에 공소장은 대부분 다 처리된 상태”라며 “삼성그룹과 우 전 수석, 비선 진료 등 아직 마무리 안 된 부분 수사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그간  수사에서 ‘독립성을 갖고 마음껏 수사하라’는 존재 이유를 충분히 증명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이라는 한 마리 토끼를 잡은 대신, 우병우 구속 실패, 박 대통령 대면조사 실패, 청와대 압수수색 무산이라는 결과를 냈지만, 국민 10명 중 7명은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연장을 해야 한다고 말한 만큼 국민들에게 있어 이번 특검팀은 그 어느 때보다도 특별했다.[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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