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 고도화 추진…북핵 고도화 저지 실패

총 123개 업체, 1조 5,000억 이상 경제적 손실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남북 화합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의 가동이 중단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2월 10일 우리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정부가 판단했던 실익보다는 손실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입주 기업들의 경제적인 손실과 우리 정부가 가장 바랐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막지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정부가 꺼내든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10일 통일부는 시행 1년을 맞은 개성공단 중단조치에 대해 “북한의 핵개발이나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상당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로 인해 아주 강력한 유엔의 안보리 제재결의 2270호와 2321호가 나왔다”며 “또 미국, 일본, EU,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의 독자제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고,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압박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그때는 북한의 거듭되는 핵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이 있었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해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거듭되는 핵·미사일 도발과 이제는 ‘상수’가 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에 비춰볼 때 실패 사례로 봐야 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정부의 평가와는 대조적이다.

개성공단은 2000년 6.15공동선언이후 남북교류협력의 하나로 2000년 8월 9일 남쪽의 현대 아산과 북쪽의 아태, 민경련 간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2002년 11월 27일 북측이 ‘개성공업지구법’을 공포함으로써 구체화됐고 2004년 12월 본격 가동됐다. 그러나 지난해 2월 10일 정부는 긴급브리핑을 열어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를 내렸다.
당시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 원의 현금이 유입됐는데, 그것이 결국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이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에 빌미를 제공했고, 추가적인 현금성 자산의 북한 핵·미사일 개발 전용 가능성을 해소하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는 게 당시 정부의 입장이었다.
우리 정부의 선언에 북한도 즉각 대응했다. 다음날이 1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겠다고 통보하고 남측 인원들을 당일 전원 추방했다. 또한 남측 자산을 전명 동결하고 군 통신과 판문점 채널을 모두 끊었다. 남북 경제교류 협력을 목적으로 설립된 개성공단은 2003년 12월 15일 첫 제품을 생산한지 11년 2개월여 만에 최대 고비를 맞게 됐다. 북한의 근로자 철수 조치로 지난 2013년 4월 8일부터 9월 15일까지 가동이 중단된 후 두 번째다.
2016년 2월 10일 당시 개성공단에는 124개 기업이 입주 가동 중이었다. 개성공단 조성부터 가동중지를 결정할 때까지 대한민국에서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현금은 총 6,160억 원이었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투자한 총액은 1조 190억 원(공공투자 4,577억 원, 민간투자 5,613억 원)이었다. 개성공단의 연간 생산액은 2014년 4억 7,000만 달러, 2015년 1~11월 5억 1,500만 달러다.

   
▲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16년 2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따른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홍용표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북한은 우리 국민의 안위는 물론 민족
정부의 조치 이후 유엔 안보리는 3월 북한으로 유입되는 자금줄을 포괄적으로 차단하는 내용의 결의 2270호를 채택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정부는 개성공단 중단으로 포괄적이고 전방위적인 대북 자금줄 압박에 중국 등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를 통해 북한의 무력 도발을 자제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속도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흘러갔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공조해 대북제재 수위를 높여왔지만 북한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핵무기 고도화를 추진해 왔다. 노동·스커드 계열의 탄도미사일뿐만 아니라 무수단 계열의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다양한 종류의 운반체 시험 발사를 연이어 강행했다. 3년 주기로 진행했던 핵 실험도 8개월여 만에 성공했다.
특히 군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이 중단된 2008년 이후 우라늄 프로그램(UEP)의 본격 개발에 따라 핵무기로 만들 수 있는 상당한 양의 고농축우라늄(HEU)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 소식통은 “북한이 보유한 원심분리기를 1년 365일 풀로 가동할 경우 연간 25~40㎏의 HEU를 확보할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추정해 보면 10년 간 최대 400여 ㎏의 HEU를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주장하는 것은 우라늄을 이용한 탄두를 여러 개 만들었고 다양화 된 미사일에 넣을 수 있는 탄두를 만들어 폭발시험까지 했다는 것”이라며 “핵실험 위력 여부만으로는 어느 수준인지 단정할 순 없지만 핵무기 고도화가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13일, 북한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대 출력 고체로켓 엔진과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해 새로운 형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등 북한의 무력도발은 끊이지 않고 있다.

   
▲ 북한이 지난해 1월 4차 수소탄 핵실험에 이어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함에 따라 정부가 대북 제재 수단으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은 입주 기업들을 부도 위기로 내모는 결과로 작용했다.
통일부가 발표한 개성공단 기업 지원 현황을 보면 정부는 기업이 신고한 피해액 9,446억 원 중 회계법인 검증을 통해 7,779억 원을 피해 금액으로 확정하고, 5,200억 원의 지원을 결정했다. 지난달 말까지 모두 5,013억 원이 지급됐다. 정부는 또한 신규대출 2,726억 원, 대출상환유예 4,552억 원, 세제지원 797억 원, 국내 대체생산을 위한 지방투자촉진보조금 107억 원, 고용유지지원금 39억 원 등 다양한 형태의 재정적 지원을 진행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입장은 다르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폐쇄 후 1년간 손실액은 입주기업 1개당 약 20억 원으로 총 1조 5,000억 원 이상으로 집계된다. 정부가 추산한 피해 금액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정기섭 위원장은 “정부가 추산한 손실액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한 기업의 영업손실을 배제한 수치”라며 “정부는 기업이 제출한 손실 근거자료만으로 추산한 것이다. 당시 경황도 없고 기업 내에서 손실 근거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업체들이 많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기섭 비대위원장은 “지난 2월 7일 정부가 발표한 ‘개성공단 1년, 설명자료’는 일부의 통계수치만 인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한 설명일 뿐”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없다. 위원장인 나에게도 문의한 적이 없다. 근거가 무엇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발표 다음 날 단행된 북한의 일방적인 추방 조치로 챙겨오지 못한 완제품과 원부자재 등 유동 자산에 대한 보상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유동자산 피해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다가 북한 개성공단 관계기관이 조직적으로 전기밥솥을 빼돌려 판매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고, 이미 일부 완제품이 중국 측에 팔렸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기업 자산 손실 우려가 현실로 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의류 등 일부 완제품이 북한 장마당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주장도 북한 소식통을 중심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입주 기업의 협력업체들은 여전히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한 이후 공장과 설비 등 고정 자산의 피해를 일부 남북 경협보험으로 보상받았지만 완제품과 원부자재의 유동 자산을 면장 기준으로 피해액을 산출해 제대로 된 배상을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개성공단입주기업 협력업체 A사 조 모 대표는 “우리 하청 업체가 무슨 잘못이 있나”라며 “추운 겨울 직원들의 급여는 벌써 8개월째 밀려 있지 여기저기 납품업체에서는 돈 달라고 연일 찾아온다. 도저히 돈 나올 구멍이 없어 대학 다니는 아들까지 휴학시키고 일을 시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개성공단입주기업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K사 김 모 대표는 “9개월 동안 납품대금의 35% 수준의 대금만 지급받아 종업원 월급도 못줬고 몇몇 퇴직한 직원들은 집까지 찾아와 돈 달라고 소리치고 있다”며 “정말 도산하기 일보직전이다. 주위의 가용한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돈을 빌려 일부자재를 구입해 정말 어렵게 공장을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원청업체의 소송과 납품대금 결제 지연 등으로 협력업체 상당수가 도산 위기를 겪고 있다. 유동자산 피해가 큰 기업의 경우 보전율이 30%~70%로 내려가 기업 간 형평성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해 그 피해가 협력업체들까지 고스란히 확산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개성공단입주기업에 골판지상자를 납품한 D사 이모 대표는 “원청업체에서는 정부지원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납품대금 결제를 계속 늦추는 바람에 경영상황이 극도로 악화 돼 수개월째 15명의 종업원 급여도 못주고 연쇄도산의 위기를 맞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배상 기준이 피해액의 70%, 업체당 한도 22억 원으로 제한돼 유동자산 피해 규모가 큰 기업들은 손실액을 제대로 배상받지 못한 실정이다. 영세한 업체들은 피해지원을 아에 한 푼도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문제는 정부 지원금 70%가 경협보험금이란 사실이다.
정기섭 위원장은 “기업들마다 매년 수천만 원씩 보험금을 내고 받은 보험금으로 북한이 닫았어도 줘야 하는 것이다”라며 “보험금은 개성이 다시 열리게 되면 개성 자산을 찾기 위해서는 즉시 반환을 해야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외에 이제 거기 두고 온 원부자재 완, 반제품에 대한 유동자산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 피해신고는 2,500억 정도 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한 1,200, 한 절반 정도 1,240억인가가 지원이 됐을 거다”라며 “그것도 원부자재를 양보담보로 넘겨주는 조건 하에 받은 거다‘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조성은 남북교류협력의 새로운 장을 마련한 역사적인 사업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지난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이후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거니와 남북 갈등만 더욱 고조시켰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이 단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국제사회에 ‘단호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공조를 끌어냈다는 점을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실익은 얻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남북관계의 특수성 등에 비춰볼 때 성급한 결정에 따른 국내 여론의 분열을 가져오고, 향후 재가동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개성공단 중단 결정은 정부 대북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며 “당시 상황에만 집착함으로써 ‘개성공단 중단’ 카드를 전략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렸고, 중단 이후에 발생할 부정적인 요인들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북한의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가 미국 등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며 “북핵 문제의 돌파구가 없고,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이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자율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안타깝게도 유엔 제재안(유엔 대북제재결의안) 때문에 당장 재가동을 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유엔 제재안을 보면 대가를 지불하는 방법에서 현금을 지불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출입 물품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안이 있다. 우리나라가 그 제재안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도 제재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 개성공단기업 피해대책위원회 강창범 간사(왼쪽)와 민주실현주권자회의 허인회 공동대표가 지난 2016년 11월 22일 오전 개성공단 폐쇄에 ‘비선실세’ 최순실 관여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정치권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 1년을 맞은 지난 2월 10일 “개성공단은 반드시 재개돼야 한다”며 “우리는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세력으로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아울러 국제사회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개성공단은 단순한 산업공단이 아니다. 우리의 시장경제와 북한의 사회주의체제가 결합한 경제공동체형 통일모델”이라며 “닫혀있는 개성공단의 문을 다시 여는 것은 물론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개성공단 폐쇄는 법률에 근거를 둔 행위가 아니었다”며 “헌법 제76조 등에 정한 긴급 상황이 아님에도, 국무회의도 거치지 않은 채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정기섭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통계수치만 인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할 게 아니라 기업경영 정상화를 위해 보상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반드시 보전해야 한다”며 “득은 작고, 실이 더 큰 정책이라면 지금이라도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재검토되고, 재개를 위한 논의가 시급하게 시작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향후 재가동이 결정될 경우 기업 피해 보상 문제는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예정이다. 경협보험을 통해 피해 지원을 받은 기업의 경우 받았던 돈을 다시 내놓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반환 금액을 둘러싼 기업과 정부 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만약 개성공단 재가동이 결정될 경우 입주기업의 재가동 참여 여부부터 시작해서 피해 지원금 반환 문제까지, 가동 중단 사태 때보다 갈등 구조가 더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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