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클레멘스 IVI 사무총장 등 전문가들, 향후 인도적 지원

지진 피해에 이어 최근 아이티 난민촌에 대규모 콜레라 창궐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국제백신연구소(IVI)의 존 클레멘스 사무총장을 비롯하여 미국의 하버드대 의대, 조지 워싱턴대의 전문가들이 향후 인도적 사용을 위한 콜레라 백신의 비축을 미국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전문가는 “미국이 수백만 도스의 콜레라 백신 비축분(stockpile)을 마련하고 유지하는 비용은 크지 않지만, 현재 130만명이 환경이 열악한 난민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티 수도 포토프린스 등 콜레라 창궐 위험이 높은 지역에 이러한 백신을 신속히 공급하는데 따른 혜택은 엄청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백신연구소(IVI)의 존 클레멘스 사무총장, 하버드대 의대의 매투 왈더(Matthew K. Waldor)교수와 조지 워싱턴대 미생물, 면역, 열대의학부 피터 호테즈(Peter J. Hotez) 교수는 11월 24 (미국 동부시각)일 NEJM 온라인 판에 먼저 게재된 기고문 “국가 콜레라 백신 비축분 – 새로운 인도적, 외교적 자원(A National Cholera Vaccine Stockpile – a New Humanitarian and Diplomatic Resource)” 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이들 전문가는 미국의 국가 콜레라 백신 비축분 마련 및 보급은 명확한 보건상 및 인도적 이익 뿐만아니라, 콜레라 창궐 위험이 높은 전 세계의 여러 지역들에 다양한 부수적 혜택을 가져올 것이고 밝혔다. 호테즈 교수는 “콜레라와 여타 설사질환의 창궐은 인위적 자연적 재난의 극복에 장애가 될 뿐만아니라, 식량생산을 어렵게 하여 식량안보를 위협함으로써 빈곤을 악화시키고, 새로운 갈등을 야기하거나 기존의 갈등을 악화시킨다,”며, “지금 백신을 활용하여 아이티에서 콜레라가 아직 전파되지 않은 지역에 접종하면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Vibrio cholera)균에 의해 발생하는 매우 심하고 치명적인 설사 질환으로서, 병원체가 장내에 세균으로 가득한 체액을 대량 발생시켜 극도의 탈수 증세를 일으킨다. 콜레라는 배설물-구강 루트를 통해 감염되며, 음용수나 식품이 콜레라균에 오염되면 이 전염병은 주민들에게 급속히 전파될 수 있다.

전세계에서 매년 300만 내지 500만 건의콜레라가 발생하며, 10만 명에서 13만 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정된다. 깨끗한 물과 위생 상태의 확보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콜레라 발생이 줄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콜레라는 남아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풍토성으로 발생하며, 인위적 또는 자연적 재해의 결과로 풍토성 및 비풍토성 지역에서 창궐할 수 있다. 지난해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는 창궐사태가 지속되어 4,000명 이상이 희생되었으며, 현재 아이티의 난민촌에서 창궐사태가 발생하여 1,4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 IVI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5억명 정도가 콜레라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콜레라의 치료는 경구 또는 주사를 통해 체액을 보충하고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으로, 이러한 조치는 목숨을 구하고 질환을 겪는 기간을 줄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위기사태가 그러하듯 의료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조치는 시행하기가 어렵다. 또한 질병 예후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활용가능한 치료법이 제한되어 효과적 치료가 어려운 실정이다.

다행인 것은 3 종의 경구 콜레라 백신이 개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수십년전 개발된 스웨덴 크루셀(Crucell)사의 듀코랄(Dukoral)은 60여개 국가에서 사용승인이 되어 있고, 유럽 미국 등의 여행자들이 주로 사용해 왔다. 다른 두 종의 백신은 인도 샨타바이텍이 생산하는 ‘샨콜’과 베트남의 바바이오텍사가 생산하는 “mORC-VAX®”로, 이들 백신은 독소(toxin)를 첨가하지 않은 콜레라 사균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들 백신은 2009년 승인되었으며, ‘샨콜’은 현재 WHO의 승인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 백신은 모두 각 2 회 접종을 필요로 한다.

특히 IVI가 개발하여 인도에서 승인된 세계 최초의 저가 경구 콜레라 백신인 ‘샨콜’은 풍토성 및 외래 콜레라 통제를 위한 경구 콜레라 백신의 사용 노력을 크게 가속화했다. 듀코랄과 달리 이 백신은 버퍼(완충액: 접종시 백신의 체내 흡수를 돕기 위해 백신과 함께 투여)을 요하지 않아 난민촌 등 열악한 상황에서 접종이 용이하다. 또한 이 백신은 가격이 저렴해 정부 및 국제기구가 활용할 여지가 높다. 또한 인도에서 수행된 대규모 효과성 임상시험에서 소아(1-5세)들에서 보호효과가 더 높고 오래 지속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더불어, WHO는 올 3월 발간된 의견서(Position Paper)에서 샨콜 등 신세대 경구콜레라 백신의 사용 권고를 크게 강화했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듀코랄과 샨콜을 포함, 생산업체들이 짧은 시간에 공급할 수 있는 경구 콜레라 백신의 양이 50만 도스에도 미치지 못해, 위험지역 주민들에 대규모 접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클레멘스 사무총장은 “이러한 콜레라 백신의 세계적 부족 현상이 비축분 마련의 시급성을 웅변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임박한 콜레라의 위협이 없지만, 하버드대의 왈더 교수는“갑작스럽게 콜레라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는 세계의 여러 지역들에 신속한 공급을 위해 백신 비축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까지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은 콜레라 발생 위협이 거의 없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아이티의 상황은 이러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며, “ 사하라 이남 지역,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등도 위험성이 높은 지역들이다”고 말했다.

더욱이 미국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국가들에 콜레라 백신을 제공함으로써 백신외교(vaccine diplomacy)를 통한 국제사회의 안정과 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이들 전문가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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