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피스 슈퍼 허브와 직항으로 연결, 24∼48시간 내 고객 앞으로

2001년 개봉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톰 행크스가 맡은 주인공 척 놀랜드는 페덱스의 직원으로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인양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도 제대로 시간을 갖지 못하던 크리스마스이브에 그녀가 선물한 시계를 꼭 쥐고 출장차 페덱스 전용기에 올라탄 그는 갑작스런 비행 사고를 당하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남태평양의 모래투성이 무인도에 도착한 그는 여자 친구에 대한 사랑만을 간직한 채 그 곳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그렇게 4년을 지낸 그는 가까스로 섬을 빠져나와 마지막 소포를 고객에게 전달한다.

1965년 예일대학 경제학과 학생이었던 프레드릭 스미스(Fredrick W.Smith)는 24시간 안에 전 세계 어느 곳이든 화물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고, 이 아이디어를 학기말 레포트로 제출했다. 결과는 C학점. 실행 가능성이 적은 황당한 생각이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스미스는 석사학위 논문에 이러한 개념의 항공운송시스템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를 제안했고, 후에 이것은 글로벌 운송회사 ‘페덱스(FedEx)’의 출발이 되었다.

스미스가 제안한 ‘허브 앤 스포크’ 항공운송시스템은 미국 내 모든 도시에서 4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허브(공항)를 축으로 화물을 모아 다시 화물을 정리해 도착지로 배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기존의 운송 체계인 ‘포인트 투 포인트(point-to-point: 두 지점을 최단거리로 잇는 배송 방식)’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다. 때문에 프레드릭 스미스가 처음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을 들고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뉴욕에서 필라델피아로 부치는 화물을 굳이 멀리 떨어져있는 멤피스까지 보내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스미스는 허브를 중심으로 수많은 가지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도 많은 연결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허브 앤 스포크’의 매력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많은 이들이 납득시키지 못했지만 자신의 아이디어에 자신이 있었던 스미스는 이를 보다 구체화시켜 1973년 ‘페더럴 익스프레스(Federal Express)’라는 회사를 차리게 되었고, 이를 줄여 지금의 ‘페덱스’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은 지금의 택배 방식으로 굳어졌다.

정시·익일 배달, 화물추적 시스템 도입

미국의 중부지방인 미시시피주 마크스에서 태어난 스미스는 1971년 베트남전에서 돌아와 유산을 담보로 마련한 자금과 은행 대출 등으로 창업자금을 마련해 1973년 멤피스에 세계 최초의 특급 배송업체를 설립했다. 그의 나이 27세였다.

스미스는 소형 항공기 8대로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이르는 미국 내 25개 도시를 연결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번창할리는 만무. 첫날 화물은 186개에 불과했다. 그에 앞선 에모리 항공화물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페덱스에는 ‘특급 배송’이라는 차별화가 있었기 때문에 스미스는 사업에 비전이 있다고 확신했다. 스미스가 자신 있어 한 특급 배송은 기존의 서비스에 시간의 중요성과 신뢰성을 결합한 것으로, ‘정시 배달’, ‘익일 배달’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도입한 것이었다.

기세등등하게 사업을 시작한 스미스였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끌어 모은 돈은 1년 만에 바닥이 났고 대출 상환날짜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힘든 건 새로운 시도였던 정시 배달과 특급 배송에 대한 검증이 시장에서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르는 손해는 수백만 달러에 이르렀다. 하지만 1년 만에 포기할 스미스가 아니었다.

그는 비행기 이동이 많지 않은 밤 시간을 이용하는 전략으로 ‘야간에도 배달한다’는 원칙을 세우기 시작했다. 또한, 자신의 화물이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화물추적 시스템도 도입했다. 그러면서 점차 ‘땅에서는 UPS, 하늘에서는 페덱스’라는 평판을 얻기 시작했다.

고객이 직접 자신의 화물 번호를 이용해 자신의 화물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은 ‘COSMOS(Customer, Opera tions, Management and Service)’라고 불렸다. 고객이 수신자 부담 전화를 걸어 화물의 상태에 대해 문의하면 신속하게 답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페덱스는 1994년 겨울, 이 시스템을 웹을 통해 공개하기로 결정, 고객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전화문의 시스템에 대한 번거로움을 해소시켜 고객 만족도가 증대될 뿐 아니라 비용면에서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페덱스 최고의 자랑이다.

고객의 화물과 편지가 처음 배달원의 휴대정보 단말기는 ‘슈퍼 트랙커’에 읽히는 순간부터 수신자에게 전달되는 순간까지 총 12번의 갱신을 통해 화물의 현재 위치를 30분 안에 확인할 수 있다. 배달원의 트랙커, 수송차량, 수송기에도 설치되어 있는 디지털 특송 시스템도 COSMOS와의 연락을 통해 현재의 화물상태, 수송 장애 요인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교환해 만일의 사태에 철저하게 대비한다.

수송기가 목적지로 출발하면 전자교환문서를 통해 화물의 모든 정보를 해당국가 세관에 통보, 비행기가 도착하면 이미 모든 통관 절차를 마친 상태로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야말로 페덱스 정보통신 기술의 정점이다.

‘사람 중심’ 경영이 페덱스의 성공을 이끈다

페덱스의 성공 요인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사람’을 경영 중심에 두는 것이다.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스미스의 경영마인드는 페덱스의 성공을 이끄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스미스는 “모든 직원이 비전을 공유하기 전까지는 초우량 기업이 될 수 없다”면서 직원 개개인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페덱스에서는 차별 없는 인재정책을 펼치고 있다.

전세계에 지점망을 갖고 있는 페덱스는 언제 어디서나 전세계 직원들과 같은 비전을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직원들의 다양한 문화를 인정해주기 위해 중동지역에는 무슬림 신자들을 위한 기도실을 설치하기도 했다. 비전은 공유하되 그들의 색깔은 지켜주는 것, 이것이 바로 페덱스만의 기업문화이고 페덱스가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인 것이다. 이 밖에도 페덱스는 각종 보상제도 등을 통해 사람 제일주의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문화 때문인지 페덱스에는 말단 사원이 최고 경영자가 된 사례가 많다. 한 예로, 2007년 1월 육송 부문CEO로 승진한 데이비드 레브홀츠(David Rebholz)는 1976년 페덱스의 밀워키 지점에서 차를 닦고 물건을 나르던 비정규직 직원이었다.

비정규직 직원이 약 30년 만에 CEO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PSP(People, Service, Profit) 정책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PSP 정책은 “직원들을 가장 먼저 고려할 때(People)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Service) 회사가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다(Profit)”는 스미스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페덱스의 인재 철학이다.

혹독한 리더십 교육 거쳐 진정한 리더로 재탄생

또한 페덱스는 사람 중심 경영의 일환으로 무해고정책, 공정대우 보장 프로그램(GFTP: Guaranteed Fair Treatment Program) 등을 실시하고 있다. 회사 내 어떤 직원이든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CEO에게까지 상사의 잘못을 시정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또한 페덱스는 모든 직원들이 동료의식을 갖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을 경력사원과 똑같이 예우해주기 위해 수습제도를 폐지했으며, CEO가 직접 전화로 직원들을 격려하고 사기를 북돋워주는 ‘CEO 격려전화’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페덱스에서는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길러주기 위해 회사의 자산에 직원이나 직원의 자녀 이름을 새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높은 성과를 냈을 때, 화물 수송기에 이름을 새기도록 해 무한한 감동과 자부심을 선사한다. 비용이 들지 않지만 그로 인한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이러한 직원 정책들이 바로 페덱스만의 힘인 것이다. 

하지만 페덱스는 그에 따르는 책임감도 부여한다. 부장급에 해당하는 매니저까지 승진하면 페덱스는 혹독한 리더십 교육을 거쳐야 한다. 멤피스 본사에 설치된 리더십 연구소에서 실시되는 이 교육에서 직원들은 매니저와 경영진, 회사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는데, 서비스와 근무환경 개선을 추구할 수 있는 직원만족도 시스템인 ‘SFA(Survey, Feedback, Action) 시스템’을 통해 간부들을 평가한다.

매년 한 차례씩 실시되는 이 평가에서 2년 연속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더 이상 페덱스에서 근무할 수 없게 된다. 이를 통과하기 위해 매니저를 포함한 페덱스의 간부들은 법률지식, 페덱스의 역사와 가치관, 직원관리 등에 대한 종합적인 교육을 받는다. 이 과정을 거친 후에도 2년마다 정기적으로 간부교육을 거쳐야 페덱스의 진정한 리더로 거듭날 수 있다.

이처럼 철저한 중간관리자 교육 때문인지 페덱스는 지금껏 심각한 수준의 노사문제를 겪지 않았다. 세계 각국에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마찰이 전혀 없을 순 없지만 타 기업들에 비해 적다는 것이 중론이다.

스미스는 “페덱스가 오늘과 같은 성공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은 페덱스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직원들에게도 “여러분이 있기에 페덱스의 성공이 가능했다”는 것을 항상 주지시켜준다. 이처럼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페덱스의 직원들은 혁신을 이루고 더 높은 경쟁우위를 추구하는 것을 기업문화로 만들었다.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성공하는 회사, 회사의 성장으로 스스로도 성장하는 직원들. 최상의 파트너가 아닐 수 없다.

실수를 숨기면 10배, 100배가 되어 돌아온다

24∼48시간 내에 Door-to-Door 서비스로 연결하는 페덱스는 하루에 320만 개 이상의 화물을 전세계 220여 개국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배달한다. 이것만 봐도 페덱스가 세계 최대의 특급 운송 회사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세계 13만 8,000명 이상의 종업원과 5만 지역의 사무소, 671대의 항공기, 4만 1,000여 대의 차량으로 이루어진 페덱스만의 네트워크 파워. 이것이 100만 명 이상의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는 비결이다.

스미스는 직원들에게 항상 ‘1:10:100 법칙’을 강조한다. ‘1:10:100 법칙’이란, 불량이 생길 경우에는 즉각 고치는 비용에 1이라는 원가가 들지만 이를 숨기고 시장에 내보내면 10의 원가가 들고, 이것이 고객의 손에 들어가 문제가 제기되면 100의 원가가 든다는 법칙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실수를 숨기면 그에 따르는 비용이 10배, 100배가 되어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스미스는 고객이 느낄 수 있는 불편을 사전에 점검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법칙을 강조해오고 있는 페덱스는 창립 13년째인 1986년 드디어 100억 달러의 매출을 돌파, 지금은 하루 650만 개의 화물을 취급하고 있다. ‘페덱스’라는 기업의 명칭은 물건을 밤사이에 택배로 보낸다는 뜻으로도 통용되고 있을 만큼 페덱스는 이미 특송 기업으로의 의미를 넘어섰다.

지속가능 기업 목표 완수 위한 성공적 여정

지난 5월, 페덱스는 2009년 업무발전 사항들을 담아 ‘글로벌 기업시민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페덱스는 환경 친화적이고 사회를 배려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목표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의하면, 2005년과 2020년 사이 항공기 배출가스를 20%까지 줄이기로 한 목표에 대비해 페덱스는 2009년 8.33% 절감을 달성, 목표를 완수하는데 성공적인 여정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운송수단의 배출가스와 관련한 페덱스의 활동에 효율성면에서 이미 14.1%의 개선을 보여 2005년과 2020년 사이 20% 개선이라는 목표와 비교해볼 때 더욱 인상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페덱스는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세금공제 전 이익의 1.5%의 자선활동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덱스 cares 주간에는 38개국 직원들이 2만 시간이 넘는 자선 활동에 자선봉사자로 참여한 것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성과들은 결국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20대 기업’으로 선정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글로벌 경제전문 매거진인 포춘지가 실시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20대 기업’ 연례 설문조사에서 페덱스는 13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에도 12년 간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2010년, 페덱스는 커다란 기술적 도약을 이루게 되었다. 새로운 보잉 777F기를 항공 특송에 도입, 더욱 빠르고 환경 친화적인 배송을 실현할 수 있게 된 것. 지난 1월부터 운송에 투입된 777F기는 아태지역의 고객을 미국 멤피스의 슈퍼 허브와 직항으로 연결할 뿐 아니라 중국 동부 일부 지역의 고객에게는 2시간이나 단축된 배송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777F기는 17만 8,000 파운드(81톤)의 화물 수용이 가능하며, 특히 장거리의 경우 21만 5,000 파운드까지도 화물 적재가 가능한 세계 최대의 쌍둥이 엔진 화물기다. 또한 미국의 서해안과 동해안 간의 거리의 세 배에 달하는 5,800해리(6,675마일)의 운항 거리를 자랑한다. 뛰어난 연결성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연료 소모율이 매우 낮은 777F기는 향후 10년간 화물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퍼센트 감축하기 위한 페덱스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선택이었다. 과감한 투자로 이루어진 신형 화물기 도입은 특송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려는 페덱스의 의지와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상징한다.

사람-서비스-이윤이라는 톱니바퀴가 막힘없이 돌아가는 페덱스. 특송 업계의 지도를 바꾼 페덱스의 행보 하나 하나가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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