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상경해 성공한 카마스가 된 이 사람

쌍용자동차 장덕환 과장의 상경은 참으로 로맨틱했다. 고향은 포항이었고, 당시 창원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7년 동안 사귀 여자친구가 너무 보고 싶어서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서울행을 택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사랑하는 마음만 챙겨 떠난 길은 아니었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과의 만남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신업의 발전상과 비전을 듣게 되었고, 그는 무엇에 홀린 듯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쌍용자동차였다. 국내시장에 진출한 수입차량업체나 소위 잘나가는 업체들도 많았지만, 그가 세운 기준은 ‘비전’이었다.

비전과 열정에 실은 한 젊은이의 꿈과 사랑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내실적인 측면에서 쌍용자동차만큼 든든한 회사가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렇게 마음의 결정을 한 후 영업직 공채 모집 원서를 썼습니다.”

장 과장이 입사한 이후인 지난 2008년, 쌍용자동차는 플래그쉽 세단 체어맨W를 출시했다. 그는 그 해 창단된 다이아몬드클럽의 1기, 2기, 3기에 꾸준히 발탁되어 체어맨W에 대한 거의 모든 교육을 수료했다. 이는 그가 유독 체어맨W 차량에 애정을 가지게 된 계기이며, 카마스터로 활동하는 동안 전력을 쏟아 판매에 매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국내 대형승용차 시장은 매우 치열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타사 차량은 물론 수입차량 업체들이 한데 어우러져 끊임없는 영업 전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판매실적은 눈에 띄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역 내에서 체어맨W와 관련된 판매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내세울 수 있을 정도로 이력이 붙은 것이다.

“남들과 똑같은 방법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업체, 다른 직원들과 같은 방법으로는 다를 바 없는 실적을 기록할 수밖에 없는 법이죠.”

장 과장이 눈을 돌린 곳은 인터넷이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수많은 사람들과 정보가 떠다니는 망망대해에서 보다 많은 고객과 보다 깊은 소통을 시도해보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그는 인터넷 포털 다음의 커뮤니티인 ‘클럽체어맨(cafe.daum.net/CHAIRMANW)에서 운영자로 활동하며 대형차 고객과 두루 만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친분과 신뢰를 쌓아가며 업계의 트랜드와 고객의 요구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직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최대의 콤플렉스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판매하는 차량의 상품성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열심히만 하면 얼마든지 고객들을 만나고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한 후부터였습니다.”

그의 열정은 온라인에서만 불타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상담전화가 걸려오면 차량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전국 어디로든 한달음에 달려가곤 한다. 판매가 성사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했다 하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다. 고객과 나누는 대화 속에 언제나 삶의 배움이 있는 까닭에 성과적인 측면에서 따지더라도 큰 손해는커녕 오히려 이득을 보고 돌아온다는 것이다.

“내 생애 마지막 차량을 장덕환 과장에게서 구입하고 싶소”

하지만 그가 만난 고객들 중 대부분은 그로부터 차량을 구매하게 된다. 인터뷰 내내 본 기자 역시 느꼈던 점이지만, 그에게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묘한 호감과 신뢰감 덕분이다. 그래서 그의 판매실적은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그가 재직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워낙 왕성한 활동을 이어온 탓에 고객상담이나 판매와 관련된 일화들이 많은 편이다. 어느 날 문득 걸려온 전화 한통 역시 그랬다. 지역 내에서 중소기업 대표로 활동하다 은퇴한 후 차량을 구매하고자 한다는 어느 노신사의 전화였다.

“내 생애에 마지막 차량을 장덕환 과장에게서 구입하고 싶소.”

그 노신사가 장 과장에게 한 첫 마디가 그랬다. 그는 당시 70세의 연세로, 어쩌면 생애 마지막이 될 차량구입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왕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자동차를 사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이 체어맨W였고, 그 차량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이자, 신뢰의 판매 왕이었던 장 과장에게 연락이 닿은 것이었다.

장 과장은 그 분께 차량을 직접 인도하며 보았던 눈빛과 미소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 노신사의 생애가 다하는 날까지 그 차를 타고 다닐 것이라며 장 과장의 손을 굳게 붙잡아 주었던 것이다.

이 일화는 그를 더욱 신뢰감 있는 전문가로 성장시켰다. “나는 프로다”라는 자부심을 지닌 채 영업활동에 전념하게 되면 당연히 판매실적이 오르게 되며, 그 실적은 고스란히 좋은 고객들과의 소중한 관계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젊기에 가능한 일들

2009년 쌍용자동차는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언론과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구조조정과 상하이자동차사와의 결별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장 과장을 포함한 쌍용자동차 직원들 모두가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이야기를 실감했습니다. 모든 사태가 마무리 되고 정상화가 이루어진 현재, 쌍용자동차는 보다 발전되고 성숙한 모습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아팠던 만큼 강해졌고, 걱정을 들었던 것만큼 겸손해졌습니다.”

쌍용자동차는 ‘코란도C’ 출시라는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국내 런칭이 이뤄지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스페인과 러시아, 그리고 기타 유럽지역에서 선주문과 선수출이 쇄도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렇듯 우수한 상품성을 인정받은만큼 국내에 정식 런칭이 이뤄지게 되면 쌍용자동차의 미래는 다시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희 쌍용자동차는 이제 막 다시 시작하는 회사라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마음가짐으로 부지런히 고객들을 만나고 있지요. 과거 SUV붐이 불었던 영광의 쌍용자동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주저앉았던 시간이 고되었던 만큼 힘차게 일어설 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일어선 후엔 예전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달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회사가 더욱 힘차게 달릴 수 있도록 저 역시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탤 것입니다.”

긴 말보다도 불끈 쥐어 보인 주먹으로 모든 것을 눈치챌 수 있었던 장덕환 과장의 열정. 그는 젊고 건강했다. 비록 시련의 시간이 있었으나,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에 은근한 기대와 신뢰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장덕환 과장의 이러한 젊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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