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진국 도약 첫 시도 VS 막대한 예산 소비한 우주관광 불과

   
▲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를 밟은 이래 47년 만에 한국인을 태운 우주선이 성공적으로 발사됨으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36번째로 우주인을 배출한 국가가 됐다.
한국 최초 우주인, 미지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딛다
지난 4월 8일 오후 8시 16분 39초(한국시간),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러시아 우주기지에서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를 태운 소유즈 TMA-12 우주선이 우주를 향해 발사됐다. 발사 순간이 다가올 때 마다 너나할 것 없이 지켜보는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흥분과 전율을 느끼며 TV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성공적인 발사가 알려지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미지의 세계에 한국인 최초로 첫 발을 내딛게 된 이소연 씨의 성공적인 임무수행과 무사 귀환을 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를 밟은 이래 47년 만에 한국인을 태운 우주선이 성공적으로 발사됨으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36번째로 우주인을 배출한 국가가 됐다. 이소연 씨 개인적으로는 세계 475번째 우주인이자 49번째 여성 우주인으로 기록됐다. 소유즈호 발사 장면을 시민들과 함께 지켜 본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는 선진 한국을 위한 출발의 자리”라며 “10년 후 세계 7대 우주강국의 꿈을 함께 이뤄가자”고 말했다. 덧붙여 “오늘의 출발은 우주 선진국을 향한 꿈의 출발, ‘드림 스타트’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한국 최초 우주인 탄생은 온 국민의 기쁨이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발사부터 귀환까지 전 과정을 공중파 방송이 가정으로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국민들은 ‘한국이 우주로 진출했다’는 인식을 충분히 심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우주여행은 바쁘게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우주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관심을 유발시키고, 우주 진출에의 희망과 꿈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한국 첫 우주인 배출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도 우주를 개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싹틔웠다는데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며 “아직 제2의 우주인 배출계획은 수립되지 않았지만, 한국 첫 우주인의 귀환 후 종합적인 관리를 통해 우주개발의 국가적인 자산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금단의 땅으로 인식되던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이번 도전은, 한국이 우주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주여행’ 도전의 의미와 가치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은 지난 2000년 12월 정부의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에 우주인 양성 계획을 반영하면서 착수됐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이전인 1992년 우리나라는 당시 소형위성 우리별 1호를 발사하면서 우주개발에 착수했다. 불과 15년 밖에 안 된 상황에서 유인 우주인 배출은 대한민국 우주개발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은 첫 우주인 탄생을 계기로 오는 2020년 달 탐사 위성(궤도선) 1호 발사와 2025년 달 탐사 위성(착륙선) 2호를 쏘아 올린다는 우주개발의 원대한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 12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첫 국산 우주발사체 KSLV 1호가 과학위성을 싣고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9번째로 위성 발사국가가 된다.

항공우주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국 첫 우주인 탄생을 계기로 유인 우주개발 진입을 위한 인적자산 확보와 국가 브랜드 가치 향상, 과학의 대중화 등 사회적 효과를 비롯, 4,780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이번 우주인 개발 사업에 투입된 예산 260억 원(민간 200억 원, 정부예산 60억 원)의 18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발사 성공을 통해 공동체감 확인과 국민적 화합, 자긍심을 높였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또한 우주인 이소연 씨가 수행한 ‘18가지 실험결과물’은 이를 통해 과학기술과 관련분야 산업의 발전도 촉진시킬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이 씨가 우주에서 실행한 과제는 18개며, 이 중 13개가 산학연 협동사업에서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며 “이렇게 많은 과제를 수행하는 국가는 지금까지 없었고, 모든 실험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간접적으로도 국민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고 우주인 훈련, 탑승, 과학실험 수행 등의 과정을 거치며 쌓은 경험은 향후 유인 우주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러시아 등 우주개발분야 선진국과의 기술협력 사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기술협력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과학, 기술 분야 인구의 저변 확대와 우수 인재의 이공계 기피 현상 완화,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R&D 투자 증가 등 유인효과도 적지 않다. 많은 항공 우주개발 전문가들은 우주인 배출로 파급되는 각종 산업적·경제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국가우주개발 계획의 기틀을 다지고 중장기적으로 한국 우주과학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추진된 이번 우주인 배출사업의 실익은,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향후 점차적인 발전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과학발전 VS 고비용의 우주관광 이벤트 논란

   
▲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 씨의 우주비행은 미국의 민간기업 ‘스페이스 어드밴처스’가 파는 우주관광 상품과 똑 같다”며 정부의 우주인 배출사업에 대해 꼬집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260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인 이번 우주인 배출사업에 대한 회의론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우주인 배출의 의미’가 지나치게 과대 포장됐다는 의견과 함께, 사업 전체가 과학적 사실과 거리가 먼 ‘이벤트성’으로 치우쳤다는 비판도 있다. 더군다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제17차 원정 대원들을 소개하면서, 이소연 씨를 ‘우주비행 참가자’로 분류함으로써 이러한 논란들은 더욱 확대되어 갔다. 일반적으로 우주인이라고 하면 선장과 파일럿, 비행 엔지니어 등을 이르며, 이 씨는 정식 우주임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사업 관련자는 “우주비행 참가자라는 말은 우리가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에 참여한 16개국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쓴 말이다. 러시아 유인우주국장도 지금까지 우주관광객이 실험 장비를 50㎏이나 가져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만난 아주머니까지 국제우주정거장이니, 무중력이니 하며 우주를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우리 국민에게 우주에 대한 관심을 심어준 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여전히 거액을 들인 초호화판 우주관광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은 최근 누리꾼들에게 뜨거운 논쟁으로 부각됐다.

우리나라가 우주인 배출사업에 투자한 돈 206억 원 중 정부 측이 210억 원(교육과학기술부 60억 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150억 원)을 부담했고 주관 방송사인 SBS가 50억 원을 투자했다. 이중 200억 원은 러시아 우주선 탑승과 훈련비로 지불했으며, 나머지 60억 원은 국내에서의 우주인 선발 홍보 관리비로 지출됐다. 일반인들 중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선발한다는 선정적인 출발부터가 문제가 있었다는 이의도 제기됐다. 우주비행에 참가할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과정도 그랬지만, 최종 우주인으로 선정됐던 고산 씨에서 이소연 씨에게로 교체된 반전 역시 너무 드라마틱한 쇼 같다는 여론이었다. 또 비행사나 과학자와 같은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을 우주로 보내 실험을 수행시킨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든 부분 아니냐는 지적이다.

   
▲ 전 국민적 기대를 안고 우주공간에서 18가지의 과학 실험까지 수행해 낸 이소연 씨는 우주항해를 떠난 지 10박 12일 후에 지구로 무사 귀환했다.
우주인 배출사업은 전시행정의 표본적 이벤트?
‘열광’과 ‘냉소’가 교차하는 가운데 특히 이 우주인 사업을 반겨야 할 과학계에서 냉소가 많았던 점도 유독 눈에 띈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번 우주인 배출사업에 대해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불만을 쏟아냈다. 지원금 자체가 열악해 폐기될 위기에 처한 기초과학 연구 사업을 하는 현장 과학자 입장에서는 나올 만도 한 볼 멘 소리다. 문제는 지난 2004년 1월 오명 과학기술부 전 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우주인 사업 추진을 보고할 때도 방점은 ‘이벤트’에 찍혀 있었다는 것이다. 오 전 장관은 당시 “한국 사회의 과학기술 친화력을 높이고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최초의 우주인을 선발해 우주에 올려 보내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오 전 장관은 “우주인 선발 과정에서 지역 예선과 결선을 거치며 국민적 과학 ‘이벤트’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보고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주인 사업이 전시행정이라는 얘기를 들을 우려가 있다”며 유보를 지시했다.

이와 같은 사실을 볼 때 애초부터 국민의 눈길을 끌기 위한 ‘쇼’ 차원으로 기획된 사업이다 보니 추진과정부터 진지한 과학 사업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평이다. 또한 이소연 씨가 했다는 18가지 과학실험도 한 실험 당 3,000만 원 정도의 한정된 예산이 주어졌을 뿐이고, 그나마 후속 연구 지원계획도 전무한 상태다. 한 현장 연구자는 “이소연 씨의 실험을 기획, 설계한 이들 중에도 우주 실험에 기대를 갖는 이들은 거의 없다”며 “수년 간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진행하는 사업의 아주 일부분을 이 씨에게 상징적으로 맡긴 것뿐인데 무슨 대단한 성과를 기대하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돈만 있으면 민간인도 얼마든지 국제우주정거장에 갔다 올 수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너무 ‘이벤트화’하지 않았느냐는 시각도 논란의 쟁점이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 씨의 우주비행은 미국의 민간기업 ‘스페이스 어드밴처스’가 파는 우주관광 상품과 똑 같다”며 정부의 우주인 배출사업에 대해 꼬집었다. 한 네티즌은 “우주인 배출에 있어 정작 중요한 것은 발사 기술과 로켓 제조기술”이라며 “하지만 이번 한국 우주인 배출은 러시아의 모든 기술력에 의존한 채 한국인만 우주비행을 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 어드벤처스’는 2001년 초부터 러시아 연방우주청과 협약을 맺고 다양한 ‘우주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인 ‘데니스 티토’가 2001년 4월 이 회사에 2,000만 달러를 내고 처음 우주관광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4명이 우주여행을 다녀왔다. 단지 이번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은 민간회사를 경유하지 않고 러시아 연방우주청과 직거래를 한 것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과학실험을 한다는 정도가 차이점이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한 관계자는 “선진국보다 수십 년 뒤떨어진 우주기술에 헛돈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가 하는 투자들은 이미 우주선진국들도 거쳐 갔던 과정”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한국 최초 우주인은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탄생할 일이었고, 우주개발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췄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우주강국에 대한 국민들의 중지가 모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국민적 ‘이벤트’가 아닌 우주강국 도약 기회로

   
▲ 사회적으로도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인 항공우주산업에 대한 발전은 이공계를 비롯한 홀대받고 있는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전 사회적인 관심 유발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인 배출에 대한 논란 속에서 정작 우리가 제대로 인식해야 할 문제점들은 잊고 있는 듯하다. 한국은 안보까지 연결될 수 있는 우주개발 분야에서 현재까지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번 우주인 배출사업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것도 기초기술과 전문 인력이 크게 부족하고, 우주탐사에 필수불가결한 로켓개발 능력마저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그 효용성을 제대로 인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주인을 배출했다는 국가적 이벤트로 끝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우주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는 데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주 개발을 통해 개발된 기술이 바이오, 나노, 에너지, 환경, 의학 등의 분야와 결합한다면 장래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이에 대한 투자와 도전은 비록 단기간에 성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지속되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자될 수밖에 없는데, 우주개발 분야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속적인 투자와 민간기업의 참여가 무엇보다도 절실한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우주투자에 대한 부분은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미미한 수준이다. 2006년 기준 미국이 386억 달러를 지출했지만 우리나라는 2억 900만 달러만 썼을 뿐이다. 앞으로 위성 발사체를 자력으로 발사하고 달 탐사 궤도위성과 착륙선을 쏘아 올리는 계획이 성과를 이루려면 지속적으로 투자를 더 늘리는 수밖에 없다. 연간 세계 우주시장은 1,000억 달러에 이르며 성장세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성을 차지하고서라도 꾸준한 노력과 연구를 통해 우리의 기술로 우주 비행에 나설 때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우주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 아울러 사회적으로도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인 항공우주산업에 대한 발전은 이공계를 비롯한 홀대받고 있는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전 사회적인 관심 유발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소연 씨의 우주에서의 작은 걸음이 대한민국에게는 위대한 발걸음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 관련 국가사업이 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비용 또한 천문학적으로 느는데 비해 그 사회적 논의와 책임과 관리는 매우 허술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우주인 배출에 대해 분위기만 띄울 것이 아니라, 이번 우주행이 1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우주개발사업과 연결시키는 후속 사업의 연계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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