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패인식지수 2년 연속 하락으로 하락세 고정 우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TI / 본부, 독일 베를린)의 2010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5.4점으로 178개국중 39위에 머물렀다.

이는 우리나라가 절대부패에서 갓 벗어난 상태임을 나타내는 5점대에 머무르고 있음을 말하며, 이는 6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던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0.1점 하락한 점수로서, 5점대 정체와 하락세가 고정되는 추세로 보인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는 공무원과 정치인 사이에 부패가 어느 정도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인식의 정도를 말하며, 조사대상 국가들에 거주하는 전문가를 포함하여, 전 세계의 기업인과 애널리스트 등의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 올해 CPI 발표에서는 처음으로 점수에 반영된 총 13개의 원천자료를 공개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6개 기관의 9개 자료가 적용되었는데, 특히 세계경제포럼 2010이 4.6점, 글로벌 인사이트 2010이 4.7점으로 점수 하락에 반영되었다. 이들 원천자료는 2009년 1월부터 2010년 9월까지 발표된 것들이다. (참고 - 한국 2010년 CPI에 사용된 원천 자료 : BTI2009, EIU2010, GI2010, IMD2009, IMD2010, PERC2009, PERC2010, WEF2009, WEF2010)

 그간 우리나라는 16년간의 조사에서 4점대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2005년 5점대로 진입한 후, 2008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5.6점으로 올라섰으나, 이제 5.4점으로 두해 연속 0.1점씩 점수가 하락하였다.

한국투명성기구는 성명을 통해, ‘이는 최근 2~3년간 나타난 우리 사회의 부패 불감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연일 터져나오는 교육비리와 특권층 비리는 물론, 고위 공직자 자녀의 채용비리, 사정기관의 부패 스캔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 등이 우리 사회 전반의 부패 현실을 반영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더욱이 이명박 정권의 친기업 정책으로 인한 윤리의식의 실종은 관행적 부패가 온존한 우리사회에 지능형 부패가 창궐할 수 있는 조건을 가져왔다’고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을 우려하였다.

한편, 현 정부의 반부패 의지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이미 국제사회의 평가에도 드러났다. 지난 7월 발표된 ‘2010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협약 이행보고서’ 한국편 보고서에서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대통령 사면과 경영복귀, 검사 스폰서 사건 등 국내 부패환경의 악화를 우려했을 뿐 아니라, 이 사실을 두고 한국 검찰의 수사 능력과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기까지 하였다. 이는 G20 개최국의 자부심에 찬물을 끼얹는 격으로, 공정한 법집행 없이 선진국 진입이 불가함을 보여준다.

국제적으로 CPI지수를 살펴보면 이번 조사에 포함된 나라는 178개국으로 3개국이 제외되고, 코소보가 추가되어 지난해보다 2개국이 적은 규모인데, 세계 평균 CPI는 4.1점으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이번 해의 1위는 9.3점을 얻은 뉴질랜드와 덴마크, 싱가포르가 공동으로 차지하였고, 뒤를 이어 스웨덴과 핀란드가 9.2점으로 공동 4위를 기록하였다. 이들 상위그룹 국가들은 해마다 큰 변동없이 9점대의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는데, 높은 투명성, 충실하고 엄정한 공권력으로 건강한 거버넌스를 갖추고 있다는 특성을 갖는다.

반면 소말리아는 1.1점으로 지난해에 이어 최하위를 차지하였고, 뒤를 이어 아프가니스탄과 미얀마가 1.4점, 그리고 이라크가 1.5점으로 하위그룹을 차지하였다. 이들 국가들은 전쟁과 독재에 시달리는 나라로, 정치적 안정성과 부패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2010년 CPI에서 점수가 상승한 국가는 부탄, 칠레, 마케도니아, 에콰도르, 감비아, 아이티, 자메이카, 쿠웨이트, 카타르이다. 주목할 만한 국가는 부탄으로,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반부패 기술을 전수받은 국가 중 하나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와 함께 5.5점으로 공동 39위를 차지했던 부탄은 올해 5.7점으로 36위로 상승하여 반부패 정책을 수출한다고 자랑했던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있다.

점수가 하락한 국가는 그리스, 니제르, 마다가스타르, 미국, 이탈리아, 체코, 헝가리 등이다. 이중 그리스의 경우 지난해 국가재정 파탄으로 지난해 IMF 구제금융을 받은 바 있어, 국가 재정 건전성과 부패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OECD 30개국의 평균은 6.97이며, 한국은 지난해와 같은 22위를 차지하여 경제력에 비해 낮은 등급에 머물렀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싱가포르(9.3점)와 홍콩(8.4점)이 꾸준히 상위를 차지했으며, 일본은 7.8점으로 지난해의 상승세를 지속하였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수대에 있던 대만도 0.2점이 상승한 5.8점을 차지했는데, 대만의 경우 최근 정권의 꾸준한 반부패 정책 강화와 반부패사정기구 설립 발표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제투명성기구는 2010년 CPI 발표와 함께 ‘부패불관용 원칙으로 지구의 위기를 극복하자(Response to global crises must priorities zero tolerance for corruption)’라는 논평을 발표하여, 부패가 금융시장의 불안정, 기후변화, 빈곤과 함께 세계가 가장 치열히 극복해야할 장애라고 주장하였다.

논평에 따르면, 2010년도 CPI 결과 178개국의 3/4에 이르는 국가가 5점대 미만으로 부패문제가 여전히 심각함을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결과에 대해 국제투명성기구 위겟 라벨 회장은 ‘전 지구가 거버넌스 강화를 위해 확고한 노력을 가해야 한다는 적신호’라며, ‘반부패, 투명성, 책임성에 대한 각국 정부의 공약은 부패로 인해 위기에 몰린 민중의 생존을 위해 이제 실천으로 답해야 한다.’고 굿 거버넌스를 통해 각국 정부가 직면한 정책적 위기를 극복할 것을 권고하였다. 또한 유엔반부패협약의 엄정하고 강력한 이행, 거버넌스 개선, 현존하는 반부패 관련 법제의 준수와 강화를 강조하였다.

특히 G20등 국제공조와 관련하여 국제투명성기구는 ‘국제 정책의 개혁에서 부패문제는 반드시 거론되어야 할 국제적인 문제’이며, ‘G20이 11월의 서울 정상회담에 앞서 투명성과 청렴성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을 치하하며, 이에 그치지 않고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과, ‘G20은 공공과 기업의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한 정부의 감독과 공공투명성 강화 시책을 의무화 할 것’을 요구하였다.

한국투명성기구 김거성 회장은 ‘우리 정부는 G20 주최국으로서 형식보다는 회담의 내용에 더욱 충실할 필요가 있다. G20은 최소한 금융거래세와 토빈세를 도입하여, 경제위기로 말미암은 피해가 가난한 나라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책임을 져야한다. 외교적 미사여구가 아닌 공공 책무성을 실현하는 회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이번 G20정상회담에서 금융기관에 제공했던 구제금융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금융거래세와 단기성 먹튀자본에 부과하는 토빈세의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한국투명성기구는 성명을 통해, 검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권위 회복, 대통령 인사권이 부패공직자에게 면죄부가 되지 않도록 할 것, 유엔반부패협약의 성실한 이행으로 독립적 반부패기관을 복원할 것, 기업의 선진화된 기업윤리와 투명성 확보 등을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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