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365대를 팔며, 365일 고객의 미소를 꿈꾸다

여행을 하다보면 잠시 쉬어가려 앉았던 자리에서 밤을 새거나 며칠 묵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여행자의 피로나 날씨가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대부분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 그런 일이 많이 생긴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 길고 고달픈 여행과도 같은 삶을 사는 동안 뜻하지 않았던 일터를 만나 천직을 삼게 되는 경우가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운명을 운운하지만, 그 실상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목동 신기지 대리점 최개석 팀장도 그랬다.

1992년, 그는 백화점 입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눈부신 조명 아래에 놓인 상품을 관리하며 세련된 옷차림과 언변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 최 팀장에게는 오랜 꿈이었고, 천직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은 그의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입사를 앞두고 5개월쯤 공백이 생겼다. 마냥 놀기에는 조금 길게 느껴지는 기간이라 그는 용돈벌이 삼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기아자동차 카 마스터로 입사했다. 이를 테면 백화점 세일즈맨이라는 꿈을 이루기 전 잠시 머무르는 쉼터 같은 곳이라 여겼다.
하지만 최 팀장은 그곳에서 14년 동안 근무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를 붙잡았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다섯 달만 일해야지 하고 들어간 곳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적성에 맞았어요. 크고 멋진 자동차를 판매한다는 건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었는데, 오히려 그 어려움이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그를 붙잡았던 것은 사람들, 즉 고객이었다고 한다. 그에게서 소형차를 구매했다가 얼마 뒤 중형차로 바꾸고, 결국 대형차로 바꾼 고객이 있었다. 그 고객은 최 팀장의 손을 잡으며 “내가 최 팀장이 권유한 차를 타고 다녀서 돈을 많이 벌었어요”라며 웃더란다. 고객이 붙잡은 손의 온기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으로 최 팀장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새 차를 인수하며 기뻐하는 고객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최개석 팀장. 그래서 그는 남는 게 별로 없다. 남들이 한 대만 팔면 벌 수 있는 수당을 그는 세 대를 팔아야 겨우 맞출 수 있다. 자신의 몫을 줄여서라도 고객들의 웃음을 자주 보고 싶다며 그는 또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물론 잠시 다른 일을 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너무 오랜 시간 한 곳에 머물렀던 탓에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밀려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다시 카 마스터 업계로 돌아왔다. 기아자동차에서 지금 일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
“제 호주머니 속에는 메모지로 늘 두둑합니다. 고객 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빠짐없이 적어두어야 맞춤형 영업이 가능하거든요.”
최 팀장은 1년에 365대를 판매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그것은 판매수당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1년 365일 고객들의 환한 웃음을 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가 길가에서, 길 아래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들은 최 팀장이 권유하는 자동차를 타고 길 위를 신나게 달리고 있다. 우연히 길을 가다 환한 미소를 닮은 자동차 한 대를 보게 된다면, 그렇다. 그것은 최개석 팀장과 인연을 맺은 자동차일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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