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교수는 그의 저서 ⌜삼국통일과 한국통일⌟에서 “한국사는 수십 세기 동안 전개 되어 온, 전 세계사의 축약 된 샘플과도 같기에 우리의 역사는 인류사의 압축된 보편사(a compressed universal history)임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이는 금세기의 큰 사건들이 짧은 기간 동안 우리 한반도에서 빠르게 전개 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 우리의 정치적 역사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참으로 특별하고, 변화무상하며 다이내믹하기까지 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혹자는 우리의 역사가 중동의 이스라엘에 비추어 제2의 이스라엘이라고까지 역사의 동시성(同時性)을 말한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의 정치사는 대한민국의 심장과도 같은 광화문 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촛불집회를 볼 때, 마치 성서에 나오는 대탈출(Exodus)의 과정에서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기 전, 뒤에서는 바로의 군사가 쫒아오듯이 북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 되고 있으며, 앞에서는 홍해(紅海)와도 같은 붉은 촛불바다가 펼쳐져 사면초가에 놓인 형국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문창극 전 총리 내정자도 이스라엘의 민족사인 “애급고역(일제식민)과 출애급(6. 25동란), 그리고 가나안 입성(남북통일?)을 우리 한국사와 비교하면서 하나님의 뜻”이라고 설파하지 않았던가?

지금 대한민국은 사상 유래 없는 초유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위기는 분명 기회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위기가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위기를 초래한 문제의 본질을 근원적으로 파악해, 그 근본대안을 명확히 제시할 때 비로소 새로운 기회가 될 뿐, 그렇지 않는 한 결국 파멸을 맞이하게 될 뿐이다.

그런데 우리의 정부와 집권여당은 어떻게 했는가? 지난 세월호·메르스·성완종 사태·4.13총선에서의 여소야대 등 여러 사태를 통해 국가대개조를 천명하면서 국정을 혁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였지만 위기를 불러들인 본질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었으며, 또한 문제의 근본에 대한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결국 최순실 게이트라는 희대의 국정농단을 자초했다. 모든 결과는 원인의 산물이다. 지금이라도 시민혁명의 함성이 대통령의 탄핵을 초래시킨 이 비극적인 현실에 대해 제3의 눈을 똑바로 뜨고 제대로 응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풍전등화와도 같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우리 민족의 앞길에 홍해의 갈라짐과도 같은 변혁(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위한  새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답은 양극화갈등, 계층갈등, 지역갈등, 이념갈등 등 이미 낡아버린 87체제와 구 헌법과 인물중심정치를 가르고, 그리고 21세기 글로벌시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구시대의 유물로 남아 극도의 분쟁을 조장하는 38선의 대(大)갈라짐을 위한 새 가치관 정도론과 정책정치에 의한 ‘창조적 중립국체제’의 창출이다. 따라서 우리는 국가의 운명이 경각에 놓인 진퇴양란의 위기 앞에서 한시바삐 국정혼란을 치유하고 북핵문제의 근원적 해법인 평화적 남북통일을 위한 한국판 모세의 지팡이가 될 그 방법론을 높이 치켜들어야 할 때임을 서둘러 인식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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