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재용 부회장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특검 수사에 급제동…기업들과 박근혜 대통령 수사에 차질 예상
 

   
▲ [사진_뉴시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최순실(60·구속기소) 게이트’의 본류인 뇌물죄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53개 기업들 중 처음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기업들과 박근혜 대통령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특검은 이재용-최순실-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면서 자금과 청탁이 오고 간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사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한 달여 간 숨가쁘게 달려온 특검이 남은 기간 동안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 수사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삼성그룹과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수사’라는 초유의 사태를 면했다. 지난 1월 19일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9일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 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 부회장이나 최씨,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에는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 씨를 경제공동체로 보고, 이 부회장이 경영권 확보차원에서 이들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논리를 폈지만, 법원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938년 삼성상회로 출발한 삼성그룹은 최근까지 여러 번 검찰수사에 휘말렸지만 창업주이자 초대 회장인 고(故) 이병철 전 회장부터 단 한 번도 오너 구속이라는 사태를 맞은 적이 없었다.
위기가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12일부터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오전 9시28분께 참고인 신분이 아닌 뇌물 공여 혐의 피의자로 소환돼 22시간동안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전무 시절이던 2008년 2월28일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한 조준웅 특검팀에 소환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9년 만에 다시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신병처리 여부를 1월 15일까지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발표를 하루 뒤로 미루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특검은 16일 오후 1시28분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 부회장은 18일 오전 9시30분께 대치동에 있는 특검 사무실로 출석한 후 특검팀과 함께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이동해 오전 10시30분부터 4시간에 걸친 심문을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떠났다.
혐의는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이었다. 뇌물공여 액수는 430억 원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등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만나 ‘승마 유망주 지원’을 해달고 요청했고(2014년 9월15일)→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로 내정되고(2015년 1월)→실제로 승마협회 회장사가 됐으며(2015년3월)→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되고(2015년 7월17일)→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7월25일)가 이뤄졌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해 지난달 6일 열린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한 혐의도 적용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청문회에서 최 씨 일가 특혜 지원 과정을 추후 보고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박 대통령과 독대할 당시 재단 기금 출연이나 최 씨 일가 지원 등에 대한 직접적인 주문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특검팀은 해당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고 보고 있다.

   
▲ 430억 원대의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의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 19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합병 관련 청탁을 삼성이 했다면 2014년 9월 이전이나 2015년 7월17일 합병이 성사되기 전에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했다는 증거가 없다”라며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을 독대한 2015년 7월25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에서 작성한 ‘말씀자료’에 삼성 합병 문제가 언급돼 있다 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실제로 그 얘기를 했는지 역시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거액을 출연하는 등 총 430억 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사실 관계의 앞뒤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조 부장판사는 삼성 측 소명이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부터 어차피 영장이 발부되거나 기각될 확률은 반반인 만큼 조 부장판사에게 의지만 있었다면 대승적 결단을 내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이번 구속영장 기각은 조 부장판사가 전적으로 이 부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당초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 씨를 경제공동체로 보고, 이 부회장이 경영권 확보차원에서 이들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논리를 폈지만, 이 부분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순실 게이트’를 먼저 수사했던 검찰도 인식했던 부분이다. 검찰은 최 씨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끝내 제3자뇌물죄 등 혐의를 추가하지 않았었다.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를 통한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 간 연결고리가 드러난 상황에서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이 부회장 측에 결과적으로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원이 기업에 유독 관대한 잣대를 적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원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인데 기업 총수라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 처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A변호사는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수사가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고 특검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C변호사는 “이 부회장 측이 강요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영장이 발부될 경우 국내 경제에 상당히 큰 파장이 있을 수 있었다”면서 “다만 재벌 기업을 일방적으로 편들어준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인에게 관대하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한 법원의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조 부장판사는 1,75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롯데그룹 신동빈(62) 회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법리상 다툴 부분이 있다”며 기각한 바 있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판결은 피해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신현우(69)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에게 징역 7년, 신 전 대표에 이어 옥시 대표를 지낸 존 리(49) 전 대표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1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속도전을 벌이던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에 급제동이 걸렸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삼성과 나머지 기업들에 대한 뇌물죄 수사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영장 기각이라는 암초를 만남에 따라 향후 수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씨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특검팀은 19일 오전 10시 긴급 입장 발표를 통해 “법원의 기각 결정은 매우 유감이지만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법원이 밝힌 구속영장 기각사유가 “대가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뿐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대가성 부분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의지다.
문제는 뇌물의 대가성 부분을 충분히 소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뇌물죄 분야는 목격자나 물적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해야 한다. 그래서 검찰도 상당히 까다로운 수사로 꼽는다.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재소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19일 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는 현재까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후 내부 회의를 거쳐 향후 처리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장기각 사유 중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 부회장의 재소환 여부는 향후 필요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과는 별개로 삼성그룹 최지성(66)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63)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에 대한 불구속 수사 방침은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 실장의 경우 뇌물공여 혐의의 공범으로 피의자 입건된 상태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은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다. 이번 이 부회장에 구속영장 청구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이기 한 뇌물죄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뇌물공여 혐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뇌물수수 혐의를 추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박 대통령 측 역시 이 같은 점을 들어 특검팀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한 첫 피의자의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나머지 기업 총수들을 ‘강요의 피해자’에서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로 만들기까지는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뇌물죄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더라고 이 부분이 헌재의 탄핵심판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헌재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를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을 비롯한 법률 위배행위 등 5개 부문으로 정리했다. 이중 뇌물죄는 형사법 위반 항목에 포함됐다. 형사법 위반을 크게 한 덩어리로 묶어 각각의 사안에 대한 정밀한 사실관계보다 위법 여부만 빠르게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검의 입장에서 뇌물죄의 적용과 입증은 이번 수사의 성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핵심 사안이지만 헌재의 탄핵심판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을 비롯한 법률 위반행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나머지 4개 부문에서 법 위반이 입증될 경우 탄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주심을 맡은 강일원 재판관은 “탄핵심판은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찾아내 처벌하는 형사재판이 아니다”라고 수차례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의견을 방증한다.
강 재판관은 지난 1월 5일 열린 2차 변론에서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다. 거시적이고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개개의 사유에 천착해서 유무죄를 하나하나 가리고 형량을 가리는 형사소송 절차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했던 수사도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판사 출신의 D변호사는 “법원에서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수사가 됐는지 특검의 방향성에 의문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이 부회장의 영장 청구 뒤 계획했을 더 큰 목적에 걸림돌이 생기고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검찰 출신 E변호사는 “영장 기각으로 특검 수사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에 탄력이 떨어지면 피의자나 참고인이 출석하지 않거나 진술을 잘 하지 않게 된다. 이번 영장 기각으로 박 대통령 수사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규철 특검보가 1월 19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영장 기각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특검은 영장 기각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흔들림 없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_뉴시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삼성은 섣부른 발언은 자제하고 있지만 크게 안도하는 모습이다.
삼성은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결과를 크게 반기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그룹 임직원들도 기각결정을 크게 반기며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삼성 입장에서 섣부르게 티를 낼 수는 없지만 구속까지 생각하며 체념하고 있던 상황에서 총수 부재라는 위기를 넘긴 기적 같은 상황”이라며 “삼성을 포함한 재계 전반에서 어느 정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은 구속 위기에 처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악의 상황은 모면하게 되면서 당분간 경영 재가동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삼성은 우선 무기한 연기됐던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 등 조직 추스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분할 및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재편 등 이 부회장이 주력해왔던 ‘뉴삼성’을 위한 행보도 재가동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검의 기소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출금금지 상태를 한동안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여 하만 인수 작업 등 이 부회장의 적극적 해외 활동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그동안 적극적인 해외 활동으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히고 영업과 대형 인수합병 활동 등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손실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실제 이 부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았지만 특검으로부터 출국 금지 일시 해제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번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이 부회장이 아니었어도 (법원이) 그런 결정을 내렸겠냐는 것이 항의가 빗발친 이유다”며 “삼성 오너 일가는 그간 여러 차례 불법을 저질렀지만 경제상황을 이유로 선처를 받았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삼성 오너 일가는 달라지지 않았다. 선처했지만 스스로 개혁은커녕 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이번 사건은 국민연금을 재벌 승계에 안용한 최악의 정경유착 사건이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박 특검은 계속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사법부는 구속기소든 불구속기소든 경제민주화를 위해 정경유착 고리 끊기를 위해 엄중한 처벌로 국민을 달래길 바란다”면서 “재벌 수사에 대해서도 박 특검은 분발해야 한다. 지방경제, 골목상권 죽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70억 원을 바쳤다가 돌려받은 것도 수사하길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은 정경유착”이라며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영장 청구를 기각한 것은 민의와 동떨어진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국민은 왜 사법부의 재벌 잡는 그물망은 넓고, 서민 잡는 그물망은 촘촘한지, 왜 2개의 그물망이 다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17년 동안 근무한 회사에서 2,400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해고를 당한 버스기사의 해고 판결이 정당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추미애 대표는 특히 최순실씨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승마 지원을 위한 대책회의를 하며 남긴 메모를 언급한 뒤, “법원이 영장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증거인멸 여부가 가장 핵심이 돼야 한다”며 “특검이 확보한 메모에는 증거인멸을 시사 하는 것이 포함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일 이민을 준비하는 최순실에 대해 ‘2017년까지 지원해줘야 한다’고 하면서 말미에는 ‘정권이 바뀌면 검찰 수사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며 “메모의 이 말은 풀베팅을 해주는데 향후 수사를 대비한 조치도 취해야 한다, 증거인멸도 각오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삼성은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결과를 크게 반기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그룹 임직원들도 기각결정을 크게 반기며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는 분위기다.[사진_뉴시스]
여야는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특검에는 차질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서울대동문 8,000여 명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 특검의 영장 재청구를 촉구했다. ‘박근혜 퇴진 서울대 동문 비상시국행동’은 19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구속하라!’제목의 성명서를 발표, “대한민국의 법은 또 다시 대한민국의 최대 재벌 삼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삼성은 혐의들에 대해 사실은 인정하되, 의도성은 철저하게 부인했다”면서 “청와대와의 유착을 통한 불법적 경영승계에 대해서는 청와대에 대한 청탁을 철저하게 부인하며 은폐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도 ‘유전무죄(有錢無罪)’라고 반발하며 특별검사팀의 영장 재청구를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법원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형평성이 무너진 '삼성 봐주기'일 뿐”이라며 “특검이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의 대가성 의혹을 더욱 철저히 규명해 일벌백계 하지 않는다면 국정농단 사태는 언제든 재현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탄핵 반대나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월드피스자유연합 안재철 이사장은 “기각 결정은 당연한 결과”라면서 “국가가 경제 위기에 놓여있는데도 특검이 위기의식을 뒤로하고 이 부회장까지 엮어 대통령 탄핵을 위한 짜 맞추기 수사를 한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된 1월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건물 입구에서 시민들이 특검을 응원하는 메세지를 붙이고 있다. [사진_뉴시스]
한편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을 무조건 비판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은 “천동설이 진리로 인식이 되던 시절에 갈릴레오가 지동설 주장했던 그런 심경으로 제 입장 말하고 싶다”면서 “특검이 성과에 집착하거나, 국민정서에 부합하려는 무리한 수사결과라고 인정된다고 한다면 이것은 적절한 특검의 수사의 방향과 행동이 아니라고 본다. 구속은 형벌이 아니다.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데 구속은 수사를 하기 위해, 편의를 위해 인정되는 제도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으면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구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게 사실 구속이 잘 되느냐 잘못됐느냐 하는 건 수사했던 검사나 판사 외에는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법원을 비난하고 비판하는 자세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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