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고령화로 인한 생산인력 부족현상 '경제적 충격'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 특별추계'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미래상이 드러나 있다. 인구 5,000만명 돌파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고, 205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0명 중 4명꼴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우리나라 인구가 오는 2020년 5,000만명의 최고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서고 65세 이상의 인구가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들어가는 시기도 오는 2019년에서 2018년으로 1년 앞당겨질 것이라는 통계청의 조사결과는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전체인구의 71.8%로 추정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오는 2050년에는 53.7%까지 줄어들어 한사람당 노인 한명을 책임져야 하는 사태까지 예고되고 있다. 이미 산업현장은 고령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수출주력업종인 철강(39.7세), 조선(38.6세), 자동차(36.2세)의 경우 평균연령이 10년새 2.1~3.3세 높아져 40대에 가까워졌다. 가뜩이나 노동강도가 높다는 이들 업종의 생산직 고령화는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2026 노인인구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진입
저출산 현상은 유럽,일본 등 선진국적인 오랜 현상이기는 하나 우리는 그 정도가 심하고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저출산율(가임여성당 합계출산율 1.19명)과 인구고령화로 인한 생산인력 부족현상은 우리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가는 빌미가 되고 있어 이같은 인구의 양극화구조가 가져올 '경제적 충격'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은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보장비, 연금 등 국가재정을 늘리는 등 나라경제의 심대한 위협요소가 되는 것은 긴말이 필요없다. 이는 국가경쟁력, 나아가 국력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한 세제혜택과 양육비지원 등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노동력 고령화를 타개하기 위해 고령자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산업현장의 평균연령을 낮추기 위한 방안 등의 고용구조 개선대책도 분초를 다퉈 추진돼야 한다.

◆심각한 산업현장 고령화
전체 인구를 나이순으로 세웠을 때 가장 중간에 서 있는 사람의 나이를 나타내는 중위연령은 올해 34.8세로 1980년 21.8세, 90년 27세에 비해 크게 올라갔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지금 당장이야 유엔이 집계한 선진국 평균(38.7세)보다 낮지만 2020년에는 43.7세로 선진국(42.3세)을 추월하고, 2050년에는 56.2세로 선진국(45.2세)과도 까마득하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2000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전체의 7%가 넘는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는 2026년이면 노인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프랑스(156년), 영국(91년), 미국(88년), 독일(78년), 일본(36년) 등 선진국들의 '고령화사회→초고령사회' 도달기간과 비교가 안되는 빠른 속도다. 200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노인 10.1명을 부양하면 됐지만 2020년에는 21.8명, 2050년에는 69.4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전체의 9.1%인 65세 이상 인구가 2020년에는 15.7%로, 2050년에는 37.3%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급속도로 줄어들어 노동인력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 1명이 낳는 평균 출생아는 2003년 1.19명에서 2050년 1.3명으로 증가할 전망이지만 출생아는 계속 줄어든다. 한해 출생아 수는 1970년 100만 7,000명에서 2003년 49만 3,000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50년에는 22만 9,000명이 될 전망이다. 이로인해 1970년 전체의 42.5%였던 14세 이하 인구비율은 2050년 9%대로 추락한다. 반면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인해 평균수명은 1971년 62.3세에서 2050년에는 83.3세까지 높아진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인구구조 변화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세계 최저 출산율과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로 성장잠재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며 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실제로 A중공업의 경우, 퇴직자가 거의 없고 하도급 비율이 높아 평균연령이 42.6세에 달한다.
전통 제조업은 물론 청년층 선호도가 높은 반도체,통신장비, 정보처리,소프트웨어 산업도 평균연령 31.1~32.0세로 10년 전보다 0.5~2.6세가 높아졌다. 금융,보험분야는 평균 33.7세로 10년 전 30.4세에서 3.3세 늘었으며, 연구개발 인력도 35.1세에서 36.8세로 1.7세 높아졌다.

◆인구 고령화는 전세계적인 문제
유럽과 일본의 인구 고령화는 더욱 심각, 2025년 스페인의 경제활동 인구는 전체 인구의 10.4%로 줄어들며 이밖에 독일 10.7%, 이탈리아 14.8%, 일본 15.7%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이머징 마켓의 경제 인구 감소폭도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202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2억6,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유럽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해온 헝가리, 체코, 폴란드 등은 물론 아시아 지역도 이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높은 성장을 구가해온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의 평균 인구는 40세로 높아졌다. 반면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멕시코, 필리핀, 이란, 이집트 등은 여전히 빠른 인구증가율을 바탕으로 향후 20년간 노동 인구 공급자로써 지위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고령화는 평균 수명의 증가와 출산률 저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950년대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지역 여성들은 평균 5~6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현재는 1~2명으로 줄었다. 한 국가의 인구가 1,000만명일 경우 출산률이 2.1%는 돼야 다음 세대에서도 인구 수준을 유지할 수 있지만 대부분 주요 국가의 출산률은 이를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고령친화산업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
◆생산성 증대를 위한 대책 마련해야
경제를 구성하는 주요 성장 요소는 노동과 생산성이다. 즉 노동 인구 감소는 경제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린다. 노동 감소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증가가 반드시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펜실베니아 대학의 와튼 경영대학원 교슈인 제리미 시걸은 "생산성이 은퇴 인구 증가를 상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유럽의 생산성 성장률은 지난 1995년 이후부터 평균 1.3% 수준에 머물러,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이나 연구개발 같은 생산성 혁신 요인들에 대해 보다 관심을 집중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그리고 노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은퇴시기를 늦추고 가정주부들을 일터로 불러들이는 한편 이민을 받아 들여야만 할 것이다. 또 개인저축을 확대하고 연금 및 사회보장제도도 개선해야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무총장인 도널드 존스턴은 국가 연금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을 경우 큰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아시아, 중남미의 연금이 향후 10~20년래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것이며, 노년층의 은퇴를 위한 저축이 소비를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시장이 인구 고령화의 위험성의 영향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고령화에 대한 대책 방안에는 많은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은퇴연령 연장은 높은 실업률로 인해 실행이 어려운 상태이며, 연금 및 사회보장제도 개혁은 사회적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이민자 유입 장려도 한국과 일본 등의 경우에는 이민자를 배타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노인관련 산업 세제,금융혜택
정부는 우리 사회가 고령화사회로 급속 진입함에 따라 고령친화산업을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키로 하고 구체적인 행동계획(Action Plan)을 마련키로 했다. 이에 따라 연내에 고령친화산업지원법을 제정하고 고령친화산업활성화추진단을 설치, 고령산업에 대해 세제,금융 혜택을 부여하는 등 각종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정과제회의를 열고 요양산업 등 8대 고령친화산업과 재가요양서비스 등 19개 전략품목을 선정, 육성하는 내용의 '고령친화산업 활성화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회의에선 연내 고령친화산업 육성 기반을 조성한 뒤 내년부터 2년간 생산체계를 구축, 고령층 수요에 맞추겠다는 일정도 제시됐다. 또 베이비붐 세대(1953~1965년생)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12년을 기점으로 고령친화산업의 비중이 급팽창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응하는 노령친화산업 전략을 짜 나가기로 했다.
고령친화산업의 시장규모는 2002년 6조4,000억원에서 2010년에는 31조원, 2020년은 116조원으로 각각 성장하고, 취업 유발효과도 2002년 17만명에서 41만명, 66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선정한 8대 고령친화산업은 요양,기기,정보,여가,금융,주택,한방산업과 농업이며, 19개 전략품목은 재가요양서비스와 재택,원격진단,진료 및 휴대형 다기능건강정보시스템, 역모기지제도, 노인성질환, 한약제제 개발 등이다.
이 가운데 요양산업의 경우 2011년까지 정부지원 요양병원,시설을 1,086곳으로 확충, 전체 시설보호 대상자의 71%를 수용하고 나머지 노인은 475곳의 민간시설이 담당토록 하고 있다. 간병, 수발 등 전문인력자격제 제도화와 민간시설에 대한 재정,세제 지원 등도 추진된다.


고령화 사회에 뜨는 유망주는
고령화시대의 인기주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인구구조가 저출산․고령화로 변해감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새롭게 짜여질 인기주의 판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노인병 치료제를 생산하는 제약업체와 의료서비스 업체, 실버 비즈니스에서 두각을 나타낼 기업이 고령화 시대의 미인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건강이 최고 제약주가 뜬다
빠른 고령화는 노인들과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실버 비즈니스 시장을 팽창시키게 되어 있다. 대표적인 실버 비즈니스가 건강산업이다. 생리적으로 약해지는 노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건강이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제약과 의료기기, 건강식품 관련주가 1차 수혜대상이다. 관절염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 노인병 치료제를 만드는 제약업체들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동원증권은 최근 대웅제약을 고령화 진전의 최대 수혜주로 꼽았다. 고혈압치료제, 당뇨병치료제, 보톡스나 발기부전치료제, 치매치료제 등 QOL(Quality of life)제품 등 고령화 관련 제품을 다수 확보하고 있어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지현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웅제약의 매출에서 이들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8.4%에서 2006년 34.3%로 대폭 확대돼 전체 외형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인병 치료제가 대부분 처방대상인 전문의약품인 만큼 처방전 비중이 높은 제약업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웰빙주도 있다
대신증권 정명진 애널리스트는 주로 노인병으로 분류되는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등은 처방이 필요한 질병"이라며 “대웅제약이나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이 처방약 비중이 높은 제약업체며 동아제약과 중의제약 등도 최근 처방약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의료기기 제조업체도 유력 수혜주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과장은 자원메디칼, 프로소닉, 비트컴퓨터, 메디다스, 솔고바이오, 바이오스페이스 등이 의료기기를 생산하고 있어 관련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웰빙에 대한 열기가 사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고령화 사회로 진행될 수록 웰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게 분명하다. 이에 따라 웅진코웨이, 위닉스, CJ, 풀무원, 대상, 렉스진바이오, 쎌바이오텍 등 웰빙 제품이나 건강식품 생산업체가 관련주로 분류될 수 있다.

▲리모델링과 레저, 보험사도 수혜
실버타운 건설이나 노인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 수요가 늘어나면서 건설주도 수혜가 기대된다.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업체인 국보디자인이나 목재마루판 생산업체인 동화씨마, 동화기업 등을 자회사로 갖고 있는 동화홀딩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알루미늄 업체인 남선알미늄, 남성알미늄, 욕실 제품 만드는 대림요업과 대림통상, 주방 제품 업체인 에넥스 등도 리모델링 수혜주다.
대한투자증권 임유승 애널리스트는 큐앤에스의 경우 자회사 모아맘이 보육시설 위탁영업을 하고 있는데다 조만간 양로시설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어서 대표적 수혜업체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들면서 거동이 불편해지는 만큼 홈네트워크 관련주도 부각될 수 있다. 동문정보, 코콤, 코맥스. 누리텔레콤 등이 홈네트워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삶의 질을 추구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여행이나 레저 산업도 뜰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투어나 CJ CGV 등이 대표적이다.
보험사도 고령화에 따른 수혜주로 꼽힌다. 노령화로 민영건강보험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보험업체들도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장효선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민영건강보험의 도입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지만 도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인구 고령화 진행시 GDP대비 의료비 비중 및 민영건강보험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영건강보험 시장은 2010년, 2015년에 각각 39조원, 77조원에 달할 것이며 삼성화재, LG화재, 현대해상, 코리안리 등 손해보험업체들이 특히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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