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인춘

[시사매거진]“이제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투어 14년차 ‘베테랑’ 황인춘(43.후쿠즈미, 휴셈)에게 2016년 6월 12일은 한 동안 잊지 못한 날이다. 6년만의 우승이 눈 앞으로 다가왔지만 그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인춘은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결승전에서 5개 홀을 남겨두고 이상엽(23)에게 4UP으로 앞서 나갔다. 황인춘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그는 남은 홀 모두를 이상엽에게 내주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다 잡았던 우승을 내준 황인춘은 KPGA 코리안투어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이상엽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7개월이 넘게 지났는데 이제는 좀 잊어주면 안 되나.” 라고 웃으며 말한 뒤 “솔직하게 말하면 그 때를 회상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긴 하다. 간절하게 우승을 기대했던 순간이었던 만큼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라고 했다.

이어 “결승전이 끝난 다음 날부터 당시 상황을 최대한 빨리 잊기 위해 노력했다. 우승을 놓친 것에 대해 집착하면 할수록 스스로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이제는 담담하다.” 라고 덧붙였다.

황인춘은 ‘늦깎이’ 선수다. 1974년생인 그는 2002년 28살의 나이에 당시 프로테스트를 공동 5위로 통과하며 KPGA 투어프로(정회원) 자격을 취득했다. 이듬해인 2003년에는 시드선발전에서 3위에 오르며 KPGA 코리안투어 카드를 손에 쥐었다.

2007년 ‘메리츠솔모로오픈’ 에서 데뷔 첫 승을 신고한 그는 2008년 ‘제27회 GS칼텍스 매경오픈’ 과 ‘금호아시아나오픈’ 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꽃길’ 만 걸을 줄 알았던 그였지만 2008년 12월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동계훈련 도중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은 것이다.

황인춘은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6개월이 넘게 걸린다는 진단을 받았다. 골프가 한창 잘 되고 있었던 만큼 크게 좌절했다. 매일 한 숨만 쉬었던 나날이었다.” 라고 기억을 되짚었다.

재활에 온 힘을 쏟았던 황인춘은 2009년 5월 ‘제28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을 복귀 무대로 삼았다.

부상 부위가 완치되지는 않았지만 디펜딩 챔피언이었기에 출전을 강행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1라운드 종료 후 기권할 수 밖에 없었다. 걷지 못할 정도로 왼쪽 다리의 통증이 심해진 것이었다.

황인춘은 “부상이 완벽하게 낫지 않았지만 하루 빨리 시합에 나가고 싶었다. 동료 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는 것이 그리웠다.” 라며 “왼쪽 다리를 다쳤기 때문에 최대한 왼쪽 근육의 사용을 자제하고 오른쪽 근육만을 써야 했다. ‘제28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첫날에는 절뚝거리면서 18홀을 돌기도 했다. 지금은 적응이 됐지만 초기에는 대회를 마치면 피로가 평소보다 많이 쌓이는 등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라고 전했다.

2010년 황인춘은 ‘한중투어 KEB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 에서 통산 네 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그는 “2010년 우승 이후 6년 간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기에 지난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는 유독 아쉬움이 남는 대회” 라고 했다.

황인춘은 이제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고 스스로 말한다. 투어에서 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승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한 번만 더 우승을 한다면 선수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후회나 미련이 눈 녹듯 사라질 것 같다.” 며 “다가오는 시즌을 위해 동계 훈련 기간 동안 완벽하게 준비할 것이다. 우승을 향해 힘차게 달릴 것” 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베테랑’ 황인춘이 올 시즌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그가 얘기한 선수 생활의 ‘아름다운 황혼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