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 아름다운 인연을 담은 그림 한박스
실존의 모험과 고독에 대자연의 희열이 녹아

매혹적인 자태의 한 여인이 나를 유혹하던 찰나 그녀가 그림 속 여인을 가리키며 말한다. “「결정적 진동」은 남자 분들이 너무 좋아하셨어요. 누드니까요”
그녀의 말투는 그랬다. 그녀의 작품 소재들은 아무래도 그녀를 닮아 있는 것 같았다. 혹 나이에 걸맞은 진중함이 결여돼 있다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겠으나 인터뷰는 그래서 즐거웠다. 이번이 4회 째에 접어드는 이유연 화백의 개인전에는 여전히 향기가 담겨 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빌딩보다는 아련한 추억으로 사라져 가는 전통의 아름다움과 고달픈 삶 속에서 느껴지는 한 가닥의 여유가 그 향기의 근원이다.




예전에 비하면 이번 작품전은 원색 계열이나 소재 등 화풍에 있어 굉장한 변화가 느껴졌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붓놀림은 여전히 힘차고, 색채는 한층 강렬해졌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아무 것에도 구속되지 않은 꽃과 달과 잠자리는 더 자유롭고 자연스럽다. 그녀의 그림을 대하고 있노라면 자연은 아직도 배울 것 투성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바로 아름다운 인연, 자연이다. 그 속에서 사람과 동물과 식물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통해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고 인간은 자연을 벗어날 수 없음을 우리 가슴속에 입력한다.



「선택-행복」, 「추억의 대화」, 「아득한 기억」, 「결정적 진동」 등의 그림을 통해 오랜 고뇌와 침묵 속에서 미적 가치관을 발견하고 이를 완성시켜 대자연의 희열과 꿈을 전달한다. 이는 뛰어난 지성이나 예리한 감성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면밀히 관찰하여 부동(不動)의 형태로 고정시켰기에 성공했던 것은 아닐까?
타성에 젖어든 관습에서 벗어나 현대적 감각으로 태어난 화풍. 서양화가 주장하는 면과 색채의 묘미가 자연의 선 속으로 녹아들어 미래로 향하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게다가 리듬감 있는 터치가 더해져 ‘기운생동’이라는 단어와 맞아떨어진다.




그녀는 6살 때부터 그림을 그려왔다. 어렸을 때부터 욕심도 많았고 그림 그리는 것을 단 한번도 즐기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고달픈 작업이 많았고 전시회 준비에 여념이 없을 때는 새벽 5시나 6시에 눈을 잠깐 붙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10년이 지난 지금, 자유자재로 붓을 움직일 수 있는 화가로 거듭난 것은 아닐까?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전천후 화가가 되고 싶다며 미소를 건네고는 이내 후배 화가를 비롯, 꿈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변화를 두려워 말라고 당부한다. ‘할 수 있다’고 늘 다짐하라. 자신의 능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철저한 믿음을 가지고 숨은 노력을 다하면 희망이 보일 것이다.
누군가 그녀에게 그림쟁이로써의 고달픔을 풀어놓았을 때 그녀는 말했다. “과정은 결과만큼 소중합니다. 울면서 기도하는 가운데 훌륭한 작품이 나오는 것입니다”
‘My way’라는 노래를 무척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자신을 다스리면서 가는 길은 누구보다 아름답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기회도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그녀.
현대적 감각의 독특한 기법과 색채 짙은 자신만의 색감으로 폭넓은 경험과 타고난 성실함, 열정, 그리고 실험정신이 오늘의 그녀를 있게 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소외되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보고 잠시나마 따뜻한 온정을 느꼈으면 한다고 전한다.
그녀의 미소와 그림 속에서 숨쉬고 있는 물고기, 달, 꽃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공존하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그녀의 그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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