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과 열정으로 이겨온 10년의 세월, 그리고 새로운 10년을 위해

1968년 포항시가 포항제철(현 포스코)를 유치한 후 이 기업은 지역사회의 근간이 되었다. 이후 포스코는 시청과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세계적인 철강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고, 포스코는 포스텍을 설립하는 것으로 이에 보답했다. 아시아의 MIT라 불리는 이 명문공대는 우수한 과학인재를 양성해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그리고 흐뭇함을 자아내는 포항시과 포스코의 ‘좋은 순환’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의생명공학 전문기업인 (주)제넥신(대표 성영철/이하 제넥신)도 그 순환 고리에 맞닿아 있다. 코스닥상장사인 이 기업은 포스텍 교수가 직접 창립한 것이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 별개처럼 보이지만 포항시, 포스코, 포스텍, 그리고 제넥신이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상호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성영철 대표는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미네소타대(Univ. of Minnesota)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하버드대(Harvard Univ.) 박사 후 연구원을 거친 분자생물학 연구학자다. 지난 1989년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로 부임한 후, 1999년 포스텍의 생명공학 연구자들과 뜻을 모아 의생명공학 전문기업 제넥신을 설립했다. 학자가 경영하는 회사라 해서 고지식한 분위기를 떠올린다면 큰 오산이다. 제넥신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핵심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동아제약, 녹십자, 한독약품, 보령제약, 광동제약, 일동제약 등 국내 유수의 제약사들과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을 체결한 바 있고, 이들 대기업들과 협력하여 국제적인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작지만 역량이 충만한 벤처회사다.

학자에서 기업가로 이끈 10여 년의 세월
“인간 DNA 구조가 밝혀진 후 인류는 생명의 신비에 한 발짝 더 다가섰습니다. 따라서 21세기는 의생명공학산업의 선두주자가 세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시대로 변화해 갈 것입니다.” 성장 동력으로서의 의생명공학산업의 잠재가치를 이야기하는 성 대표의 눈빛에서 영락없는 기업가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그를 의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연구학자에서 미래산업의 역군으로 이끈 것은 신산스러웠던 지난 10여 년의 기간이었다.
“제넥신은 포스텍 실험실에서 뜻과 열정이 모여 시작된 벤처회사였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던 많은 벤처기업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저희는 이렇게 단단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성 대표는 지난 10여 년의 세월을 “그저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에 매진했을 뿐이고, 동아제약, 녹십자와 같은 국내 유수의 파트너사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요약했지만, 제넥신과 성 대표가 버텨온 세월 그 자체에서 그들의 실력과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는 이 회사가 ‘기술이전매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독특한 구조에 기인한다.
우선, 제넥신이 어떤 질병에 대한 지속형 단백질 치료제, 즉 수퍼바이오시밀러(Super-biosimilar)를 전임상단계까지 진행하고 이후 이 제약사가 모든 임상단계를 마치고 제품화에 성공하면 이 제약사와 수익배분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임상단계를 하나 거칠 때마다 투자되는 비용이나 시간이 만만치 않은 까닭에 그의 말 대로 “단단한” 기술력과 열정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것이다.
게다가 그 역량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높은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발전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기존의 재조합 단백질 치료제 및 이에 대한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특허가 만료된 치료제를 경쟁사에서 유사하게 개발한 제품)들은 체내 지속성이 낮아 매일 또는 더 자주 주사를 맞아야 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제넥신은 지속형 단백질 치료제, 즉 수퍼바이오시밀러(Super-biosimilar)에 대한 기반기술인 하이브리드에프씨(Hybrid Fc) 기술을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작년 한 해에만 26억 불의 매출을 달성한 바 있는 美 암젠사의 지속형 빈혈치료제인 아라네스프(Aranesp)에 적용된 지속형 기술보다 제넥신의 기술은 진일보한 최신 기술이라는 점이 향후 제넥신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이용해 만성 간염이나 암을 안전하고 선택적으로 치료하는 새로운 개념의 차세대 유전자 치료백신을 수퍼바이오시밀러를 이을 미래 성장동력 사업으로 개발해오고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러하다.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그의 남다른 경영철학
또한 성 대표는 1999년 창립한 이래, 국내시장만이 아닌 글로벌시장을 겨냥한 핵심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해 왔다. 이런 노력의 성과로 앞서 언급한 지속형 단백질 치료제를 제조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에프씨 항체융합기술(Best in class)과 유전자 치료백신 기술(First in class)로 다양하고 우수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지난해에는 코스닥 상장을 통해 이러한 원천기술로 개발한 치료제들을 세계화시킬 수 있는 성장기반도 구축했다.
“핵심원천 기술, 제품 파이프라인, 그리고 기술의 사업화 노하우라는 3가지 축으로 2020년까지 글로벌 바이오 제약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게 저희가 가진 비전입니다.”
성 대표는 이러한 제넥신의 비전은 세계를 무대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美 제넨테크(Genentech)사를 롤모델로 삼은 후 설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재조합단백질에 관한 원천기술에서 출발해 매출 10조 원, 시가총액 100조 원의 규모로 성장한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이다.
“의생명공학 분야 중 면역학을 공부하다보니, 우리 몸 안에 철학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균형에 관한 것이에요. 면역체계가 너무 약하면 병에 걸리지만, 반대로 너무 과할 경우에는 오히려 자가면역질환이라는 또 다른 질병에 시달리게 됩니다.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곧 건강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지요. 만사가 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일에 있어서도 균형을 지키기 위해 늘 노력한다고 했다.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되, 원칙에 맞는 일인지 늘 되돌아본다는 것. 이런 그의 생각은 제넥신의 경영철학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다시 말하자면 연구개발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업화에도 성공하여 난치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싶단다.
그는 세계로 도약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며 이러한 경영철학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중이라고 했다. 이렇듯 성 대표가 ‘남다른’ 경영철학을 이야기하는 동안 그의 눈빛은 어느새 한 평생 의생명공학을 연구해 온 학자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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