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안상수 두 유력 후보 간 난타전 양상

당 대표를 선출하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이하 전대)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6.2지방선거의 충격적인 패배를 극복하고, 다가오는 7.28재보선의 승리를 위해 야심차게 준비해 온 터라, 한나라당의 기대가 남다르다. 13일, 당 대표 후보들은 KBS TV를 통해 마지막 토론회를 펼쳤다. 하지만 기대가 무성했던 "재기를 위한 정책적 대안"은 없었다. 상대후보를 겨냥한 아슬아슬한 수위의 비난발언과 약점잡기만 가득할 뿐이었다. 이에 "당 쇄신과 화합을 위한 전당대회인데, 결국 계파 간 갈등의 폭만 재확인하는 요란한 행사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유력 후보군인 홍준표, 안상수 의원 사이에는 감정싸움에 가까운 설전이 오갔다. 전날 홍 의원이 제기한 안 의원의 병역기피 의혹이 전대 막판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이날 토론회 내내 이에 대한 공방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홍 의원은 "(병역기피 의혹이 있는) 이런 사람은 당의 얼굴이 될 자격이 없다"고 몰아 붙였고, 이에 안 의원은 "박정희 정권 시절에 병역을 기피했다면 절대로 검사로 임용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 끼리 흑색선전을 하는 것은 이적행위다"라고 되받았다.

토론회 막바지에 이르러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홍 의원이 97년 7월 9일에 보도된 신문 기사를 거론하며 “안 의원이 신한국당 국회의원 시절에 옆집 개가 짖는다고 개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했다”며, “(지역구의) 옆집과도 화합을 못하는 사람이 어찌 당과 국민의 화합을 이끌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안 의원은 “당시 집에 수험생이 있었는데, 소음과 악취가 너무 심해 여러 차례 시정을 요구했지만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아 소송까지 갔었던 것”이라고 서둘러 해명했다. 하지만 안 의원의 얼굴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편 최근의 여론조사 등을 종합해 볼 때 판세는 홍준표, 안상수 두 후보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 대표를 포함해 총 5인을 선출하는 이번 전대에서 나머지 3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으로는 서병수, 정두언, 이성헌, 한선교 후보가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성당연직 1인은 나경원 의원과 이혜훈 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데, 나 의원이 국민여론조사에서 우세해 다소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대 막판에 각종 변수가 대거 등장한 상태여서 결과를 예측하기엔 여전히 애매하다는 분석이다. 친이계(친이명박계)의 전폭적인 지지로, 선거초반 1위 자리를 지켰던 안 의원은 병역기피 논란이 불거지면서 안정적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고, 그 뒤를 쫓고 있는 홍 의원도 친이계 대의원들을 얼마나 끌어당길 수 있을 지가 주요 변수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편 친박계(친박근혜계)는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탓에 당선권에서 멀어진 상태다. 영남권 친박계인 서병수 후보와 수도권 친박계인 이성헌, 한선교 후보가 4위권 진입을 목표로 분전하고 있다.

이번 당 대표 선거에는 총 13여 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이들 대부분이 지난 6.2지방선거의 패배원인은 당내 계파갈등이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계파 간의 화합을 기반으로 한 당 쇄신만이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화합은커녕 상대후보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권력 배후론까지 등장한 가운데, 이러한 후보자들의 목소리가 공허한 외침에 그쳤다는 한탄이 주류를 이룬다.

어쨌든 결전의 날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우선, 과연 누가 당권을 거머쥘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하지만 전대 직후 등장할 그가 자중지란의 한나라당이 어떤 모안으로 수습해 나갈지는 더욱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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