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 감동의 100년! 2010년은 동지동문회 100년을 준비하는 원년

철강도시, POSCO, 해병대로 이미지가 굳어진 포항. 과거 영일만 사람들이 자랑하던 명사십리의 작은 어촌과 염전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지금의 포항은 인구 52만 명의 중견도시로 세계 철강 생산 3위의 POSCO를 비롯해 우리나라 최고의 민간종합연구소인 RIST, 포항공대, 방사광가속기연구센터, 연료전지연구소 등 철강에서 첨단과학에 이르기까지 60년대부터 가장 활기찬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일만국제컨테이너부두를 개항해 동해안시대의 거점도시로서 러시아, 중국, 일본, 미국 등으로의 네트워크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과학과 문화, 예술을 접목한 미래형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포항에서 64년의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인 동지중·고등학교와 함께 그 동문회도 주목받고 있다.

동지혼 동지인을 하나로 묶는 계기이자 정신적 구호
“전국의 모든 동문회가 나름의 특성들을 갖고 있지만 동지중·고등학교 동문들을 끈끈하게 연결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정신적 개념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는 동지중·고 총동문회 김천섭 회장. 그는 “어느 동문회와도 뚜렷하게 구분되는 독특함과 남다름은 1946년 해방과 함께 일본 유학에서 돌아와 동지교육재단을 설립한 평보 하태환 선생의 교육철학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평보 선생은 동지혼(同志魂)으로 몸과 마음을 닦아 품위와 명예를 높여갈 것을 주창하셨다. 지금도 4만 4,000여 명의 동지동문들을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구고 가슴 뛰게 만드는 말이 바로 동지혼이다. 동지혼은 동지인을 하나로 묶는 계기인 동시에 정신적 구호”라고 김 회장은 덧붙였다. 평보 선생의 가르침처럼 김 회장은 지금껏 신의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물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김 회장은 “우리 민족의 선각자이신 함석헌 선생은 ‘사람은 죽기위해 태어난다. 그러나 죽는 것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그냥 살다 죽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영혼을 아름답게 닦으며 죽는 것이다. 이것이 생명에 대한 소명을 다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약속은 하긴 쉬워도 지키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신의를 지켜 누군가에게 믿음이 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삶의 시작이다. 또한 명예는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이것을 지워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쌓아가는 사람이 있다. 신의를 지키는 것, 그리고 명예를 쌓는 것은 인생에 있어 불가분의 관계라고 믿는다”라고 말한다. 이는 비단 김 회장 뿐만이 아니다. 그리고 동지인들 또한 이와같이 신의와 명예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동지동문들 중에는 유독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과 6선 국회의원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3선 국회의원인 이병석 전 국토해양위원장, 박승호 포항시장을 비롯한 수많은 동문들이 각 분야에서 뚜렷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동문인 이명박 대통령이 제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던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벅차다고 김 회장은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처럼 김 회장은 고향 포항에서 동지중학교와 동지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에 무한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과분하고 조심스럽지만 동지중고등학교 총동문회장으로 4만 4,000여 명의 동문들에게 봉사할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다”고 말하는 그에게는 한 치의 거만함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이 대통령 출신학교 총동문회장으로서 동문들에게 누가 될까 누구를 만나든 겸손하게 자신을 낮춘다.

칠순의 선배에서 30대 후배까지 세대를 넘는 실질적 교류가 필요
태어나서 한 번도 고향인 포항을 떠나본 적 없다는 김 회장. 그의 포항사랑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포항은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해와 달의 설화가 있는 곳”이라고 운을 뗀 김 회장은 “지금도 포항시 오천읍 세계동에는 연오랑과 세오녀가 살았다는 당시 집터가 있고 또 일본으로 건너간 세오녀가 신라사신에게 건네준 비단을 소나무에 걸치고 천제를 지낸 일월지가 해병부대 내에 있다”면서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 이야기를 이어갔다. 또한 그는 한반도에서 해를 가장 먼저 맞이하는 포항 호미곶과 연오랑과 세오녀 그리고 POSCO와 방사광가속기연구센터, 연료전지공장 등 모든 것이 불과 빛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다.
“과거 국가 간 네트워크가 국가 경쟁력을 의미했다면 이제는 도시 간 네트워크가 국가와 지방도시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국내만 보더라도 이동거리 1시간 내 중소규모의 도시들이 서로 특화된 경쟁력으로 합병 또는 연합을 구성하고 있다. 마산과 창원처럼 비슷한 도시구조가 합병하는 것도 좋지만 산업도시 포항과 역사문화의 도시 경주가 손을 잡을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도시구조가 아닐까 생각한다”는 김 회장은 “미래 도시는 물질적 생산만으로는 더 이상 먹고 살 수가 없다. 물질과 정신적 요소의 결합이 도시의 미래를 보장한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시대에 살고 있고 동지인들은 시대적 상황과 요구에 맞게 불굴의 도전정신과 지칠 줄 모르는 패기로 동지혼을 불태워야 한다”고 동문들을 독려했다.
김 회장은 지금 동문회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있다고 말했다. “동지혼으로 모두가 하나 되어 더 큰 미래를 준비할 때다. 2010년은 동지중·고등학교 총동문회의 100년을 준비하는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는 해로 삼아야 한다. 내적 밀도를 높이고 외적 위상을 높이는데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그는 이를 위해서는 칠순의 선배에서 30대 후배까지 형제기수들 간의 세대를 넘는 실질적이고 활발한 교류가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선배는 후배에게, 후배는 선배에게 서로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 아낌없이 주는 동지문화(同志文化)를 만들자”고 말한 그는 “서로에게 믿음이 되고, 희망이 되는 아름다운 동지문화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비록 60여 년의 짧은 역사지만 동지인들이 말하는 나라와 지역과 동문애는 동지혼에 담긴 그 의미만큼이나 깊고 남달랐다. 이제 새로운 출발이다. 감동의 100년 그 미래를 위해 그들은 이미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으로서 그 명예를 드높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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