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대통령 부탁”, 안종범 “모금 대통령 지시”, 기업 “강제 모금”
자신의 형량 낮추려 박 대통령에게 책임 떠넘기기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2016.11.08.
검찰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를 포함한 인물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전을 내고 있는 가운데, 최순실 관련 인사들이 한결같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자세를 취해 주목된다.

먼저 최순실 씨는 연설문을 받아본 의혹과 관련, “박 대통령이 먼저 부탁했다”고 진술한 상황이다. 최 씨가 검찰에서 이 같은 진술을 하자 뒤이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진술을 했다.

안 전 수석 변호인 측은 10일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기업 모금활동을) 했다”면서 “대통령의 지시가 어디까지 있었느냐가 문제인데, 어떤 부분은 지시가 있었고 다른 어떤 부분은 없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출연했다가 돌려준 과정에서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 돈을 건넨 주요 재벌 기업들도 ‘청와대에 의한 강제 모금’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내키지 않은 돈을 건넸다는 취지다. 이같은 진술이 사실이라면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박 대통령 한명으로 압축되는 것이 된다.

일단 이들의 ‘책임 전가’는 자신들의 형량을 낮추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판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제 이번 사건은 국정을 농단한 개인비리 사건이 되고 있기에 서로 자기 살길을 찾는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자신의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임기가 얼마 안 남은 대통령에게 혐의를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박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야 처벌할 수 없지만 퇴임 이후 이 같은 부분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최순실 일파들은 주군인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며 형량 낮추기에 들어간 것이란 설명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형법상 뇌물죄는 구체적 청탁이 없다고 해도 금품의 직무관련성만 입증하면 성립된다. 따라서 기업들이 재단에 기금을 내는 과정에서 각종 정부 관련 사업에서 혜택을 보거나 기업 총수의 검찰 수사나 사면 등에서 이익을 볼 것을 기대했고, 실제 이 같은 인과관계가 이뤄졌다면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재 기업들의 주장대로 강제모금이라고 강변할 경우 청와대의 직권남용에 의한 기금 출연으로 볼 수도 있어 해당 기업들은 피해자로 취급받을 수도 있다. 때문에 기업들은 업무관련성 없는 강제모금으로 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피의자들이 재단의 기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했거나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범법행위를 했을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업들도 총수 일가나 다른 분야에서 모종의 혜택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 이도 역시 상황이 달라지게 돼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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