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화석과 광물의 활용가치 엄청나요”
‘석보’에 없는 것은 어느 곳에도 없다…국내최대 희귀화석 및 광물 보고
국내 희귀석 문화의 대중화 노력에 혼신…교육기관 및 박물관 무상기증

공룡화석은 물론, 조류나 포유류, 곤충, 식물, 어류 등의 화석과 광물은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자연 유산으로서 귀중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 평생교육 자원일 뿐 아니라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길게는 300여 년에서 짧게
는 100여년에 걸쳐 희귀화석이나 광물을 주제로 교육·문화 각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느 기관에서도 연구, 보존, 전시 등의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지 않다. 이런 시점에서 국내최대 희귀화석 및 광물의 보고인 (주)석보www.sukbo.com)의 엄경용 대표를 만나 희귀화석이나 광물에 대한 그의 탐석활동과 국내 활용 실태를 들어보고 우리 실정에 맞는 활용방안을 모색해봤다.


희귀 화석 및 광석에 미친 사람 ‘엄경용’
국내에서 가장 많은 양의 화석을 소유하고 있는 (주)석보에는 수천만년전부터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희귀 화석 및 광물과 현재 국내에 보급되고 있는 수십만종의 희귀석들로 가득하다. 동물화석, 식물화석, 공룡화석, 어패류, 호박, 자수정, 형광석 등 다양한 종류의 원석 화석과 광물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국내 희귀석에 관한한 최고의 전문가이자 대가인 석보의 엄경용(56) 대표. 그는 20여년간 세계의 온갖 희귀화석과 광물들을 모아온 국내 최고의 화석수집가 이자 중개상이다. 석보에 없는 것이라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석보에는 엄 대표가 손수 수집한 광물 화석들이 빼곡하다.
한 가지 사물에 마음을 뺏겨 결국은 하나라도 빠짐없이 모으려고 애쓴, 그래서 그 사물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전문가들이 있다. ‘불광불급(不狂不及·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을 이룬 사람, 엄 대표는 정말 화석과 광물에 미친 사람이다.
그는 근 20여년이 넘도록 세계오지를 찾아다니며 수십만점의 광물화석을 수집했다. 그에게 수집은 단순히 사 모으는 것이 아니라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창조적인 활동이었다. 한자 고사성어에 불원천리(不遠千里)라는 말처럼 수집가를 잘 묘사하는 말은 없다. 그는 자신이 애타게 찾는 물건이 어디에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미 마음은 그곳에 가 있다.

생명을 담보로 한 ‘탐석(探石)작업’
그가 수집한 모든 화석은 외국의 화석 중개상들을 통해 수입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산지를 훑어서 모은 것이 대부분이다.
“좋은 물건을 싸게 구하기 위해서는 직접 산지를 찾는 수밖에 없었죠. 화석 시장에 나오면 산지에 비해 가격이 수배로 올라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화석이 생산되는 곳은 대부분 굉장히 험한 오지들이기 때문에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그만큼 가격도 싸죠.”
그는 전세계에 퍼져있는 희귀석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위해 때론 헌책방을 뒤지거나 선진 각국의 전시회를 찾아다니면서 관련서적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그러나 화석이나 광물에 대한 인식이 워낙 좋지 않았던 시절이라 제대로 된 정보자료를 얻기란 여간 힘겨운 작업이 아니었다.
엄 대표 그는 희귀석을 수집할 때도 전략을 가지고 임했다. 제일먼저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국내에서 우선 희귀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2단계로 미국 애리조나의 투산이나 덴버쇼, 프랑스, 독일 등 해외유명 전시회에 직접 참가해 정보를 수집한다. 그는 최대한 자신이 직접 발로 뛰면서 관련정보를 수집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기한없는 탐석활동에 돌입한다.
좋은 물건이 있다는 정보를 얻기가 무섭게 무작정 현지로 떠난다. 주로 오지만을 골라 찾아다녔던 그는 사하라 사막을 무려 9번이나 다녀왔다. 이 과정에서 죽을 고비도 수없이 넘겼다. 특히 동유럽과 러시아 등 공산권 국가에도 수없이 들락거렸다. 이들 국가는 특별한 사업상의 방문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 관광객도 아닌 이 낯선 사람을 보고만 있지 않았다.
그는 며칠동안 억류를 당하면서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이외에도 그가 겪은 고초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다. 때문에 자신의 노력과 손때가 묻은 수집품들이 마침내 자신에게 찾아올 때의 기쁨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국내 전시 화석표본 90%가 석보의 기증품
그는 요즘에도 1년에 3∼4차례 외국의 유명 전시회에 참가한다. 정보수집과 세계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연례행사인 것. 때문에 그는 화석별 산지와 소장가들, 그리고 정확한 국제 시세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무엇보다 국내의 화석문화에 대한 후진성이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가격에 대한 국내 소장가들의 그릇된 인식에 대해 더욱 그렇다.
“국내 소장가들은 자신이 소유한 제품들에 대한 가격을 터무니없이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자신의 소유물에 대한 희소가치성을 과대포장하기 위한 일련의 행동으로 보아야죠. 하지만 일례로, 희소가치가 높아 가격대가 엄청날 것으로 보이는 공룡알 화석의 경우를 보더라도 국제시세는 그리 대단치 않아요.”화석에 관한한 대학교수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자부하는 그는 또한 관련분야 전문가의 부족현상을 지적한다. 국내 학자들 대부분은 실물화석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화석을 들고 가 그 화석의 생성연대와 산지 등에 관한 자문을 구해도 정확한 답변을 해 주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 그는 원인을 화석 표본 희귀성에서 찾는다. 즉 화석표본이 너무 귀해 접촉할 기회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동안 자신이 수집한 화석 표본들을 국내 대학의 자연사박물관과 교육기관에 무상으로 기증해오고 있다. 화석을 사고파는 사업가이지만 무엇보다 국내의 많은 사람들에게 희귀화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실제 국내에서 전시되고 있는 90%이상의 화석표본들은 그가 제공한 것들이다.

◈박물관은 형식보다 내용물이 중요
자신이 피붙이처럼 모은 물건을 더 많은 사람이 보고 자신과 같은 감동과 기쁨을 누리기를 바라는 것은 수집가들의 인지상정. 그래서 그는 내년1월 경기도 광주에 1천여평 규모의 개인전시관을 오픈할 예정이다.
“오래전부터 여행을 다니며 각종 희귀석들을 수집해 오다보니 공간이 많이 필요해졌어요. 또 제가 수집한 수많은 희귀화석이나 광물들이 점점 사라져 가면서 더욱 개인전시관을 열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전세계적으로 산재해 있는 희귀화석이나 광물을 주제로 한 개인전시관 혹은 박물관은 전무한 상태. “박물관 하면 거액의 예산을 들여 건물 지을 생각부터 하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건물이 아닌 소장품입니다. 건물이야 초가집이면 어떻습니까. 정말 가치 있는 소장품을 진열하면 관광객들은 저절로 옵니다. 외국인들이 전문박물관을 구경하기 위해 쓰는 돈이 결국은 박물관건립 지자체의 몫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요?”문화기획에 대한 아이디어도 무궁무진한 엄 대표. 그는 개인전시관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희귀화석이나 광물들의 보급화에도 갖은 정성을 쏟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소장가들의 수집활동을 보호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취미로 무언가를 수집하는 것과 사업을 여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수집품은 개인의 소장품이지만 사업을 하는 것은 대중화하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이처럼 사업을 열어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수집품들은 수집가 본인이 사망하면 모두 흩어지거나 심지어 외국으로 팔려 나갈 수도 있습니다.”

화석이나 광석 등의 교육시설은 ‘미래에 대한 투자’
어떤 공사를 하던 중 화석이 나오면 공사를 중단하고 발굴비용을 담당자가 책임져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 우리나라에서 화석지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화석이나 광물루트를 개발하여 중복 투자를 막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무분별한 투자는 군소 박물관들의 난립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낭비적 활용이 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그는 각 화석지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여 보호시설을 겸비한 전시관 형태의 시설을 마련, 주변 문화관광자원과 연계된 관광 루트를 조성해야 하고, 한 화석지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다른 화석지의 가치를 절하시킬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 화석지 테마화를 통해 연구와 학술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연구시설을 설립해야 합니다. 화석이나 광석 등의 교육시설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높은 부가가치를 지닙니다. 화석이란 단일 주제로서 그 동안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온 과학소재가 흔치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화석에 대한 관심은 화석 연구자들의 관심 못지 않아 자녀들의 과학에 대한 열망에 부응하는 시설을 마련함으로써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리라 봅니다.”

석보의 희귀석 “TV홈쇼핑에서도 잘 나가요”
이런 가운에 최근 석보의 ‘화석과 광물’들이 홈쇼핑에서 판매돼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돌 같기고 하고 보석처럼 빛나기도 하는 알쏭달쏭한 원석이나 공룡 화석의 주문이 많아졌다.
구매고객의 성향도 다양하다. 경제적 안정감이 있는 50대는 반짝이는 자주빛, 비취색 등 매력적인 색을 좋아하며 소장가치로 구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40대는 친자연주의 컨셉트의 인테리어를 좋아하거나 자녀교육용으로 구입한다. 재밌게도 30대 고객은 신세대답게 흰색의 공룡 알 장식을 좋아한다는 게 엄 대표의 설명이다.
엄 대표는 연령대와 색채의 연관성은 세대차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즉 20대는 즉흥적이고 자극적인 나만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독특한 제품을 선호하는 반면, 40대 이상은 보석을 연상시키는 희소성 제품을 소유하고 과시하는 데서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석보에서 선보이고 있는 화석세트는 모로코, 중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화석과 원석 20여종으로 이루어진 제품으로 중생대 백악기에 번성했던 암모나이트와 고생대의 삼엽충·산호화석, 신생대 나무화석 등 희귀한 화석 5종이 포함돼 있다.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일요일 오전에 제품을 방송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제품의 소장가치와 자연사박물관을 거실로 옮긴 듯한 교육적 효과로 인해 인기가 높습니다.”
인터뷰 내내 기자는 엄 대표가 정말 대단한 집념과 열정의 소유자임을 느껴야했다. 취미로 수집을 시작했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 이상 가는 지식을 자랑했다. 수집한 유물의 수는 최소 수십만점 이상, 수집 기간도 20년을 훌쩍 넘어 희귀석 수집에 인생을 다 바치다시피 한 셈이다.


석보 엄경용 대표 인터뷰
“세계최초로 추정되는 30여개의 공룡알 화석과
세계최대의 공룡알 화석은 석보의 미공개 보물”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희귀화석과 광물을 보유한 (주)석보의 엄경용 대표는 ‘화석박사’로 통한다. 광물과 화석별 산지, 세계의 소장가들 그리고 정확한 국제시세 등을 꿰뚫고 있는 그는 세계도처의 산지인들과 중개상들 사이에서조차 ‘코리아 미스터 엄’으로 통하면서 그의 안목과 식견을 인정한다.
현재 그는 각종 광물과 동·식물화석, 암각화 등 희귀품을 50만점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에는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의 각종동물과 어류, 식물화석, 공룡알, 암모나이트 등 50종 5만점, 삼엽충 30여종 4만여점, 어류화석 1만5천여 점 등 고가의 귀중한 진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엄 대표가 직접 전 세계 60여국을 450여 차례 방문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일이 진위를 검수해 수집한 것들이다. 특히 암각화와 세계최초로 추정되는 30여개의 공룡알화석과 세계최대의 공룡알은 미공개된 석보만의 보물들이다.
▲희귀화석이나 광물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탐석, 즉 희귀화석이나 광물 등을 수집하는 것도 예술의 한 분야다. 알다시피 예술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여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인간내면의 울적한 기분이나 공포에 눌린 긴장감을 해소하여 상쾌한 기분으로 전환시켜준다. 희귀석에 대한 관심과 소장욕구 또한 우리의 삶에 있어서 응어리진 많은 부분들을 해소 시켜주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희귀화석이나 광물은=이들 희귀석들은 자연의 오묘한 조화가 빚어낸 예술품이다. 사람의 손을 빌었다면 같은 모양이 둘도 있고 셋도 있을 수 있지만 자연은 오직 하나만을 만들어냈다. 화석이나 광물은 같은 모암에서 떨어져 나왔다 할지라도 크기와 생김, 그리고 수마과정이 같을 수가 없으므로 비슷할 수는 있지만 꼭 같은 모양을 가질 수는 없다. 즉 절대적인 희소성을 지녔다는 것을 뜻한다. 생겨나면서부터 다른 것과 구별되는 그 나름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이들 희귀석은 다른 예술품에 비해서도 특히 희소성을 지녀 모사와 모방조차 불가능하다.
▲희귀화석이나 광물의 조건=희귀석의 기본적 요건은 질(質)과 형(形)과 색(色)이다. 이러한 기본요건에다 투명도라든지, 몇 가지를 덧붙이기도 하는데, 한 점의 희귀석이 자연예술품으로서의 격(格)을 갖추려면 세가지 기본 요건은 충족되어야 한다. 이러한 3요소를 잘 갖추고 있을 때 좋은, 소장가치가 있는 희귀석으로 평이 나는 것이다.
▲국내 희귀석 문화를 위한 조언=사실 국내에서는 광물과 화석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들이 너무나 많다. 특히 소규모 중개상이나 소장가들이 자신의 광물 및 화석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일반인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적으로는 그들 스스로가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으면 하는 바램과 국내에 더 많은 자연사 박물관들이 생겨나서 자연스럽게 일반인들이 희귀석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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