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육연수팀 최종 보고회 개최… 세종교육에 접목할 부분 모색

▲ 출처 : 세종시교육청
[시사매거진]지난달 15일부터 20일까지 선진 교육의 메카, 핀란드를 다녀온 세종교육 연수단 일행. 이들이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핀란드 교육현장 방문의 성과를 기록했다.

연수단은 지난 8일 오후 조치원읍 세종시교육연구원에 다시 모였다. 어찌 보면 이상에 불과하거나 과대 포장됐을 지도 모를 핀란드 교육의 강점을 되새기면서, 세종형 선진 교육의 앞길을 모색했다.


2021년 행복도시 6생활권에 첫 선 보일 캠퍼스형 고교… 핀란드서 미래를 찾다

캠퍼스형고교 분과에는 이승표 양지고 교장과 아름고 지재근(수학).윤정하(역사) 교사, 시교육청 김응현(학교혁신지원센터).김진권(특색과제전담팀) 주무관이 함께 했다.

캠퍼스형고교 역시 내년부터 적용되는 고교평준화 시행 대상에 속한 일반고. 그러나 그동안의 고교와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학교의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말 그대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클러스터형 고등학교를 말한다. 인문과 자연, 공학, 디자인, 체육, 예술, 경상 등의 다양한 학과가 한데 어우러져 복수 전공과 교차 학습을 할 수 있는 대학의 모습을 옮겨놓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세종시 캠퍼스형고교에는 ‘인문 중점고와 과학 중점고, 예술 중점고’란 3개 기능이 한 울타리 안에 들어선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학과목과 중점 분야를 선택할 수 있어, 맞춤형 진로 선택에도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된다.

또한 도서관과 체육관, 운동장, 식당 등 주요 공통시설을 함께 이용하면서, 학교 운영의 효율화 가치와 효과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

캠퍼스형고교는 이 같은 개념을 담아 오는 2021년 3월 행복도시 6생활권에서 개교할 예정이다. 분과팀은 남은 4년여 기간 동안 ‘핀란드 교육의 강점’을 캠퍼스형고교에 담아내겠다는 입장이다.

에스푸시처럼 학교가 생산(학생 교육과 성적 향상)의 개념을 떠나 지역사회의 서비스 기관으로 자리 잡도록 하고, 복합커뮤니티센터 동호회 등과 연계한 학생 동호회 활성화 길도 찾는다.

지역 대학들과 연계한 멘토링 프로그램도 보다 내실화하는 데 공을 들인다. 핀란드 올라리 고교생들이 알토 공대와 연계한 수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데서 착안했다.

핀란드에서 눈으로 확인한 학교 조직의 수평화와 학부모회의 건전한 참여 문화 확산, 교육자를 대하는 지역사회의 관점 개선 등도 캠퍼스형고교 설립에 녹여낼 계획이다.

윤정하 교사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핀란드 교육 역시 핀란드 인들에게는 여전히 미완성”이라며 “지속적인 의문 속에 토론하고 합의하며 실천하는 그들의 태도를 배울 필요가 있다. 새로운 도전인 캠퍼스형고교가 새로운 학교 모델의 중심에 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교육의 시발점 ‘유치원’… 놀면서 배우는 핀란드서 모티브를 얻다

유아교육 분과팀 소속으로 참여한 소담유치원 이병인 교사, 두루유치원 최성미 교사, 시교육청 정경자 장학사. 이들은 핀란드를 ‘아이다움을 보장하는 나라’로 표현했다.

아이들의 우비와 장화를 항시 유치원에 구비해두고 비가와도 야외 놀이 교육을 시행하는 데서 그 단면을 찾았다. ‘핀란드 교육과 국민들의 창의성이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는 이론을 실제 현장에서 확인했다는 것.

최성미 교사는 “세종시 유치원 중에서는 놀이터 이용조차 힘든 곳이 있고, 다소 위험성이 있는 옥상 놀이터도 존재한다”며 “개발과 이익의 논리상 쉽진 않겠지만, 유치원 주변에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보다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유아 교육의 1차적 책임이 ‘유치원’이 아닌 ‘부모’에게 있는 핀란드 문화에도 주목했다. 국내를 떠나 세종에서는 학부모들의 과도한 요구에 의해 유아교육의 원칙과 철학이 무너지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최근 조기 외국어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과 한글 교육의 우선적 가치를 강조한 세종시교육청간 충돌이 대표적 사례다.

유치원이 아닌 부모의 손에 의해 보육되는 아이들이 37%에 가깝고 이들 가정에는 정부의 보육료 지원이 뒤따르는 핀란드형 복지도 부러움의 대상으로 남았다. 유치원을 다니지 않더라도, 인근 유치원과 연계한 야외 클럽 등의 일부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현재의 과도한 교육비 부담과 100세 시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 사회. 아이교육 전반에 걸친 학부모 부담의 상당 부분을 유치원에 지울 수밖에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아교육 분과팀은 새 출발을 다짐했다. 이들은 “1명의 교사가 최대 25명을 동시에 맡다보니 한계는 분명하다”며 “바깥놀이를 위한 보조 인력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역사회 공동체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만들어야한다. 핀란드처럼 아이들의 성장을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도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프리스쿨(Pre-school)을 주목하라… 학생 맞춤형으로 초등교육 혁신

가명현 온빛초 교장과 정재욱 수왕초 교사, 임현지 연동초 교사, 유현경 미르초 교사, 김미경 연서초 교사로 한 팀을 이룬 초등혁신교육 분과.

이들은 아이들 맞춤형 교육제도를 세종교육에 접목할 만한 요소로 손꼽았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진학을 앞둔 7세 아동을 위한 ‘프리스쿨(Pre-school)'은 세종교육에 신선한 자극을 줬다.

7세 아이들이 자신이 진학할 초등학교에 미리 가서 상급자들과 한데 어우러진 체험 교육을 받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세종에서는 산발적이거나 일회적인 연계 프로그램 운영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평가의 초점이 학생들의 줄을 세우고 순위를 매기기 위한 것이 아닌 학습 증진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데 맞춰진 점도 배워야할 과제로 받아들였다.

세종시 초등학교에서도 내년부터 중간.기말고사를 폐지하고 과정 중심 수시평가를 도입하나, 보다 근본적인 평가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의 내 아이 중심적 사고 개선 프로그램 마련 ▲실생활과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 도입 ▲교사 선발 시 교직 전문성 강화 ▲사회복지사와 전담 상담교사 배치 확대 등을 미래 과제로 손꼽았다.


암기 위주에서 창의 교육으로 혁신… 일선 학교에 보다 많은 자율권 줘야

중등혁신교육팀에는 세종형 혁신학교인 도담중학교의 이상현 교장과 박종진 교사, 윤영주 교사, 최근 학교 이전 문제에 직면한 조치원여중의 예현주 교사가 함께 했다.

중등팀 역시 핀란드의 프리스쿨(Pre-school)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에 접어드는 중학교 진학 전에 미리 중등교육을 체험할 수 있다면 아이들의 적응력이 보다 향상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더불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다양한 종교 역시 포용하는 교육시스템은 아이들의 글로벌한 감각과 열려있는 사고를 키우는 촉매제로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통적인 암기 위주의 교육을 넘어서서 이해, 적용, 분석, 평가, 창의의 비중을 높이는 교육 시스템을 세종에 접목할 필요성도 절감했다.

윤영주 교사는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집중할 수 있고, 지역 사회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며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보다 많은 자율권을 줬으면 한다. 핀란드 교육을 토대로 자유학기제 활성화와 마을교사 채용 등 혁신 교육을 하나씩 실현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쉽지 않은 창의 교육 실현… 근본적인 마인드 개선이 필요하다

창의 교육과정 부문에는 임전수 세종교육연구원 센터장과 안현정 한솔중 교사, 정유숙 소담초 교사가 머리를 맞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창의 과정을 교육받으며 쌓아뒀던 일련의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핀란드에서 일부 찾았다.

‘학교는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한 교양을 쌓는 과정’이라는 것. 가르침의 방향도 ‘무엇을’이 아닌 ‘어떻게’로 바뀌어야 한다는 데 한 뜻을 모았다.

민선 2기 세종교육의 비전(새로운 학교, 행복한 아이들)과 지표(생각하는 사람, 참여하는 시민)에 이를 녹여내야 한다는 과제를 확인했다.

정유숙 교사는 “교육으로 길러낸 인재들의 역량이 모두 개개인의 것으로 머물고 사회 환원 등의 공공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라며 “핀란드가 던져준 교육철학을 세종에 창의적으로 접목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핀란드의 ‘일반행정 교육자치’ 통합 가치… 세종에도 접목 가능할까?

혁신 교육행정팀에는 시교육청 김희경(특색과제전담팀).정다움(총무과).오현남(세종교육연구원).최은영(소담초) 주무관이 팀워크를 이뤘다.

한때 일반 행정과 교육자치간 통합에 가장 적합한 모델로 부각된 세종시. 이미 일반과 교육 행정이 하나로 통합된 구조를 실현하고 있는 핀란드는 세종시의 미래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줬다.

핀란드는 일반 행정의 원활한 지원을 전제로 교장이 행정업무 대부분을 도맡아 하면서, 교원들에겐 상당한 자율권이 부여될 수 있는 여건을 담보했다.

각종 교육 현안에 대한 예산지원 규모를 놓고, 매년 시와 시교육청간 줄다리기를 보이고 있는 세종시 현실과 대조를 이룬다.

정다움 주무관은 “핀란드에선 별도의 교육행정 조직이 없고 장학지도 등이 거의 없으며, 일선 학교의 잡무도 많지 않았다”며 “교육 현장만이 아닌 도시 전체를 배움터로 만들어가는 명품 학습도시 구현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말했다.

또 “활발한 주민참여와 지역사회에 숨겨진 인적.물적 자원 활용을 극대화해야할 것”이란 의견을 나타냈다.

이현복 세종교육연구원장은 “짧은 연수기간 핀란드 교육이 세종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과별 연구 보고서가 미래 세종교육 발전의 밀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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