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만나보니…


먹을거리도 많고 볼거리도 많은 원더풀 코리아.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이들은 한국의 멋과 맛을 통해 한국의 ‘정(情)’을 느꼈다며 또 한 번 한국을 찾고 싶다고 말한다.

낙엽들이 찬바람에 휘날리는 쌀쌀한 늦가을 날씨에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잠시 후 풍악소리가 울려퍼지자 의례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색색의 깃발을 높이 들고 걸어다니면서 수문장 교대식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 전통 궁중문화 재현 행사를 처음 보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Amazing(놀랍군)” “Wonderful(멋지네)” 등을 외치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좋은 볼거리가 되고 있는 이 행사는 서울시가 1996년부터 재현해온 수문장 교대식이다. 평일, 주말 관계없이 하루 세 번 교대식을 재현해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라면 빼놓지 않고 구경하는 관광 코스로 손꼽힌다.


수문장 교대식과 더불어 외국인 관광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수문장들이 입는 옷을 무료로 입어볼 수 있는 복식 체험관. 한국에 처음 왔지만 한국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는 제프리(33·여행가·캐나다) 씨가 수문장 옷을 차려 입고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자 주위의 외국인 관광객 모두가 그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제프리 씨에게 “한국의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드느냐”고 묻자 “김치와 소주가 정말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그는 “한국에 온 지 나흘밖에 되지 않았지만 내가 본 한국의 장점은 이것보다 더 많다”며 싱긋 웃어 보였다.

“직업이 여행가이다 보니 자연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특히 서울처럼 크고 국제적인 도시 안에 덕수궁처럼 멋스러운 고궁도 있고 남산처럼 예쁜 산도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맛있는 음식들이 많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또 한국 사람들은 처음 만나면 부끄러워하지만 금방 친해질 수 있고 ‘정’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수문장 교대식을 열심히 지켜보던 마할리(29·교사·프랑스) 씨와 앙헬리카(23·학생·콜롬비아) 씨도 “한국은 정말 볼 게 많은 나라”라며 “잠시 머물고 떠나는 것이 아쉬워 장기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도심 안에 고궁·예쁜 산… “원더풀”

특히 마할리 씨는 벌써 20일째 부산 해운대, 광주 무등산, 보성 차밭 등 특색 있는 지방 도시를 다니며 우리나라 전국 일주를 하고 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을 묻자 그는 단번에 경남 합천군에 있는 ‘해인사’를 꼽았다. 1박2일 정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템플스테이를 했다는 것이다.

“불교 신자도 아니고 한국어로 기도할 줄도 모르지만 사찰에 있는 시간은 정말 좋았어요. 자연과 어울리며 조용하게 명상하는 시간을 갖는 이런 문화는 프랑스에서는 경험하기 힘들거든요. 무엇보다도 전국 각지를 여행하면서 만난 한국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고 좋아서 한국 여행을 마치면 앞으로 한국문화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싶어요.”


대학에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공부하면서 한국을 좋아하게 됐다는 앙헬리카 씨는 일정을 늘려 한 달 정도 한국에 더 있기로 했다. 그는 “여행하면서 알게 된 한국인 친구들과 12월에 강원도의 농장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며 다음 여행지에 대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해마다 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외국인 입국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 관광객 수는 1백41만8천2백6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하면 38.8퍼센트나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외래 관광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가장 큰 이유로 ‘쇼핑’이 54.9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그 다음으로 여행비용, 음식 탐방, 가까운 거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오면 쇼핑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은 덕수궁이나 인사동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서도 주로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레바논에서 왔다는 룰라(28·그래픽디자이너) 씨는 “한국의 패션문화에 관심이 많다. 명동과 동대문에서 저렴한 값으로 쇼핑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서울에 있는 문화유적지를 구경하고 나면 마음껏 쇼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쇼핑이 한국 여행의 ‘백미’로 꼽히면서 이들이 자주 방문한 장소도 명동(46.6퍼센트), 동대문시장(40.5퍼센트), 남대문시장(38.8퍼센트) 등 대부분 쇼핑 명소들이 차지했다. 인상 깊은 방문지로도 역시 명동(27.1퍼센트)이 가장 많이 꼽혔고 그 외 고궁(18.9퍼센트), 동대문시장(16.7퍼센트)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체류하는 평균 기간은 5.9박으로 조사됐다. 특히 인도, 러시아, 캐나다, 중동 등지의 관광객 체류 기간은 10박 이상으로 긴 반면 일본은 2.9박으로 가장 짧았다. 숙박 시설은 대부분 호텔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유스호스텔과 게스트하우스의 이용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20년 전 독일로 이민 간 교포 김남권(33·의사) 씨는 “8년 만에 고국을 찾았는데 인터넷을 통해 찾은 홍익대 인근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하고 있다”며 “부대시설도 좋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아 쉽게 친해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문화유적지 구경하고 쇼핑도 즐겨 일석이조

외국인 관광객들은 향후 3년 내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다시 방문할 의사가 있다’는 질문에 73퍼센트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80퍼센트 이상이 주변의 지인들에게 한국을 여행하라고 권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아직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력해야 할 점들은 남아 있다. 언어소통이 불편하다는 점, 지난 11월 14일 발생한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참사 같은 안전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내년부터 한국방문의 해가 시작된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편한 마음으로 한국의 ‘정’을 느끼고 한 번 더 찾아올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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