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관광공사 공동 ‘녹색물길체험’ 행사


서울 남북을 가르는 한강은 시민들이 걷거나 자전거 타기에 편하도록 시멘트 등으로 평탄하게 잘 조성돼 있다. 강 바람을 맞으며 쭉 뻗은 강변을 자전거로 달리는 것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하다.

같은 한강 물줄기이지만, 경기도 여주를 지나 흐르는 남한강 길을 걷는 것은 또다른 맛이다. 11월2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공동주최로 ‘녹색물길체험’ 행사가 바로 이곳 여주 ‘여강(驪江, 여주를 흐르는 강)’길에서 열렸다.

‘여강’은 여주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남한강을 여주사람들이 부르는 애칭이며 ‘여강길’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 7곳 가운데 한 곳으로 제주도의 올레길도 그 중 한곳이다. ‘걷는사람들의 모임 여강길’ 박희진 사무국장은 “올레길이 치유의 길이라면 여강길은 소통의 길”이라며 “걷기의 느린 움직임은 세상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보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2㎞를 더 가면 오감도토리 마을임을 알려주는 이정표.
이날 행사에는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문화사랑서포터즈, 강문화 전문가, 지역주민 등 50여명이 참여해 여강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우만리 나루에서 남한강교, 바위늪구비를 지나는 약 5㎞ 구간의 ‘여강길’을 걸었다.

걷기는 오감도토리 마을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시작됐다. 오감도토리 마을은 고려 때 다섯 명의 대감들이 살았다고 해서 오감이란 명칭과 도토리를 재배하지도 않아도 야산에 도토리나무가 많아 도토리란 명칭이 섞여 오감도토리마을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이 마을은 정보화마을로 도토리따기, 도토리묵만들기 등을 이용한 슬로푸드 농촌관광체험과 계절별로 항상 다양한 농촌체험행사를 즐기실 수 있다.

여강변을 지나는 여강길은 좌우에 갈대가 높이 자라고 있고, 자연 상태의 자갈과 흙이 그대로 이어져 있었다. 탐방로 조성을 위해 새로 길을 만든 것이 아니라서 서울 한강변처럼 쭉 뻗은 길은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자갈, 흙, 모래 등으로 이뤄진 길을 모두 만낏할 수 있다.

자갈길

흙길

모래길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뽀송뽀송한 흙길이 이어지고 조금 더 걷다 보면 바닷가 백사장이 연상되는 모래길이 나온다. 눈을 강쪽으로 돌리면 오리떼와 물 수면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물새도 볼 수 있고, 내륙으로 돌리면 사람 소리에 놀라 ‘후드득’ 날아오르는 꿩도 볼 수 있다.

여강길 맞은편에는 조선시대 때 과거를 보러 한양을 가는 길인 ‘아홉사리과거길’이 보였다. 경상도에서 과거를 보러 문경새재를 지나 한양으로 가려면 꼭 이곳을 지나야 하는데, 국수사리처럼 9개 고개가 얽혀 있다 하여 ‘아홉사리과거길’이라 한 것이다.

강 건너 구불구불한 산길에 한양으로 과거 보러가던 선비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이곳은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남한강은 하폭이 넓어 하천이 주변을 따라 유속이 느린 지역에 범람으로 인해 습지 지형들이 발달돼 있는데, 이 구간 사이에 바위늪구비 습지라는 곳이 있다. 여기에는 멸종위기 2급인 ‘단양쑥부쟁이’ 생육지가 분포하고 있으며, 멸종위기 2급인 표범장비뱀이 서식하고 있기도 하다.

바위늪구비를 지나 체험길의 종착지인 강천마을회관까지 고은 모래길을 걸어가면 자연이 속삭이는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여강’ 체험길은 총 55㎞. 짧게 잡아도 2박3일은 걸리지만, 5~8시간 정도의 하루코스도 3가지 길이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다.

이날 여강길을 같이 체험한 신정일 문화사학자는 “강길을 걷는 것 만큼 좋은 것이 없다”며 “임신부라면 뱃속의 아이에게 바람 부는 소리, 낙엽 밟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도 좋은 태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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