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작은 학교의 새로운 교육 모델을 만드는 장성백암중

세상의 변화는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이뤄진다. 때문에 시대가 원하는 인재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지금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15년 후에 별 소용이 없어질 수도 있다. 장성백암중학교의 관심은 15년, 20년 후 미래사회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교육은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발전의 핵심이자 성장의 원동력이기 때문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저마다 교육에 대한 투자, 인재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육이야말로 국가의 미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백암중학교는 신축개교를 통한 최첨단 교육환경을 갖추고 학부모, 지역사회, 교원이 어우러진 교육공동체의 힘과 더불어 자율과 자발성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바탕으로 미래의 경쟁력 있는 학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3월 1일 장성북중과 장성신흥중이 통합해 개교한 장성백암중학교는 전남과 전북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장성 북부지역의 소규모 학교들을 통합해 적정 규모의 학교로 실현한 전남 최초의 기숙형 중학교다. 7학급 125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고,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학교교육과정에 돌봄 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며, 교직원들은 농어촌 학교의 새로운 롤모델이 돼야 한다는 소명감으로 교육에 임하고 있다.
장성백암중학교 김용대 교장은 새롭게 정한 교훈인 ‘밝은 마음, 맑은 지혜, 힘찬 기상’의 의미를 설명한다. “밝고 긍정적인 마음은 자긍심을 갖고 나를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지금 시대에는 정직한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영리하되 깨끗하지 못하면 사회를 혼탁하게 할 것입니다. 또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열정과 기상이 충만한 인재를 기르고자합니다”라고 말했다.
배려와 공감, 소통과 관계성 향상
장성백암중학교의 모든 교육의 중심에는 학생이 있다. 김 교장은 “학교경영의 유일한 원칙은 학생입니다”라며 “교직원이나 학부모, 지역사회의 소망은 같습니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미래의 인재로 길러내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평생 여러 직업을 옮겨 다녀야 할 것이고, 인간에 의해 발달된 문명으로 인해 소외당할 수도 있습니다. 빠른 변화 속도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백암중학교는 일관되게 학생 스스로의 주체적인 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학생 스스로가 힘과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는 장성백암중학교. 상당수의 학교 행사를 학생회에서 주관하고, 학생회 주관행사에 초대장이나 개막 인사말도 학생회장이 직접 준비한다. 학생회장 선거는 정책토론회를 거치고 매달 두 번씩 열리는 자치모임인 ‘다모임’에서는 학교생활에 대해 가감 없이 토론한다. 학교의 모든 프로젝트는 전교생이 모둠별로 각각의 역할을 하도록 하고 한 명도 소외되거나 무임승차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한 배려와 공감, 소통과 관계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시험이 끝나는 날 전교생이 인근 요양원이나 복지시설에서 1년에 세 차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3월 대동제와 4월 평화학교선포식, 12월 백암나눔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꿔가고 있다.
“우리 학교는 자율성을 존중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생활에 대해 토론하고 결정합니다. 선생님들의 신념은 ‘학생 스스로의 힘으로, 교사가 학생보다 먼저’입니다. 얼마 전 한 학부모가 기숙사 커튼 수리를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거절했습니다. 중학생이면 사감선생님께 직접 건의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자율적인 학교 문화를 이뤄가고 있는 만큼 교내 자율동아리 활동도 활발합니다. 스스로 모집하고 나면 학교에서 운영계획을 듣고, 지도교사를 선정하거나 지원방안을 모색합니다. 학생들이 정리한 자신의 포트폴리오는 대학 입시나 취직에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백암중학교는 신축개교를 통한 최첨단 교육환경을 갖추고 학부모, 지역사회, 교원이 어우러진 교육공동체의 힘과 더불어 자율과 자발성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바탕으로 미래의 경쟁력 있는 학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출발선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
교육의 목적은 ‘학생의 바른 성장’에 있다고 강조하는 김 교장. 그는 학생을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가르치고, 부모는 자녀를 선생님의 입장에서 훈육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래야 부모와 학교가 서로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의 목표는 동일한데 부모가 자신의 자녀만 이기적으로 보호하려 할 때 발생하는 갈등이 교육자로서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김 교장은 “모든 학교, 모든 학생이 똑같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획일화된 교육 정책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인데 빠른 시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자 하는 조급함이 드러납니다. 기본에 충실해야 오래 갑니다. 획일화 속에서는 창의성이 생겨날 수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출발선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는 교육을 하고 싶다는 김 교장. 학생 1인당 교육투자비를 단순 비교하기 보다는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촌지역에 투자를 확대해 교육의 결과적 평등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는 그의 목소리에 교육자로서의 굳은 의지와 신념이 묻어난다.
 
장성백암중학교 김용대 교장
   
 
장성군은 어떤 도시입니까
장성에서 자란 저는 어릴 적 장성중앙초등학교 뒷산인 제봉산이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인 줄 알았습니다. 황룡강가에서 물놀이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죠. 제게 장성은 고향의 아련한 그리움이자 포근함입니다. 당시 장성에는 두 개의 극장이 있었습니다. 집 앞 장성극장에 몰래 들어가 ‘도둑 영화’를 보다가 극장 2층 간판 그리던 곳에서 벌을 섰던 기억이 납니다.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극장은 모두 없어졌습니다. 편리해진만큼 장성은 쇠락의 길을 가게 된 셈입니다. 최근 장성은 ‘황룡강르네상스’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Yellow City’를 선포했습니다. 자연과 생태는 이 시대의 주요한 트렌드입니다. 장성에는 축령산 편백나무가 있고, 홍길동도 있고 文不如長城 선비정신과 박수량선생으로 대표되는 정직한 리더십도 있습니다. 승천하는 황룡처럼 세상의 중심에서 행복한 장성입니다.
 
장성군 지자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삶의 질과 주민 복지의 핵심은 교육입니다. 도시생활에 비해 농촌에서 살아가기란 힘이 들지만, 교육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급격하게 진행된 도시화 양상은 멀지 않은 미래에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원으로의 회귀가 서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인근 대도시와 인접한 장성은 풍광이 수려하고 역사와 전통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제대로 자녀를 교육할 수 있다는 믿음만 준다면 아주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서울 강남이 전국 최고의 번영을 누리는 연원이 소위 8학군이라는 교육열에서 출발한 것을 새겨 보면 해답은 분명합니다. 교육에 대한 튼튼한 기반 없이 지역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자체와 지역구성원들이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머리를 맞대고 하나씩 하나씩 풀어간다면 그 여느 도시 부럽지 않은 정말 살기 좋은 멋진 도시 장성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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