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교육이 달라진다] ① 마이스터고

대한민국 정책포털(korea.kr)과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 교육이 달라진다’라는 대주제로 공동기획을 준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마이스터고 △자율형사립고 △기숙형공립고 △입학사정관제 등 다양한 교육정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정작 수혜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이번 기획의 배경이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이명박 교육정책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11월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수원하이텍고등학교. 여느 전문계고와 마찬가지로 활기 넘치는 학생들이 이론과 실습교육을 병행한 직업교육에 푹 빠져있었다. 하지만 수원하이텍고에는 2010년을 위한 특별한 것이 준비되고 있었다. 바로 한국 최고의 명장(名匠)을 키워내기 위한 기초작업이다.

수원하이텍고는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가운데 ‘마이스터 고교’에 선정돼 내년 개교를 앞두고 있다. 마이스터고란 졸업 후 바로 취업이 가능한 기술명장(마이스터)을 양성하는데 목적을 둔 특성화 고등학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9일 “마이스터고를 졸업해서 4년간 직장에서 일하면 대학 4년을 다닌 것보다 사회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마이스터고 추진 의지를 내보였다.

졸업 후 바로 취업해도 될 만큼 기술 습득

수원하이텍고는 자동화시스템, 정밀기계, 전기-전자제어 등 메카트로닉스 분야를 특성화했다. 학교 졸업 후 경기도 수원·화성지역 삼성전자 협력업체에 바로 취업해도 될 만큼 기술을 익히도록 커리큘럼이 짜여져 있다.

이 학교 김유권 마이스터기획부장은 “마이스터고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100%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협성회(삼성전자 협력 150여개 업체)를 중심으로 한 산업체와 협약을 체결해 마이스터고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마이스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수 산업체를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이스터고의 설립 취지로 보면 기존의 전문계고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전문계고 졸업생의 70~80%가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등 기존 전문계고의 설립목적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김유권 부장은 “마이스터고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출발한 것이기에 긍정적”이라면서, “현재 선정된 마이스터고가 성공할 수 있도록 직업기초능력과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전문기술력을 갖출 수 있는 교육과정 편성과 기자재, 창의력을 갖추기 위한 실습실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하이텍고등학교 학생들이 김유권 교사(마이스터기획부장)의 지도를 받으며 실습하고 있다.

마이스터고는 내년 3월에 일제히 문을 연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마이스터고로 지정한 학교는 서울 수도전기공고와 미림여자정보과학고 등 21개교로 전국에 고루 분포돼 있다.

마이스터고의 신입생 선발은 11월 5일 모두 마감됐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총 3600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는 21개 마이스터고의 전체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많은 지원자가 몰리면서 3.55 대 1을 기록했다.

중학교 성적 비율 30% 이내 우수인재들 선발

이 중 수원하이텍고는 160명 신입생 선발에 62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 충북반도체고(5.8대 1) 다음으로 높은 5.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입학을 앞두고 있는 신입생들은 중학교 성적 비율 30% 이내의 우수인재들이라는 점도 산업계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특징 중 하나다.

수원하이텍고 입학을 앞두고 있는 노한솔(기안중학교 3) 학생은 지금 반에서 성적 3위 안에 드는 우등생이다. 그럼에도 이곳을 지원하게 된 배경에는 대학 나와도 취직하기 어려운 현실과 전문기술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어서다.

노한솔 학생은 “정보통신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진 명장이 되고 싶다”며 “마이스터고를 나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할 수 있고, 나중에 취직 후에도 어학이나 대학공부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빠른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발과정에서 메카트로닉스 분야의 소질과 적성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1차 면접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2차 면접에서는 리더십, 전공수행 능력 평가 등을 평가했다. 특히 면접에는 산업체 인사담당이 직접 참여해 산업계 의견이 반영되도록 했다.

내년 개교를 앞두고 있는 수원하이텍고등학교의 로봇 동아리 학생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 학교의 교육커리큘럼은 졸업 후 바로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 협성회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다. 협성회는 159개 업체로 구성돼 있으며, 중소기업이라기보다는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의 중견기업 수준이어서 기술 경쟁력이 큰 회사들이다.

수원하이텍고는 졸업생이 마이스터로 선정하기까지 사후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정도 마련하고 있다. 취직 후 더 깊은 기술과 실력을 쌓고 싶어하는 졸업생들을 위해 인근 경희대와 경기대, 아주대 등과 협정(MOU)을 맺어 메카트로닉스학과에 입학해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열어 놨다.

김유권 부장은 “명장이 완성되는 시점을 졸업 후 10년으로 잡고 졸업-취업-군입대-재교육-복직-명장까지의 과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 학교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대학간판이 아닌 기술과 능력을 인정하는 사회인식의 변화가 뒷받침된다면, 독일 부럽지 않는 마이스터 배출이 먼 꿈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다만 “마이스터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졸업생들이 취업 후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5~10년)까지 정부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 줘야 한다”며 “군입대 4년 연기 만이 아닌 산업기능요원제 유지 등 병역특례 문제도 하루 빨리 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기능요원제는 현역·보충역 등의 병역자원을 중소기업 생산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한 일종의 병역특례제도로, 현역자원 감소를 이유로 2012년 이후 폐지될 예저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학력이 존중받던 학력시대에서 이제는 실질적인 실력시대’, ‘대학 가는 것보다 마이스터고에 들어가길 원하는 시대’가 열릴 날을 기대해 본다.

◆ 마이스터고가 뭐길래…

마이스터고는 유망 분야의 특화된 산업수요와 연계해 글로벌 기술인재를 양성하는 전문계고로, 입학생 전원에게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비 등 학비 전액 면제 혜택을 준다. 또 모든 학교가 기숙사를 운영하며, 이를 통해 방과후 활동 등 심화교육을 실시한다. 학생들이 부담하는 기숙사비는 시도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을 받아 10만원대다.

또한 마이스터고는 산업체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우수기업에 취업하고, 해당 분야의 기술 명장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학생 개개인에게는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살리고 취업 가능성을 높이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인 셈이다.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으로 나눠 신입생을 선발한 서울 수도전기공고와 미림여자정보과학고의 경쟁률도 각각 3.37 대 1, 2.54 대 1을 기록하며 지난해 경쟁률을 훨씬 웃돌았다. 서울시교육청 공보관실 김승찬 장학사는 “마이스터고의 인기 상승은 학생들이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 결정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이 같은 인기는 12월 1일부터 시작되는 전문계고 입학 전형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스터고는 졸업 후 성장 기반도 조성한다. 마이스터고를 졸업하면 협약기업체에 취업해 전공 분야의 산업현장에서 경력을 쌓게 되며, 남학생의 경우 취업하면 최대 4년간 군 입대를 연기할 수 있다. 또 입대해서는 관련 분야 특기병으로 복무함으로써 경력 단절을 막고, 제대 후에는 산업체로 복귀해 해당 분야의 마이스터(Meister·기술명장)로 성장하게 된다.

내년부터 마이스터고와 같은 전문계고를 졸업한 학생이 산업체에서 3년 이상 근무하면 정원 외 특별전형으로 (전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경로도 구축된다. 대학에서는 이 같은 제도를 성인 재직자에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별도반(주말, 야간)을 편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김영곤 진로지도교육과장은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해 일과 학습을 병행하면서 성공적인 마이스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